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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손담비 "저, 가수 말고 배우가 꿈이었어요"

기사입력 2021.06.27 12:12 / 기사수정 2021.06.27 12:12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예전부터 저는 가수가 아니라, 배우가 꿈이었거든요. 가수로 데뷔 방향이 바뀐 케이스였고, 이후에 연기를 하면서 또 다른 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 정말 재밌고 짜릿하다는 것을 알았죠. 다른 사람으로 내가 살 수 있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희열도 많이 느껴요." (2018.10.15. '배반의 장미' 인터뷰 중)

가수 겸 배우 손담비의 다양한 행보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손담비는 2007년 싱글 앨범 'Cry Eye'로 정식 데뷔해 이듬해인 2008년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미쳤어'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며 단숨에 스타로 도약했죠. 이후 '토요일밤에'(2009), 'Queen(2010)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대표적인 여자 솔로 가수로 정상을 밟았습니다.

2009년에는 SBS 드라마 '드림'으로 연기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하죠. 이후 '빛과 그림자'(2011), '가족끼리 왜 이래'(2014), '미세스 캅'(2016)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갑니다. 2019년에는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 역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10년간 다져온 연기 활동을 인정받았죠. 노래로 시작해 연기에 이르기까지, 조금 느릴지라도 계속 움직이며 두드려왔던 시간들이 빛을 발한 때였습니다.


'동백꽃 필 무렵'으로 차근차근 다져온 노력을 인정받기 한 해 전인 2018년 10월, 손담비는 영화 '배반의 장미'로 관객들을 만납니다. 드라마의 주연도 이미 경험했던 그지만, 영화로는 2018년 조연으로 출연했던 '탐정: 리턴즈' 이후 주연은 처음이었죠.

이날 인터뷰는 연기를 생각하는 손담비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 오랜만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넓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손담비는 멀리서 봐도 큼지막한 이목구비로 시선을 모았죠. '방송 관계자들이 꼽은 실제로 보면 가장 예쁜 연예인 1위'로 꼽히기도 했던 손담비는 눈에 띄는 시원시원한 외모만큼이나, 쏟아지는 질문들에도 솔직한 답을 이어가며 털털한 매력을 내비쳤습니다.

손담비가 연기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주의의 편견 어린 시선을 감내해내야 하는 부분이 있었죠. 손담비는 "제가 가수로 일한 시간이 더 긴 것이 사실이니, 그런 시선들을 지울 수는 없는 것 같다"며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도 힘든 건 사실이었죠. 사실, 그래서 가수 활동을 아예 안 하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었어요"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절실함과 진심이 커졌던 때였습니다. 손담비는 "예전부터 저는 가수가 아니라, 배우가 꿈이었거든요. 가수로 데뷔 방향이 바뀐 케이스였고, 이후에 연기를 하면서 또 다른 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 정말 재밌고 짜릿하다는 것을 알았죠. 다른 사람으로 내가 살 수 있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희열도 많이 느껴요"라고 말했습니다.

"조금 더 이 캐릭터를 많이 분석해서 제 것으로 가져갔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가수가 3분이라는 시간 동안 무대에 서서 환호를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그렇게 하나하나 해 나가는 것들이 정말 재미있었죠. 제 마지막 목표가 노래와 연기를 같이 하는 것이거든요. 정말, 제 최고의 소망 중에 하나인데 그걸 이루려면 연기적인 부분에서 대중에게 더 많이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되돌아보니, 손담비는 1년 후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이 약속을 지켜냈습니다. 아직 연기로 대중의 온전한 지지를 받기 이전이었음에도,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손담비의 표정과 말투에는 여유가 묻어나왔었죠.


손담비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웃음 짓다가, 이내 "가장 바빴을 때는 체력적, 정신적 여유가 정말 없다 보니 어느 순간 눈 뜨면 기계처럼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8년 동안 하고 있으니 너무 무기력해졌고요. 너무 제 자신에 대해서 채찍질만 하다 보니 우울증도 왔었고요. 참, 그 때는 다시 생각해도…"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가장 인기가 많았을 때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 손담비가 정리한 정상에 놓여있던 시간들의 의미였습니다. 그렇게 20대를 보낸 손담비는 30대를 맞이하면서, 또 연기 활동을 계속 해나가면서 스스로 조금씩 여유를 찾는 법을 알게 됐죠.

그렇게 찾은 손담비의 여유는 최근 이어지는 행보들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도도한 이미지에 가려졌던 실제 허당기 넘치는 일상을 공개하며 대중에게 한 뼘 더 친근하게 다가갔죠.

SNS에도 다양한 일상을 공개하며 또래 여성들의 워너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어떤 옷이든 센스 있게 소화하는 길쭉길쭉한 팔다리로 다양한 패션을 소개하는가 하면, 기타 연주 같은 취미 생활과 운동으로 보여주는 자기 관리까지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죠.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다 보니 진짜 본인의 행복을 찾는 법도 알아가게 됐습니다.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죠. 

당시 손담비는 "늘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주위에 언니들이 있어서 외로움을 모르다가도, 문득 돌아보면 '어딘가에 내 짝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없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외로워지더라고요. 계속 일을 선택하다 보니까, 항상 사랑을 놓쳤던 것 같아요. 만약 이번에 정말 그런 사랑이 나타난다면, 꼭 붙잡고 싶은 마음이죠"라고 쑥스럽게 말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손담비는 자신의 SNS 채널 등을 통해 여전히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혼이 정말 우리 엄마의 소원이다. 그런데 맘대로 안 된다. 내 삶이 이런데 어떡하냐. (주위가) 다 여자들이다"라고 하소연하며 "저 그렇게 쌀쌀맞은 여자 아니다. 왜 기가 세다고 생각하나. 아니다"라고 절절하게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면 빨리 손담비의 곁에 좋은 사람이 찾아와주길 저절로 같이 응원하게 되죠. 


손담비는 "10년을 활동했는데도 저를 너무 센 이미지로만 보시는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없어질 때가 된 것도 같은데!"라고 거듭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누리꾼을 웃음 짓게 했던 일명 '업신짤'에 대해서도 "노래할 때의 제 특유의 표정이 그런가 봐요. 분명 무언가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던 도중에 찍힌 운명의 짤일텐데…"라고 유쾌하게 말하며 "아직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도도하게 쳐다보면서 업신여기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됐는데, 제 본 모습은 정말 그렇지 않거든요"라고 투정 부리듯 울상을 지었죠.

3년 전 30대 중반을 지나던 당시의 손담비는 "조금씩 나이를 먹다 보니까, 캐릭터들을 만나면서도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많이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만날 다른 캐릭터들로도 성숙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죠"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손담비는 차기작을 신중하게 검토하며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죠. 일상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작품 속 또 다른 캐릭터로 다가올 손담비의 모습도 기대를 더하고 있습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드라마 스틸컷, MBC 방송화면, 손담비 유튜브 방송화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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