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26일 일본 무도관, 2020 도쿄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32강전에서는 패자에게도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네덜란드의 샌 베르하겐과 상대한 오스트리아의 베테랑 사브리나 필즈모서는 5분35초 동안 상대의 틈을 노렸지만 절반마저 따내지 못한 채 첫판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무관중 대회임에도 큰 박수로 격려받았다. 대회를 치르러 와 있던 유도 관계자들은 선수 생활 마지막 도전에 나섰던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현장에서 한국 유도 대표팀의 중계를 준비하던 조준호 해설위원도 이 장면을 지켜 봤다고 한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브리나의 사진을 올리며 "80년생 만으로 41세의 오스트리아 사브리나 선수의 아름다운 도전이 끝났다"며 "비록 1회전에 패배했지만 이런 도전이야 말로 올림픽이 아니겠는가"라고 적었다.
사브리나는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런던,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이번 도쿄까지 4연속 올림픽 출전을 이뤄낸 베테랑이다. 국제유도연맹(IJF)에 따르면 그동안 수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한 그는 각종 대회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정작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유도 그랑프리에서는 두 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그이지만 지난 베이징 대회에서 북한의 계순희에게 지며 32강 탈락에 그쳤을 만큼 올림픽에서는 아쉬운 성적이 뒤따랐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의 도전 정신이 곧 올림픽 무관에도 동료들에게 박수받는 이유였다. "올림픽 정신과 부합한다"는 평가와 후배들의 존경이 따르는 이유였다. 오스트리아의 공영 방송인 ORF는 그의 마지막 도전을 "감격적인 이별"이라고 표현했다. ORF는 "41세의 사브리나는 베르하겐에게 졌지만 오랜 동료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 사브리나는 유도의 성지인 무도관의 '성스러운 매트'에 키스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사브리나는 ORF와 인터뷰를 통해 "힘든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걸 바치려 노력했다"며 "그동안 나는 매우 행복했고, 행복했다. 좋은 결말을 맺은 것 같다"며 "비록 끝이 패배였을지라도 슬프지만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브리나는 IJF의 위원장이지만 헬기 조종사 훈련과 경찰 훈련에도 나선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내 삶의 균형을 찾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준호 인스타그램 캡처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