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34분, 대만이 결승전에서 중국을 이긴 시간이다. 중국의 외교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대만은 배드민턴에서 중국 선수들에게 굴욕을 선사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만들었다.
리양-왕치린 조(대만)는 31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리준휘-리우유첸 조(중국)을 게임 스코어 2-0(21-18, 21-1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3위 조를 상대로 리양-왕치린 조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리준휘-리우유첸 조가 1게임 초반 치고 나갔지만, 게임 중반부에 승부를 뒤집었고 19-18 상황에서 내리 리양이 연속 2포인트를 따내며 1게임을 가져갔다. 2게임에 흐름을 잡은 리양-왕치린 조는 19점을 얻을 때까지 상대에게 단 9점만 허용하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승기를 굳혔다. 리준휘-리우유첸 조는 2게임에서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시상식에서 포디움에는 대만 선수가 중국 선수보다 높은 위치에 서 있었고 대만 올림픽 기간 중국의 오성홍기보다 높은 곳에 게양됐다. 중국인들은 화가 나고 대만인들은 통쾌함을 느낄 짜릿한 순간이다.
대만은 중국의 압박으로 모든 국제대회에 '타이완(Taiwan)'이 아닌 '차이니스 타이페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참가할 수 있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 1945년 세계 2차대전 이후 국공내전으로 갈라선 뒤 여전히 갈등 관계에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며 대만을 같은 나라로 인식하고 있지만, 대만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도쿄 올림픽 개막식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개막식에서 104번째 순서로 대만 선수단이 입장할 때 경기장 내에선 영어로 'Chines Taipei'로 안내가 됐고 일본 NHK 방송 화면 역시 같은 영어 표기로 자막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NHK 앵커는 일본어로 '타이완'이라고 대만을 소개했고 이를 안 중국 언론 환구시보는 사설로 NHK의 타이완 언급을 비난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만인들에게 이날 배드민턴 남자 복식 조의 맹활약은 통쾌했다. 당사자들인 리양, 왕치린 두 선수 역시 금메달을 딴 기쁨이 넘쳤고 반면 대만에 패한 중국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대만 선수들은 옆에 중국 선수들을 두고 대만 국가 연주를 들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사진=AP/연합뉴스/중계화면 캡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