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K-POP 명작극장①]이어.
말하듯이 노래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다.
장르는 다를지언정 K-서바이벌에서 무대가 망하는 유형은 비슷하다.
실력 자체가 모자란 경우, 가사를 잊은 경우, 뜻밖의 요소로 멘탈이 흔들린 경우, 팀미션인데 팀워크가 별로인 경우 등등 ‘안 되는 참가자’의 유형은 어느 장르의 서바이벌을 봐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의 실력'을 너무 드러내려고 하다가 오히려 원곡을 망치는 유형이다. 원곡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생기기도 하고, 욕심이 너무 앞선 나머지 생기기도 한다. 그나마 ‘욕심이 너무 앞선 경우’는 인간으로서 이해를 할 수 있는 실수이긴 하다.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서바이벌에 출연했으니,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K-서바이벌 보다보면 소위 ‘고음병’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한 무대를 선보이는 가수들이 많다. 경연에서 임팩트 주기엔 압도적인 고음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성대 차력쇼'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임영웅의 ‘노부부’ 무대에도 고음이 있긴 하지만, 그는 “이 노래는 말하듯이 해야 한다”라는 점을 1초도 잊지 않았다.
이 노래의 화자는 생을 마감하는 배우자를 향해 그간의 겪어왔던 삶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영원한 작별 인사를 하는 사람이다.
설마 임영웅이 고음과 성량이 부족해서였겠는가. 그 역시도 ‘성대 자랑’에, 또는 '성대 차력쇼'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그랬다면 이 무대의 핵심 포인트였던 휘파람 파트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성대 자랑을 하고 싶어 하는 가수에게 그런 파트는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나 노래 잘한다”에 집중하지 않고 화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는데 집중했기 때문에 이 무대가 레전드로 남았다는 것.
이 선택은 노래에 대한 깊은 이해, 화자에 대한 깊은 연구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선택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자신의 보컬 능력을 과신하고 있고 이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노래를 못하던 사람이 잘하기도 어렵지만,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을 드러내는데 중점을 두지 않는 것’도 만만치 않게 어렵다.
그 어려운 것을 해냈기 때문에, 임영웅의 ‘노부부’ 무대가 레전드로 남은 것이다.
사진 = TV조선 ‘미스터트롯’-임영웅 유튜브 채널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