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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맹비난" 베어벡, 英 맥클라렌과 닮은 꼴?

기사입력 2007.06.04 07:05 / 기사수정 2007.06.04 07:05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네덜란드에 0-2 패배를 당한 다음날, 가장 속이 쓰린 사람은 누굴까? 아마 최근 2연패로 좋지 않은 여론의 화살을 받고 있는 베어벡 감독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법. 베어벡 감독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감독 맥클라렌과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검증된 카드"의 부진

맥클라렌 감독과 베어벡 감독은 모두 2006년 월드컵 직후 대표팀 감독직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양 팀의 전 감독인 에릭슨과 아드보카트는 월드컵 직전 자신의 사임을 분명히 했고, 양국의 축구협회는 세계적인 명장들을 후보명단에 올리며 후임 감독을 찾느라 바빴다. 그러나 '코치' 맥클라렌과 베어벡은 대표팀을 위해 오랫동안 봉사하며 경험을 쌓은 점을 높게 평가받았고, 결국 월드컵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다.

9개월의 시간 동안 잉글랜드와 한국은 각기 10경기와 9경기의 A매치를 치렀다. 잉글랜드는 10경기 동안 4승 4무 2패를 기록했고, 한국은 9경기에서 3승 2무 4패를 거두었다. 겉보기에 맥클라렌 감독의 성적이 더 좋아 보이지만, 잉글랜드는 이스라엘과 비기고 크로아티아에 패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유로 2008 예선통과가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베어벡 감독의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 예선을 무리 없이 통과했지만 강팀과의 친선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여론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두 감독의 공통점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잉글랜드와 한국 모두 그리스와 네덜란드를 상대로 친선경기를 치른 것이다. 맥클라렌 감독은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인 그리스와의 친선경기에서 4-0의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었고, 베어벡 감독 역시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치른 그리스와의 친선경기에서 1-0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네덜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1-1로 비겼고, 한국은 홈에서 치른 네덜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0-2로 패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네덜란드가 넣은 세 골 모두 반 더 바르트의 발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루니와 김두현, "동병상련" 감독들의 희생양?

맥클라렌 감독은 10월 7일 마케도니아전 0-0 무승부 이후 5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엄청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잉글랜드의 부진한 성적은 유로 2008 본선 진출과 직결되기에 비판 여론은 하늘을 찔렀다. 유로 2008 본선 진출 실패에 따른 손해와 맥클라렌 감독의 경질 비용을 비교하며 하루빨리 그를 경질하자는 여론이 노골적으로 나왔다.

잉글랜드 팬들의 불만은 경기결과 때문이기도 했지만 5경기에서 한 골밖에 기록하지 못한 답답한 내용 때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맥클라렌 감독은 대표팀의 부진에 대해 루니의 부진을 지적하며 희생양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맥클라렌 감독의 루니 비판은 각계의 '역풍'을 맞으며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말았다.

어제 베어벡 감독의 김두현 비판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지적된다. 경기를 관전한 기자들은 0-2로 뒤진 상황에서 공격적 성향의 김두현을 늦게 투입한 것이 패인이 아니냐며 베어벡 감독에게 질문했으나, 돌아온 것은 의외의 강한 '김두현 비판'이었다.

종료 10분을 남겨둔 상황에서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에게 경기 상황을 바꾸도록 주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김두현은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고 공격을 전개하는 대표팀 전술 틀에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베어벡 감독의 김두현 비판은 엄밀한 의미의 비판이라기보다는 패장의 "희생양 만들기"에 가까웠던 것이다.

상식 밖의 전술도 공통점…. 새로운 선수가 유일한 희망?

맥클라렌 감독은 유로 2008 예선 크로아티아전에서 유례없는 3-5-2 포메이션을 가동한다. 세트플레이에서 수비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 전술 변경의 이유. 그러나 잉글랜드 선수들은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며 졸전 끝에 0-2로 패배하고 말았다.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선수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것이 치명적인 패배로 이어진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아드보카트의 4-3-3포메이션을 계승하며 기존의 틀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중앙수비수 자리에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인 김상식과 왼쪽 윙백 전문인 김동진을 투입, 색다른 '실험'을 시행했다. 중앙수비로 뛴 적이 없던 두 선수는 아시안컵 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수로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베어벡 감독은 네덜란드전에서 김진규와 강민수를 선발로 출전시키며 자신의 실험이 실패로 끝났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두 감독이 나쁜 점만 닮은 것은 아니다. 맥클라렌과 베어벡 감독은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 중이다. 맥클라렌 감독은 에릭손 감독 시절 잠시 시행되었던 플랜 B(Plan B)를 가동했다. 기존 잉글랜드 대표팀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새로운 선수를 실험해보는 기회를 가진 것. 잉글랜드 B팀은 알바니아와의 친선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쇼레이 등 4명의 B팀 선수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1-1무승부를 거두는데 일조했다.

베어벡 감독 역시 적극적이진 않지만 조용한 선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 감독을 겸하고 있는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성인대표팀에도 출전시키며 부진을 타개하고자 노력 중이다. 우성용, 손대호 등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도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을 기용한 네덜란드전 후반전은 비록 득점엔 실패했지만 내용상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경질 위기, "재미있고 내용 있는 축구"로 극복하라

두 감독은 모두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난에 불만을 느낄지도 모른다. 실제로 베어벡 감독은 K리그 일정 등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했고, 맥클라렌 감독은 안도라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자 여러분, 당신 마음대로 쓰십시오."라고 한 뒤 퇴장해 언론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팬들이 두 감독에게 불만을 제기하고 경질론까지 들고나오는 것은 경기결과 때문은 아니다. 두 감독은 9개월 동안 대표팀을 맡으며 아직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단조로운 전술을 구사하며, 확실한 득점 루트를 찾지 못했다. 두터운 국내 리그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값'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며 적절한 선수 조합을 찾지 못하는 것 역시 두 감독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팬들은 재미있고 내용 있는 축구를 원한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 팬이 "져도 좋으니 한 골만 넣어봐라!"라고 외친 것은 바로 이런 희망을 반영한다. "동병상련"의 베어벡과 맥클라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팬들의 희망을 경청하고 이를 축구로 보여주는 '성실함'이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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