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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좌절이 취미였지만…'기적' 덕분에 생각 바뀌어"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1.09.07 15:50 / 기사수정 2021.09.07 15:1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박정민이 '기적'을 촬영하며 조금 더 유연하게 변화한 마음 상태를 말했다.

박정민은 7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 인터뷰에서 영화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 분)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정민은 준경 역을 통해 남다른 두뇌를 가졌지만 수학 말고는 모든 게 허술한 반전 매력을 지닌 인물로 변신하며 특유의 재치 있고 개성 넘치는 연기는 물론, 경북 사투리까지 구사하며 친근하면서도 특별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만난 박정민은 "예전에 화상 필터 사용법을 배웠다"며 리본과 꽃, 안경까지 효과를 바꿔가면서 유쾌한 모습으로 한 질문 한 질문에 차근차근 답을 이어갔다.


"'기적'을 만들면서 정말 돈독해졌다"며 '기적'을 향한 애정의 이유를 '사람'이라고 전한 박정민은 "서로 정말 아끼고 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마음이 저절로 좀 커졌던 것 같다.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시나리오였었는데, 시나리오가 가진 힘이 너무 강하고 따뜻해서 자연스럽게 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또 "이 영화를 촬영했던 때를 생각하면 뭔가 마음이 좀 이상한 느낌이다. 저는 제가 나온 영화를 그렇게 재밌게 보지 않는 편인데, '기적'은 제가 그 때 이 영화를 만들었던 기억이 덧붙여져서인지는 몰라도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긴 소풍을 갔다 온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많은 작품을 통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해 온 대표 배우 중 한 명이지만, 그에게도 현실 속 30대의 나이로 17세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것은 고민이자 또 도전이었다.

"제가 이 시나리오를 정말 좋아했는데, 할 수 없던 가장 큰 이유가 나이였다"고 멋쩍게 웃어 보인 박정민은 "그 당시에 제가 34세였고, 준경이는 17세부터 시작을 하는데 그럼 거의 등장인물의 두 배를 더 살아온 배우가 17세를 표현해야 하는 것이지 않나. 나는 연기할 수 있다고 쳐도, 관객 분들이 그걸 용서해주실까 그런 고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장훈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고민 끝 준경을 연기하기 시작한 박정민은 "사실 '내가 10대라고 생각하고 연기해야지' 이런 마음은 없었다. 같이 고등학생을 연기한 친구들의 얼굴 나이가 비슷하면 좀 더 낫지 않을까 해서 그런 부분을 얘기 드렸고,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잘 찍을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등 함께 호흡을 맞춘 이들을 향한 남다른 애틋함도 얘기했다. 박정민은 "이성민 선배님은 정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시는 분이다. 동료 배우는 물론이고, 전 스태프들에게 다 마음을 쓰신다. 또 제가 과거 (이성민 선배님이 활동한) 극단 차이무에서 스태프로 일한 적이 있는데, 선배님은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그 때 선배님의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었다"고 말했다.

또 임윤아를 언급하면서는"사실 윤아 씨는 어떤, 제 마음 속의 스타였었다. 어떻게 윤아 씨에게 다가가고, 또 '어떻게 편하게 같이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은 좀 있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보고, 또 촬영장에서도 몇 번 만나고 했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윤아 씨가 정말 좋은 사람이어서 급속도로 빠르게 친해졌다"고 고마워했다. 

이수경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배우다. 이 단어가 어울릴 지는 모르겠지만, 당돌한 연기가 좋았다. 겁 없이 연기를 하는데, 제가 받아주지 않으면 (이)수경이에게도, 제게도 손해일 것 같더라. 그렇게 친해졌고, 다음에는 또 수경이가 어떤 연기를 할지 궁금하고 기대도 됐다. 실제 수경이가 제게 하이킥을 날리기도 하는데, 그건 대본에 없던 장면이었는데 제가 받아줬다"고 넉살 좋게 말을 더했다.


박정민은 지난 해 개봉했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유이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 큰 연기 변신을 인정받으며 호평은 물론, 각종 시상식의 조연상까지 휩쓴 바 있다. 

'기적'으로 이어진 변신의 폭에 대해 "일부러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니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에서 흰 쌀밥같은 역할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막 드러나지 않아도 관객 분들이 준경의 심리를 따라가고, 동료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자극적이지 않은 연기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이긴 했다. 초반에는 연기를 하면서 뭔가 허전한 느낌도 들더라.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는지를 알게 된 후로는 오히려 더 마음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연기에 대한 만족은 없다"며 늘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박정민에게 '기적' 촬영 현장은 한결 편안해진 마음을 알게 해 준 시간이기도 했다.

박정민은 "저는 굉장한 결과주의자다. 제가 항상 예민하고, 스트레스도 많고 그랬었는데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과정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것이구나, 남는 것이 과정일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줬다. 고마운 영화다"라고 되새겼다.


이어 "예전에는 연기를 하면서 매 테이크마다 좌절을 했었다. 좌절이 취미였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능청을 부리며 "예전에는 감정에 휩싸여서 그 안에서 안나오려고 발버둥쳤던 것 같다. 그 안에서 막 몸을 파고 들어가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그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는 최근이다. '기적'이 그런 생각을 많이 바꿔줬고, 요즘에 '밀수'를 찍으면서도 또 많이 바뀌고 있다. 내가 굳이 우울해하지 않아도, 좋은 연기와 영화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기적' 속 준경의 꿈처럼, '배우 박정민이 원하는 꿈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어쩌면 저는 꿈을 이룬 사람일지도 모르겠죠"라고 나지막이 얘기했다.

박정민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 꿈만큼 제가 절실하게 꿔 본 꿈이 없던 것 같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저를 배우라고 불러주시니까, 어느 정도는 꿈을 이룬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배우 타이틀을 온전히 흡수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배우가 되는것이 꿈인데, 제가 몸을 담고 있는 한국의 영화계에서 어떤 것을 작게나마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겁이 날 때가 있고, 카메라와 호흡을 잘 하지 못해서 만족스럽지 않은 테이크가 있을 때마다 공부와 경험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유연함을 기르려고 노력 중이다. 조금만 좌절하고, 건강하게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적'은 15일 개봉한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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