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댄스 배틀을 앞둔 홀리뱅의 수장 허니제이는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승패가 아닌 자신이 보여줄 ‘춤’에 집중한 자신감, 상대 모니카를 향한 신뢰 가득한 한 마디는 대중이 ‘스우파’에 열광하는 이유를 관통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지난 8월 방송을 시작해 10월 종영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여자 댄스 크루 여덟 팀이 최고의 글로벌 K-댄스 크루가 되기 위해 배틀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서바이벌 프로답게 견제를 위한 각종 장치와 대결 구도, 악명 높은 편집 등이 자극을 맛보게 했지만,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은 결코 거기에서 오는 매운맛 때문만은 아니다. ‘춤’ 때문에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결국엔 같은 것을 사랑하는 크루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우러나오는 ‘맛있게 매운’ 묵직한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시청률과 이에 상응하는 화제성 지표에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댄서들을 향한 뜨거운 반응이 나오는 것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나타나는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상처 내는 자극보단 멋진 무대와 진심이 담긴 말들, 개성 강한 이들이 빚어내는 케미 속 유쾌함에 환호했다.
YGX, 라치카, 원트, 웨이비, 코카N버터, 프라우드먼, 홀리뱅, 훅까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여덟 크루 그 자체가 돌풍의 핵이었던 것. 댄서들은 열정적으로 승부에 뛰어들어 최선을 다하면서도,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한다. 감탄을 부르는 몸짓과 퍼포먼스, 그리고 자칫 주인공이 뒤바뀔 수 있는 미션들 속에서도 일차원적인 고정관념을 깨고 매 미션 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어쩌면 과해 보일 정도로 자신감 넘치던 이들의 태도는 음악이 나오는 순간 실력으로 그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납득시켰다. 또한 소위 ‘센 언니’로 분류되는 강한 인상의 댄서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솔직 화법, 반전의 유쾌함이 무대만으로도 잘 타고 있던 장작에 기름을 부었다. 춤에 ‘진심’임을 몸과 말, 마음으로 전했던 이들은 대놓고 욕심을 드러내도, 단순한 욕망이 아닌 그 안에 담긴 간절함까지 엿보게 했다.
크루를 이끈 수장들의 리더십도 빛을 발했다. 책임감 있는 ‘영 리더’ YGX 리정, 언제나 기분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라치카 가비, 크루원들의 ‘맘’을 자처하는 따뜻함이 돋보인 원트의 효진초이, 묵직한 한방을 지닌 섬세한 리더 웨이비 노제, 자신들만의 개성을 각인시킨 코카N버터의 리헤이, 매번 소신 있는 메시지를 전하던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뚝심 있는 고집으로 최종 우승을 차지한 홀리뱅의 허니제이, 재기발랄한 퍼포먼스의 중심에 있던 훅의 아이키까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노리스펙’ 약자 지목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에서 서로를 향한 ‘리스펙’으로 열풍을 만들었다. 댄서들은 결국 자신들을 위한 노래로, ‘백업’이 아닌 아티스트로 무대 중앙에 서 마지막을 장식했다. 우승을 차지한 홀리뱅이 2위 훅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면서 댄서들은 마지막까지 서바이벌을 축제로 만들어냈다. 파이널 1위를 차지한 뒤 홀리뱅의 허니제이는 “대한민국 댄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돼있었다”며 “순수하게 춤을 사랑하는 댄서들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한 바. 열풍을 타고 본격적으로 시작될 멋진 언니들의 싸움이 기대된다.
사진=Mnet, Mnet 방송화면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