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보편적인 사랑과 갈등, 욕망을 이야기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관객과 만나고 있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11월 21일까지 공연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47년 초연, 1948년 미국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미국 남부의 명문가 출신 블랑쉬 드보아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외로움을 넘어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이고 결국 거짓으로 만든 자신만의 환상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다 결국 현실적, 물질적 욕구에 충실한 스탠리에 의해 환상의 세계는 산산조각 나게 되는 모습을 그린다.
20일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은 뒤브아의 재산인 벨르브를 잃은 것을 알게 된 스탠리의 모습을 담은 2장, 포커를 치는 남자들, 블랑쉬를 보고 반한 미치를 담은 3장, 집에 찾아온 미치와 대화 중 과거 앨런이 떠오른 블랑쉬를 담은 6장을 시연했다.
배우 김정균이 예술감독 및 협업 연출로 나섰다. 김정균은 "테네시 윌리엄스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을 2009년에 했다. 그 당시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두 작품이 동시에 올라왔다. 당시 네 명의 블랑쉬를 상대한 스탠리 역을 맡았다. 시대적인 배경 등은 원작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김정균 연출은 "요즘처럼 답답하고 불편한 시대에 관객과 불편함을 공유하고 극복하자는 얘기를 김봉건 연출가와 나눴다. 블랑쉬는 환상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삶을 산다. 현실에 동물적으로 적응하는 스탠리에 의해 무너진다. 스텔라 역시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세 명의 갈등과 대립을 불편하게 표현했다. 아름다운 배우들과 함께 설레면서 이 작품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술감독을 하면서 중점적으로 협력 연출을 한다. 전반적인 연출은 김봉건 연출이 디테일을 잡아줬다. 블랑쉬 역할을 한 박해미, 김예령 배우가 물론 충분히 자질이 있지만 무대에서 굉장히 폭발적인 잠재돼있는 연기력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 있다. 지금 현재도 잘하고 있지만 그 모습이 회를 거듭하면서 터져 나올 거라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요즘같이 누굴 짓밟아야 하는 불편한 시대에 살면서 '1950, 60년대 미국 남부와 지금이 다르지 않구나', '명작은 명작이구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다. 디테일함에 있어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자신했다.
블랑쉬 역에는 박해미, 김예령이 캐스팅됐다.
김예령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처음 읽을 때 블랑쉬 역할을 처절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슬펐다. 1940년대에서 50년대 작품이지만 지금도 계속 이어져 있다. 내가 정말 정신이상자일까 아니면 어느 한 사람이라도 정상이 아닌 게 아닌가 한다. 주위 사람들이 더 도와줬으면 이렇게 파멸의 길로 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 블랑쉬를 굉장히 가엾게 생각한다"라며 역할에 이입했다.
박해미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파멸로 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지 않나. 예령 씨는 눈물을 흘리며 이입을 하더라. 난 눈물 한 방울이 안 나왔다. 대신 무대에서 힘들어서 눈물이 나더라. 무슨 놈의 연극이, 온몸으로 울어야 하는 거다. 이 시대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각성하고 서로를 이타적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시대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많이 달라진 게 크게 없다. 미국의 산업화, 명문가의 몰락, 차별 등이 지금과 별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이나 공연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일그러진 욕망을 느꼈으면 좋겠다"라며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스탠리 역은 고세원, 임강성, 임주환이 분했다.
데뷔 첫 연극 무대에 오른 임주환은 "드라마나 영화는 그날그날 정해져 있는 신, 신을 찍는 시간에 순간 집중력이 필요하다. 100분에서 110분 정도의 극인데 한 순간도 집중을 안하면 안 돼서 나름대로 공부가 됐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연극한 게 기억난다. 극장에 오는 게 행복하다. 촬영장을 가는 게 싫어졌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정균 연출은 "스탠리 임주환에게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겉으로는 매력적이고 미소년의 얼굴이지만 7장 '이게 내가 상을 치우는 방법이야'에서 짐승적인 연기를 잘해나간다"라고 칭찬했다.
임주환은 "영화에서 말론 브란도의 연기를 많이 참고했다. 남성 호르몬이 강하지만 목소리가 굵지는 않지 않나.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말론 브란도가 해서 하고 싶었다. 스탠리 역할을 하면서 첫 번째로 생각한 게 이 극장에 있는 모든 여성분들이 불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블랑쉬의 환상과 스탠리의 현실이 부딪힌다. 어쨌든 사람이 살고 있는 이 현실이 강하기 때문에 스탠리의 표현과 블랑쉬의 환상이 부딪히면서 현실이 이길 수밖에 없다는 거로 가는 거다. 가스라이팅, 폭력, 남성 우월주의 집합체 캐릭터다. 이런 것쯤은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때 당시의 관객은 스탠리의 행동에 대해 그러려니 했을 거다. 여성분들이 소리를 내서 잘못됐다고 표현하는 시대가 아니었을 거로 생각한다. 지금은 나쁜 놈이 돼있는 거다. 스탠리의 표현이 색다른 시선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햇다.
그러면서 "항상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이시언 배우가 한 '완벽한 타인'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못했고 '쉬어 매드니스', '프랑켄슈타인'도 있어 참여하고 싶었는데 연이 안 됐다. 이번에 하게 돼 기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미치 역에 태항호가 출연하고 김혁종, 오현철이 미치·스티브로 분한다. 스텔라 역에는 배정화, 임예나가 출연한다. 유니스 역에는 박나연, 앨런 김동규가 함께한다.
배정화는 "10년 만에 공연을 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공연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제발로 찾아가 시켜달라고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 참여했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고 블랑쉬의 연극이기 때문에 모든 여배우가 블랑쉬를 하고 싶을 거다. 스텔라는 그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하며 생각하게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배정화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미지가 세고 에너지 있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스텔라를 접하면서 드라마,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을 분석하면서 어떤 역할보다 내면적으로 에너지나 욕망이 가장 강할 수 있다고 봤다. 겉으로는 그렇게 표현되지 않지만 강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도 고민하면서 작품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임예나는 "처음 대본을 읽을 때는 혼란스러운 언니와 짐승적인, 현실적인 남편 사이에 있는 인물이어서 객관적으로 볼 때 답답해보일 수 있지만 유일하게 발을 땅에 붙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특출나지 않지만 중심을 잡고 있는 인물로 접근했다. 배정화 배우의 말처럼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내면적으로는 강한 인물이다. 탐구, 고민 중이고 마지막 공연까지 찾아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