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유진 기자) 임권택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소감을 전하며 한국 영화와 자신의 영화 인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소극장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The Asian Filmmaker of the Year)' 수상자인 임권택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임권택 감독은 1962년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를 시작으로 102번째 영화인 '화장'(2014)에 이르기까지 60여 년간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며 아시아영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한 한국의 거장감독이다.
지난 2002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수여 받은 것은 물론 2002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 2005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영화사에 이름을 뚜렷이 새겼고,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수상자로 결정됐다.
전날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무대에 오른 임권택 감독은 임상수, 봉준호 감독 등 후배 감독들에게 상을 건네받으며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다.
이날 임권택 감독은 "이제는 영화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을 할 나이가 됐다. 큰 장래가 있는 것이 아닌 감독입니다"라고 말하며 먼저 인사했다.
이어 "상은 누가 받아도 좋은 것인데, 저는 사실 이제 끝난 인생에서 상을 받게 됐다. 상이라는 것이 받는 사람들에게 격려가 되고 위안이 되고 또 더 노력할 수 있는 그런 분발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영화 인생의 끝을 생각할 나이에서 공로상 비슷하게 받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더 활발하게 생이 남은 분들에게 가야 하는 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동안 제가 100여 편의 영화를 찍었다"고 말을 이은 임권택 감독은 "그래서 어지간히 생각나는 건 다 찍었었다. 그런데 못 찍었던 것은 우리 무속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종교적 심성, 그 안에서 무속이 주는 것들을 영화로 한 번 찍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기회도 없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사양하고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야 되는 그런 단계에 와있다"고 토로했다.
차기작 계획 역시 "없다"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은 "지금은 계획이 없다. 평생 영화를 찍는 직업을 갖고 세월을 살다가 이렇게 쉬고 있으니까 '영화 하고 싶지 않냐' 이런 유혹을 갖게 된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는 영화로부터 제가 아무리 친해지고 싶다고 하더라도 제 스스로 덜어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임권택 감독은 '춘향뎐'으로 1999년 국내 영화 최초로 제5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겨왔다. 임권택 감독은 "상을 타오길 기대하는 기대 심리가 두렵다"고 말하며 현장에 자리한 취재진을 향해 "여기 계시는 분들도 그런 압력에 가세해서 사람을…"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이어 "뭔가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데, 내 능력으로는 일궈내지 못하는 열패감 같은 것도 있었다. 상을 받고 나니 조금 체면이 서긴 하더라"고 얘기했다.
한국 영화를 향한 너그러운 시선도 전했다. 임권택 감독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를 보며 저 스스로 그 일에 종사하면서도 '짜증난다'하는 허점들이 있었다. '재미있게'를 추구하면서 보긴 하는데, 우리 영화가 얼마나 완성도 높게 제작이 됐는가 쪽에도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며 "불완전한 부분이 눈에 띄었고, 완성도가 좀 미흡하고 그랬는데 '기생충'처럼 상당히 완성도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보고 있다. '좋아지고 있다'가 아니라 '세계적 수준에 들어와서 탄탄하게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부터 15일까지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아시아 총 70개국 총 223편을 상영하며 해운대구 센텀시티와 남포동 일대에서 열흘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개막작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 폐막작은 렁록만(홍콩, 중국) 감독의 '매염방'이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부산국제영화제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