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봉준호 감독이 작품 속 배우를 캐스팅하며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 얘기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봉준호X하마구치 류스케 스페셜 대담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은 올해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우연과 상상'까지 두 편의 작품으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물음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작품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제가 캐스팅한 모든 배우들에게서 '자신을 진짜로 보이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제게는 실제로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 하는 부분보다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봉준호 감독도 배우를 캐스팅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을 묻는 말에 "연기 잘하는 분들을 모셔오려고 애를 쓴다. 연기 잘하는 분들이 최고다"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그런데 '연기를 잘한다'라는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수십수백가지의 정의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저 자신이 굉장히 모순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배우가 내가 계획하고 상상했던 뉘앙스를 아주 정확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서, 또 동시에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여줘서 나를 놀라게 해줬으면 하는 그런 모순된 욕심이 있다. 총체적으로 돌이켜보면 배우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갑작스레 사과해 웃음을 더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도 얘기했지만, '어떻게 하면 최대한 배우를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고 말을 이은 봉준호 감독은 "소위 말하는 디렉팅이라는 명분으로 감독들이 말도 안되는 이상한 얘기를 하는 경우들이 많지 않나. 배우에게 중요하지 않은 얘기를 중얼거리고 있을 때가 있다. 메이킹 필름을 보고 있으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왜 현장에서 배우에게 저 말을 했을까' 싶더라. 하나마나한 이야기인데 말이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후회나 부끄러움이 들 때가 많이 있는데, 그런 것을 많이 줄이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적게 말할 수 있을까, 배우를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또 그 안에서 제가 원하는 방향이 있으니까, 이렇게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쳐서 배우 분들이 그 방향으로 이렇게 울타리가 쳐있다는 것을 못 느끼는 상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의 현장 메이킹 필름을 보면 실상은 굉장히 궁금해지죠 "라고 덧붙여 웃음을 전한 봉준호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을 우연히 뵌적이 있는데, 붙들고 여쭤볼수는 없었지만 대배우가 감독이 된 경우들에서 그런 분들은 정말 소위 말하는 연기 지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 같은 경우는 연기 부탁, 연기 읍소, 연기해달라고 징징대기 뭐 이런 것인데 말이다"라고 웃었다.
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의 영화에서도 보이는 배우들의 세심한 앙상블, 그리고 직업 배우들과 비직업 배우들이 이렇게 섞이면서 굴곡들을 섬세하게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경계를 지우는 것을 잘 할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고 칭찬했다.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를 듣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진짜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대답해 극장 안에 웃음을 안겼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부터 15일까지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아시아 총 70개국 총 223편을 상영하며 해운대구 센텀시티와 남포동 일대에서 열흘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