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현세 기자) "팔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내일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산 베어스 선발진 가운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5이닝을 채운 건 지난 4일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한 최원준 한 명뿐이었다. 외국인 선수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가 빠진 가운데 최원준과 곽빈, 김민규로 선발진을 꾸린 두산은 겨우 버텨 왔는데, 선발진이 짧은 등판 간격에 한계를 드러내는데도 불펜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지난 준플레이오프까지는 키플레이어로 꼽힌 이영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데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1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는 이영하가 나설 수 없었다. 지난 7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투구 수 66구로 4이닝을 책임진 까닭에 김태형 감독은 일찍이 등판이 어렵다고 밝혀 뒀다. 그런데도 이날 믿는 구석이 있었다. 더구나 선발 등판한 최원준이 4⅓이닝 투구에 그쳤는데도 버텼다.
이영하와 더불어 김 감독이 키플레이어로 꼽은 홍건희 덕분이다. 홍건희는 5회 말 최원준이 남기고 간 1사 만루에서 오재일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넘겼고, 이날 투구 수 52구로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데뷔 첫 포스트시즌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가 끝나고 김 감독은 "건희가 무너졌다면 우리는 끝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홍건희는 "작년에 두산에 와서 가을야구를 경험했는데, 당시에는 경험이 적다 보니 긴장도 했지만 한번 겪고 나니 올해는 '즐기자'는 마인드로 임하게 돼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오늘은 영하가 휴식이었는데, 이전 게임에 잘 던져 줬다. '우리 투수 많으니까 푹 쉬라'고 했다. 영하가 잘 던져 줬고 우리도 좋은 투수가 많으니 마음 편히 맡기고 남은 투수들끼리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홍건희는 또 "트레이드 전에는 필승조도 아니었고, 어중간한 위치에 있으면서 자신감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게임도 많이 나가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경험도 쌓이면서 나도 성장한 것 같다"며 "형들과 선수들이 큰 경기를 많이 경험했다 보니 즐기면서 하는 느낌이 있었다. 부담감 없이 즐기면서 편하게 임하는 것 같다. 그런 게 좋은 성적으로 따라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건희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4경기에 구원 등판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3.52(7⅔이닝 3자책)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57을 기록했다. 표본이 작기에 기록상으로는 실제 공헌도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가 등판한 4경기 가운데 두산이 3승을 거뒀고, 여기서만 134구를 던지며 승리를 이끌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했다. 10일 열릴 플레이오프 2차전에는 이영하가 등판 가능하기에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홍건희는 "팔 상태에는 문제가 없어서 내일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사진=대구, 박지영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