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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WC 탈락 걱정 엄습…무너진 필승조 어쩌나

기사입력 2021.11.02 05:00 / 기사수정 2021.11.02 04:41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지난 2019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하이 레버리지 상황을 맡길 투수로 이용찬을 꼽았다. 당시 맞대결 상대인 키움에는 위기 때마다 팀을 구한 조상우가 있었는데, 김 감독도 이용찬에게 같은 역할을 바랐다.

이용찬은 당시 한국시리즈 3경기에 구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0.00(5⅓이닝 무실점)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31로 맹활약하며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그 뒤에는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NC로 이적했다. 두산은 지난 2년 동안 트레이드로 영입한 홍건희와 이승진, 보직을 바꾼 이영하와 부상을 털고 복귀한 김강률로 빈자리를 메웠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당시에는 사실상 이승진이 이용찬의 역할을 대신했다. 올 시즌에는 기복을 겪기도 했지만 1군 엔트리에 복귀한 8월부터는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0(12⅔이닝 4자책) WHIP 1.47로 안정감을 되찾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해와 같은 위력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이지는 않았던 이승진에게 하이 레버리지 상황보다 가능한 편한 상황을 맡겼다. 이승진은 점수 차가 크거나 지고 있을 때 주로 등판했다.

김 감독은 1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승부처마다 제일 좋은 투수를 기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누구에게 맡기려 하느냐'는 물음에 "(홍)건희와 (이)영하가 중요한 순간에 많이 던져 왔다"며 "이번에도 두 선수가 그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건희는 올 시즌 65경기에 구원 등판해 6승 6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2.78(74⅓이닝 23자책) WHIP 1.24로 좋았다. 이영하는 불펜으로 나선 24경기에서 4승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60(33⅔이닝 6자책) WHIP 1.07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홍건희(1⅓이닝 2피안타 1실점)와 이영하(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는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날 제구 난조를 겪은 홍건희는 폭투로도 추가 진루를 허용했는데 박세혁이 몸을 날리지 않았더라면 폭투로 점수를 허용할 뻔했다. 이영하도 제구 난조를 겪었는데, 주로 볼 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못하다 스트라이크존 복판에 밀어넣은 공을 공략당했다. 

타선에서는 둘의 잇따른 실점에도 대타 김인태의 2타점 적시 2루타와 김재환의 투런 홈런으로 두 차례 동점을 만들어 줬다. 

김강률이 9회 초를 넘긴다면 두산은 끝내기도 노려 볼 수 있었다. 첫 두 타자 이지영과 대타 박동원을 상대로 빠른 승부를 펼친 그는 공 6개 만에 아웃 카운트를 2개 올렸다. 하지만 이용규와 김혜성에게는 연달아 볼넷을 허용했고, 다음 타자 이정후와 승부에서는 적시타를 허용했다. 초구로 바깥쪽 커브를 택한 김강률은 이정후가 눈으로 한 차례 익혀 둔 위치에 직구를 던졌다. 이정후가 때려낸 2타점 적시 2루타는 이날 결승타가 됐다. 김강률은 이후에도 한 점을 더 허용했다.

김 감독은 김강률에게도 믿음을 보낸다. 올 시즌에는 50경기에 구원 등판해 3승 21세이브, 평균자책점 2.09으로 재기했다. 다만 높은 WHIP(1.53, 하위 8위)는 불안 요소로도 평가받는다. 여기에 김 감독은 "강률이가 시즌 후반에 근육통을 몇 차례 겪었는데 몸 상태가 언제 잘못될지 모른다는 염려가 있다"고도 말했다.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는 김민규가 선발 등판한다. 김민규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선발 1경기) 1승 1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75(12이닝 1실점) WHIP 1.00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선발로 나선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26(23이닝 16자책) WHIP 1.83으로 저조했다.

두산으로서는 홍건희, 이영하, 김강률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장 셋만큼 경험과 구위를 갖춘 선수를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선발진이 얇아지면서 부담이 가중된 상황인데, 필승조가 아닌 투수들은 경험이 적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구원 등판한 신인 최승용은 공 3개 만에 타자를 맞히고 강판당했다. 김 감독은 "결국 지금 필승조 투수들이 승부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두산은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선승을 안고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키움과 마찬가지로 내일이 없다.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 가운데 2차전이 열린 건 LG와 KIA가 맞붙은 2016년뿐이었다. 당시 정규시즌 4위였던 LG는 벼랑 끝에서 2차전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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