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국가대표' 이름을 달고 뛰었던 여성 선수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자아냈다.
12일 방송된 KBS 1TV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이하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박세리, 지소연, 남현희, 김연경, 김온아, 정유인 국가대표 6인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박세리는 성별로 나눠지는 임금에 대해 "안타깝다. 매번 대회할 때마다 상금이 올라가긴 했으나 남자 PGA와 여자 LPGA 상금 차이가 극도로 많이 났다. 왜 상금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지 궁금증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남자골프와 여자골프의 총상금은 6배 차이. 박세리는 "투어를 함께하던 여자 선수들이 다 그런 마음이었다. 여자 골프도 남자 골프와 동일한 상금이 가능하지 않을까? 선수들끼리 그런 얘기가 오고가긴 했다"라고 덧붙였다.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제) 차이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김연경은 "저는 사실 그때 해외에서 뛰었기 때문에 샐러리캡이 중요하지도 않았던 시기였다. 한국은 샐러리캡 규정이 있는데 그 규정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참 궁금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김연경은 "인기 때문인지 구단 재정의 문제인지, 남녀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건 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왜 우리 여자 선수들은 더 많은 연봉을 받지 못할까 하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 레전드' 박세리는 "1990년대만 해도 골프가 대중적이지 않았고 치는 연령대가 높았다. 그 분위기가 바뀐 건 제가 미국으로 해외 진출하고 우승하면서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1998년 US 여자골프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세리는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각종 기록을 세운 박세리는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골프 감독을 맡았다.
"남자 선수들이 유독 더 방송에 보이고 노출이 됐던 것 같다. 은퇴하고 나서도 여자 선수들은 거의 방송에 보이지 않았던 게 의아했다"는 박세리는 후배들과 함께 여성 스포츠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이어 선수들은 '미녀', '여동생', '공주' 등의 수식어에 답답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미녀군단'을 항상 붙인다. '미남군단'이라고는 안 하지 않나. 저는 그런 게 별로였다. 여자 선수들은 외모적인 부분이 실력에 관한 이야기보다 먼저 나오는 것 같다. 그런 것에 대한 불만은 항상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세리 또한 "우연히 제 뒤에서 '외모만 더 받쳐줬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얻고 있을 텐데'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저를 너무 잘 아는 것처럼 말씀하시더라. 저한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저도 그때 처음으로 따졌던 것 같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지소연은 "머리 기르는 것 때문에 (관계자들과) 다툰 적도 있었다"며 "축구하기도 바쁜데 자꾸 머리 얘기를 하니까 기분이 안 좋았다. 축구만 잘하면 되는데 자꾸 외적인 걸..."이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어 "왜 자꾸 여자 남자를 구분하나? 잘하고 있는데. 저처럼 꿈꾸는 여자 아이들도 많을텐데"라고 덧붙였다.
박세리는 "여자 남자 나눠서 생각하고 평가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나누기 전에 갖고 있는 능력을 봐야 한다"고 말해 이목을 모았다.
사진=KBS 1TV 방송화면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