(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짧고 아쉬웠던 가을을 뒤로 하고 삼성 라이온즈에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긴 시즌을 달려오느라 지쳐 있을 선수단은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내년 시즌 담금질에 들어갈 예정. 하지만 프런트는 이제 시작이다. 내년 시즌 다시 우승에 도전하려면 ‘잡아야’ 할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들부터 FA 트리오까지 삼성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쁠 예정이다.
삼성의 정규시즌 ‘준우승’ 멤버 중 내년 거취가 불확실한 선수가 많다. 외국인 트리오는 물론, 이번 겨울에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는 박해민, 강민호, 백정현 트리오가 그렇다. 여기에 투수 최채흥과 양창섭, 최지광, 이승민, 포수 김도환, 외야수 박승규가 상무 1차 합격 명단에 올라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상무에 입대하는 선수들은 어쩔 수 없지만, 지켜야 할 외국인 선수들이나 FA 예정 선수들은 지켜야 한다. 올 시즌 주전 선수들을 향한 의존도가 높았던 삼성인 만큼, 이들의 거취가 중요하다. 이들을 얼마나 잡느냐에 따라 삼성의 내년 시즌 가을야구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 트리오 중엔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타자 호세 피렐라의 재계약이 유력하다. 이번 시즌 삼성은 외국인 선수 ‘덕’을 제대로 봤다. 시즌 16승 다승왕에 빛나는 데이비드 뷰캐넌과 전력질주의 아이콘이 된 호세 피렐라가 투타에서 맹활약을 펼쳐준 덕에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뷰캐넌은 젊은 선수들의 ‘롤모델’이 됐고, 피렐라의 전력질주는 팀 컬러를 바꾸는 데도 일조했다. 야구 내외적으로 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이들이기에 반드시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FA 트리오도 ‘대체 불가’다. 올 시즌 삼성은 ‘주장’ 박해민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6년 만의 가을야구를 일궈냈다. 아울러 박해민은 올 시즌 출루율 0.383에 36도루로 리드오프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여전히 넓은 범위를 자랑하는 중견수 수비는 말할 것도 없다. 시즌 막판엔 수술까지 필요할 정도의 손가락 부상을 입고도 투혼을 발휘하며 팀의 가을야구행을 이끌었다. 중견수 백업 1순위 박승규까지 군 입대를 앞둔 가운데, 삼성은 박해민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포수 강민호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베테랑 포수 강민호는 올 시즌 123경기에 나와 타율 0.291, 18홈런, 67타점을 올리며 삼성의 중심타선을 탄탄히 지켰다. 하지만 강민호의 존재감은 타석보단 ‘안방’에서 더 빛난다. 뷰캐넌-원태인-백정현의 14승 트리오의 성과와 젊은 투수들의 성장 뒤에는 강민호의 안정적인 리드가 있었다. 또한 삼성은 여전히 확실한 ‘포스트 강민호’를 키우지 못했다. 유력 후보인 김도환까지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아직 강민호가 더 필요하다.
삼성의 푸른 옷만 15년째, 올 시즌 비로소 첫 FA 자격을 얻은 백정현도 삼성이 꼭 잡아야 할 선발 자원이다. 이번 시즌 27경기에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백정현은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팀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후반기 막판 부상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했으나 돌아온 뒤 다시 호투 행진을 이어가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최채흥과 양창섭 등의 군 입대가 유력한 가운데 확실한 선발진 백정현의 존재가 삼성에 반드시 필요하다.
허투루 협상해야 할 선수가 아무도 없다. 모두 정규시즌 준우승 전력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선수들이기에 한 명이라도 빠진다면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터. 과연 삼성은 이 핵심선수 5명을 모두 잡을 수 있을까. 비시즌 협상 결과가 내년 시즌 삼성의 가을야구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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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