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이진 기자)
1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이게 가능하다고?' 특집으로 꾸며진 가운데 최인아 대표가 게스트로 출연한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날 유재석은 "제일기획 부사장에서 고민을 해결해 주는 책방 주인이 된 최인아 대표님이다"라며 소개했다. 최인아 대표는 "기억을 하실지 모르겠는데 저하고 같이 찍은 광고도 있었다"라며 과거 인연을 언급했고, 유재석은 "그걸 하실 때 계셨냐"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유재석은 "제일기획은 언제 입사하신 거냐"라며 물었고, 최인아 대표는 1984년이라고 말했다. 유재석은 "카피라이터라고 이야기하셨지만 이런 단어 자체도 생소할 때 아니냐. 왜 광고 회사에 입사하시게 됐는지 궁금하다"라며 질문했다.
최인아 대표는 "대기업에서 여성을 뽑는다는 기회 자체가 드물 때였다. 기자가 하고 싶어서 마지막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지고 '어떻게 하지?' 이러고 있는데 어느 날 광고 회사에서 모집 공고를 냈다"라며 설명했다.
최인아 대표는 "'여자도 뽑는다'라고 하더라.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끝에 라이터가 붙어 있으니까 내가 할 거 같았다. '카피라이터 하다가 다시 기자 시험을 봐야지'라고 했다. 조금씩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기자) 그건 포기하고 카피라이터를 계속해 보자' 이렇게 된 거다"라며 회상했다.
최인아 대표는 "'대학에서 배울 때 여자와 남자는 같다'라고 배웠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까 같지 않았다. 월급도 차이가 났고 진급도 똑같이 안 해주고 그러던 시절이다. 학교에서는 '같다'라는 이야기가 '같아야 한다'라는 당위였다. '현실과 당위는 같지 않구나' 이런 걸 하루하루 익혀갔다"라며 털어놨다.
최인아 대표는 "두 가지였다. '알았습니다' 할 거냐. 그만 둘 거냐'였다. 바깥을 둘러봐도 다 비슷했다. 저의 결론은 평범한 이야기로 하면 '일을 잘 하자'였다. 나는 프로가 돼야겠다' 싶었다. '어떤 일을 할 때 나를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프로인 거 같았다. 프로페셔널이라는 화두를 붙들고 하루하루 견디고 일을 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인아 대표는 "조직 속에 몇 안 되는 여자로 일을 한다는 것이 '소수민족 같은 거구나' 그랬다. 내가 뭘 잘 못하면 최 아무개가 못한 걸로 끝나는 게 아니고 '여자들은 다 그래'라고 하니까 더 조심스러워지고 그러니까 이렇게 동동거리고 살았다"라며 덛ㅅ붙였다.
유재석은 "입사 16년 만에 상무, 전무 부사장. 이건 직장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신 거 아니냐. 임원으로 승진하셨을 때 기분이 어땠냐. 왜 3년 만에 과감하게 사표를 냈냐"라며 의아해했다.
최인아 대표는 "2000년대 초반이었다고 기억한다. 영국 토니 블레어 수상 시절에 여성 교육부 장관이 있었다. 그분이 어느 날 임기 중인데 스스로 내려왔다. 고민을 깊이 해봤는데 이 막중한 임무를 계속 수행하기에는 나는 내가 무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하고 결국 물러났다. 기사가 실렸는데 그게 감동적이었다. 어떤 일을 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날 때 이거보다 더 멋있는 변이 있을까"라며 고백했다.
최인아 대표는 "제가 부사장을 3년을 하고 그만뒀는데 지금 많은 업계가 그렇지만 저희도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이 굉장히 큰 과제다. 이 막중한 일을 내가 해야 되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굉장한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나보다 훨씬 능력이 나은 사람이, 디지털을 잘 아는 사람이 맡는 것이 좋겠다. 조직이 겪는 비극 중 가장 큰 이유가 그 자리가 요구하는 역량에 맞지 않는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라고 오래도록 생각했다"라며 덧붙였다.
사진 = tvN 방송 화면
이이진 기자 leeeeji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