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백미가 홈런이고 농구의 쾌감을 덩크슛에서 찾는다면, 축구의 최고봉은 뭐니뭐니해도 시원하고 통쾌하며 아름답기까지 한 '골'에 있다.
때론 시속 150km에 가까운 속도로 굉음과 함께 뻗어나가는 중거리 슈팅으로, 때로는 발가락 마디 끝의 감각마저 울릴 정도의 부드러운 터치로 그물을 출렁이게 하는 '골'은 축구가 존재하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축구 스타가 수비수보다는 공격수에 몰려 있는 이유도 사람들 열광케 하는 골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10번의 실수 속에서도 단 한 번의 성공으로 칭송받는 것이 공격수인 만큼, 골은 축구의 가장 윗부분에 차지하는 목표이자 가장 점령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에서도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우뚝 서길 기대하는 수많은 공격수가 축구화 끈을 조여 매며 결전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 월드컵에서 골든슈를 노리는 예비 '황금발'들을 조명해 본다.
▲ 세계 최강의 콤비, 브라질의 호나우두와 호나우딩유
ⓒ 김경배
브라질 황금 라인과, 티에리 앙리
2002년 월드컵까지 최고 공격수의 자리가 '축구 황제' 호나우두(브라질)의 것이었다면 2002년 월드컵 이후로는 딱 한 사람만을 지목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티에리 앙리(프랑스)나 반 니스텔루이(네덜란드) 셰브첸코(우크라이나) 크레스포(아르헨티나) 같은 기존의 공격수들이 호나우두와의 간격을 바짝 좁히며 최고 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루니(잉글랜드) 포돌스키(독일) 호비뉴(브라질) 같은 샛별들도 무섭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독일 월드컵은 세계 축구 역사에 있어, 21세기의 시작을 장식할 가장 위대한 공격수를 뽑는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선수들은 역시 브라질의 특급 공격수들이다. 정점인 호나우두를 시작으로 아드리아누 호비뉴 호나우딩유 모두 득점왕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다만, 너무나 화려한 공격진으로 인하여 득점력이 분산될 수도 있어, 기록 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 될 수도 있다.
반면, 화력이 한 곳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의 앙리는 월드컵 우승과 득점왕을 모두 차지해, 지난 월드컵에서 겪은 예선 탈락의 수모를 씻겠다는 각오다.
소속팀인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앙리는 2년 연속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고, 팀의 전력을 비추어 봤을 때도 월드컵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득점왕의 가능성이 크다. 또 브라질에 비해 득점력이 분산되지 않는다는 점도 앙리에게는 플러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 득점에 성공한 후 포효하는 아르헨티나의 크레스포
ⓒ fifaworldcup.com
이번엔 왕좌에 오른다
브라질의 호나우두와 프랑스의 앙리에 가려 최고가 되지 못했던 특급 공격수들에겐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반 니스텔루이와 아르헨티나의 크레스포, 스페인의 라울과 포르투갈의 파울레타도 마지막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결별이 확실해보이는 반 니스텔루이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하겠다는 각오다. 전성기를 지났다는 혹평을 듣고 있는 반 니스텔루이는, 월드컵 골든슈를 계기로 자신의 천부적인 득점 감각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릴 계획이다.
아르헨티나의 크레스포와 스페인의 라울도 이번 월드컵에서 왕좌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특히, 크레스포는 지난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의 수모를 씻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보다 못하다.'라는 주위의 평가를 일축시키려 하고 있다.
라울도 지난 월드컵 8강전에서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던 만큼 이번 월드컵에서 화끈한 골 퍼레이드로 4년 전에 대해 속죄할 각오고, 포르투갈의 파울레타는 마지막 '황금 세대'의 비상을 위해 독일 월드컵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또, 부상에서 회복중인 웨인 루니와 마이클 오웬은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걸고, 결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독일의 포돌스키와 파라과이의 쾌남 스타인 산타크루즈도 득점왕 후보로 주목해야 할 특급 저격수들이다.
▲ FIFA가 주목한 신인왕 후보에도 오른 대한민국의 박주영
ⓒ 남궁경상
우리가 넣어야 팀이 산다
팀 전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득점왕엔 다소 멀리 있지만, 개인으로 봤을 때는 호나우두나 앙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 그런 득점 천재들도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의 '희망'인 안드레이 셰브첸코와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마테야 케즈만, 그리고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록바가 그들이다.
비록 소속팀의 전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 경기를 많이 치르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예선 3경기만으로도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기엔 충분하다.
그 중에서 셰브첸코에 거는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는 크다. 우크라이나를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올려놓은 셰브첸코는,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다녔던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를 월드컵 골든슈로 화끈하게 잘라버리려 하고 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케즈만도 주춤하고 있는 자신의 천부적인 득점 감각을 월드컵을 통해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PSV 에인트호벤 시절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회만 오면 언제든지 골로 연결할 수 있는 그의 감각이 이번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그 밖에도 이탈리아의 질라르디노나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록바 멕시코의 폰세카와 스웨덴의 라르손, 그리고 대한민국의 안정환과 박주영도 주목해야 할 정상급 공격수들임이 틀림없다.
월드컵의 꽃인 득점왕.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는 과연 누가 몇 골을 폭죽처럼 쏘아 올리며 골든슈의 영예를 차지할지 또, 어떤 아름답고 환상적인 골로 전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지 독일 월드컵 공인구 팀 가이스트의 아름다운 '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