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이 여름 극장가에 활기를 더할 리얼리티 스릴러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베테랑'(2015), '엑시트'(2019) 등 신선한 기획으로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었던 제작사 외유내강과 배우 황정민이 만나 만들어 낸 남다른 시너지가 보는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예정이다.
계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쉽지 않은 영화계의 상황 속, 외유내강은 지난 7월 28일 개봉해 17일까지 24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에 이어 '인질'까지 여름 시장에만 두 편의 작품을 내놓는 바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인질' 개봉을 하루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다짐, 그리고 늘 뿌듯하게 시장에 내보내는 한결같은 마음이죠"라고 현재의 심경을 전했다.
"이기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개봉'이라는 링에 오르면, 끝날 때까지 절대 링에서 내려올 수 없죠. 전쟁터에 큰 아들을 보내 놓았는데 둘째 아들의 영장까지 받은 심정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맞는 비유일 것 같은데요. 며칠 전까지는 그래도 군 입대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전쟁터로 바로 불려나가는 느낌도 들어요. 그래도 잘 키운 자식들이 멋진 공을 세우고 많은 이들의 사랑를 받다가 금의환향할 것이라고 믿고 있죠. 그런 엄마의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외유내강은 '엑시트' 이상근 감독, '시동'의 최정열 감독에 이어 필감성 감독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상업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인질'에는 2015년 1341만 관객의 흥행을 일궜던 '베테랑', 2019년 942만 명의 성과를 거뒀던 '엑시트' 제작진들이 다시 의기투합했으며, '베테랑' 등 이미 외유내강과의 작업에서 남다른 호흡을 보여줬던 황정민이 주연 및 기획자로 참여해 시너지를 더했다.
강 대표는 "이야기의 완성도를 영화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주연인 황정민 배우를 제외하고 다른 인물들은 모두 신인으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공간을 하나로 몰아가보자 했죠. 무엇보다 신인인 필감성 감독이 본인의 데뷔작에서 연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고의 스태프를 모셔보고 싶었어요. 최영환 촬영감독, 채경선 미술감독, 김태성 음악감독, 유상섭 무술감독 등이 합류한 것도 그 이유에서였죠. 이 궁합이 아주 좋았다고 봐요. 이후에도 신인감독과 작업을 하게 됐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훌륭한 경험이라고 자평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또 "서두르지 않고 준비한 감독님의 깊고 오랜 내공이 신인답지 않은 꼼꼼함으로 잘 짜여진 영화로 완성됐어요. 필감성 감독은 준비부터 후반작업 기간 내내 '듣는 사람의 열린 태도'로 성실하게 영화를 만들어갔죠.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을 얼마나 쥐락펴락 하느냐가 관건인 스릴러 장르에서 다른 욕심 없이 차분하게, 한 땀 한 땀 94분을 채워나갔다고 자평해요. 관객 여러분은 때로는 신인의 패기를, 때로는 오랜 시간 데뷔를 준비한 중견의 노련함을 같이 보실 수 있을 것이에요"라며 필감성 감독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앞서 황정민은 지난 달 열린 '인질' 제작보고회 당시 "(외유내강은) 정말 편하고 좋다. 같이 작업하는 대표님 이하 PD분들, 제작진 모두 거의 가족 같은 느낌이다. 불편한 것 없이 친구처럼 잘 지내는, 저의 영화적 동반자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기획자로의 황정민을 바라본 강 대표도 '인질' 작업을 하며 그에게 내심 놀라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강 대표는 "황정민 배우는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읽어내고, 여기에 적합한 캐스팅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서 프리프로덕션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상업성과 예술성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적용시키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어요. 극 중 황정민을 제외한 5명의 빌런들의 캐릭터를 다듬어 갈 때, 또 캐스팅할 때의 황정민 배우는 배우가 아니라 제작자와 기획자의 모습이었죠. 작품이 원하는 방향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고 유려해서, 저 개인적으로도 많이 놀랐어요. 파이널 오디션 때는 아예 며칠 내내 극중 자신의 역할을 실제로 연기하면서 신인 배우들의 연기를 꺼내는 탁월한 리더십도 보여줬죠"라고 떠올렸다.
94분이라는 간결한 러닝타임은 속도감 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이 됐다. 강 대표는 "러닝타임은 이미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 결정이 되죠. 외유내강은 외유내강 시나리오 포맷으로, 한 페이지를 1분으로 봤을 때 120페이지를 넘지 않는다는 심리적 동의가 있어요. 가급적 120분을 넘지 말자는 것이죠. 물론 이야기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한다고 보지만 이미 시나리오 단계에서 몇 분 정도 안에 들어오는 이야기인지가 이미 결정되고, 그 시간 안에 충분히 모든것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이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려는가?'에 따라 다른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죠. 러닝타임이 짧은 부분은 분명 상영 횟수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점은 있어요. 그리고 특히 지금 같은 코로나 시대라면 더더욱요. 하지만 그렇다고 러닝타임을 강제적으로 줄이려고 하지는 않아요. 아무리 러닝타임이 짧아도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이미 실패라고 생각하죠"라고 덧붙였다.
처음 심의를 받았던 기존 96분에서 현재의 94분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전했다. 강 대표는 "15세 관람가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영화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감독님과 한 약속이었어요. 다만 귀갓길 납치라는 설정 자체가 워낙 리얼하게 그려지다보니 모방범죄라는 기준에서 볼 때 위험한 접근으로 보여질 소지는 있었다고 생각하죠. 처음보다 짧아진 3분은 등급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적 완성도와 편집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기술적으로 접근하면서 줄여간 것이라고 보시면 돼요"라고 설명했다.
또 "스릴러라는 쟝르의 특성상, 불편하게 보이는 장면이나 위험해 보이는 장면이 따르는 것은 사실 어쩔 수 없죠. 감독과 함께 기획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말했던 것은 '이 이야기가 얼마나 완성도 있는 밀도를 뽑아낼 수 있는가'였거든요. 그 기획 의도에 맞춰 가장 효과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고, 그 결과가 지금의 최종 15세 관람가가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음악의 경쾌함이 스릴러 장르에 대한 불호를 오락영화로 상쇄시켜준 공이 크죠. 김태성 음악감독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해요"라고 말을 이었다.
1995년 영화계에 발을 담그고, 2005년 외유내강을 설립 후 영화인 경력으로만 30여 년에 가까운 여정을 보내 온 강 대표는 코로나19로 비롯된 현재의 답답한 시간들을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매 순간 마음의 의지를 다지는 중이다.
'버틴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긴 강 대표는 "조급하지 않게 때를 기다릴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의미의 '버티기'가 가능하다고 봐요. 지금도 우리 국민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생존 중이시잖아요? 우리 모두 스스로의 생존을 응원하고 지지하면서 이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죠"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미있는 여름영화로 '인질'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악당들을 하나 둘씩 물리쳐가는 과정의 스릴을 만끽해주시길 바라죠"라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조심스레 함께 당부했다.
사진 = 외유내강,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