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몸쪽 깊게 파고드는 직구. 그럼에도 방망이가 힘껏 돌았다. 담장 근처에 있던 좌익수는 서너 걸음 만에 멈춰섰다. 비거리 123.5m.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하게 한 173.5km/h짜리 빨랫줄 타구. 롯데 자이언츠는 이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었고, 래리 서튼 감독은 “오늘의 슈퍼스타는 역시 한동희다”라고 말했다.
한동희가 지난달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친 이 홈런은 수치상으로 매우 월등했지만 시즌 최고치를 기록한 건 아니었다. 그만큼 올 시즌에도 타구 질적인 향상은 돋보인다. 앞서 지난달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유희관을 상대로 친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이 올 시즌 한동희가 가장 멀리 친 홈런이었다.
올 시즌 홈런 평균 비거리 1위(122.8m, 스포츠투아이 기준)에 올라 있는 한동희는 지난해 타구가 잘 뜨지 않아서 고민이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구속도”라는 평가가 늘 뒤따랐기에 타구를 띄우기만 한다면 생산력 향상까지도 이어질 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2019년 시즌(0.74)과 비교해도 뜬공/땅볼 비율은 0.71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동희는 “타구의 발사 각도를 높이려 해외 리그의 좋은 타자들의 동영상을 참고하고 있다”며 “스윙 궤도와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찾아 본다”고 했다.
띄운 공의 비율 자체는 낮았지만 꾸준한 기회를 받으며 자신감도 회복한 한동희는 지난해 17홈런을 치며 올해에는 더 큰 목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올해에도 뜬공/땅볼 비율 자체는 0.70으로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외야로 뜬 타구 중에서 홈런이 나온 비율을 보면 0.28로 지난해(0.22)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팀 내 홈런 1위(10)인 이대호와 같은 수치다.
한동희는 올 시즌 58경기 타율 0.251 OPS(출루율+장타율) 0.795, 9홈런 36타점, 조정득점생산(wRC+, 스탯티즈 기준) 110.4를 기록했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18홈런 72타점을 치는 페이스다. 지난해 활약을 뛰어넘는 페이스이지만, 시즌에 앞서 3할 타율과 30홈런 100타점을 목표로 한 한동희다. 타격감이 달아오르던 지난달 불의의 각막 손상으로 흐름이 끊기는 불운도 따랐지만 한동희는 목표치를 수정할 마음은 없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도전한다.
한동희는 각막 부상에서 복귀한 지난달 25일부터 6경기 동안 타율 0.333(24타수 8안타) OPS 1.010, 2홈런 6타점으로 좋았던 페이스를 이어 나갔다. 29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125m짜리 대형 홈런으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며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복귀 후 첫 2경기에서는 또 9타수 2안타를 기록했는데 모두 홈런이었다. 한동희는 "올해도 테니스 공을 치며 연습하는 등 내 루틴을 꾸준하게 이어 오며 서서히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했다.
사진=인천, 고아라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