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4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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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 오른 40세 야수, 그 자체로도 멋지지 않나요

기사입력 2021.06.23 05:30 / 기사수정 2021.06.23 02:52


[엑스포츠뉴스 인천, 조은혜 기자] 일주일의 첫 경기, 승부가 기울어지자 SSG 랜더스는 투수를 아끼기 위해 9회 야수를 등판시켰다. 40세의 팀 최고참, 김강민이었다.

SSG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1-14로 대패했다. 이날 선발 이태양의 5피홈런을 포함해 6회까지 0-13으로 끌려갔던 SSG는 1-13가 된 9회초 김강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강민의 프로 데뷔 첫 투수 등판이었다.

9회초 하재훈이 문보경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1사 주자 없는 상황, 하재훈이 내려가고 김강민이 등판했다. 조금은 지쳤을, 그럼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SSG 팬들에게는 소소한 이벤트가 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었지만 팬들도 선수들도 '신인 투수' 김강민에게 기대를 숨기지 못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오지 않는 게 좋았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점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강민은 처음 상대한 타자 정주현에게 볼 세 개를 내리 던진 뒤 스트라이크를 꽂았으나 5구에 좌측 홈런을 넘어가는 홈런을 허용했다. 홈런을 맞은 후 130km/h 중반대였던 김강민의 공은 더 빨라졌다. 전력분석 기준 최고 145km/h. 현역 투수와 견주어도 빠른 구속을 찍은 김강민은 김재성과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까지 솎아냈다.

이어 김용의를 상대해 2스트라이크 후 볼 4개로 볼넷을 허용했으나 신인 이영빈을 3루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날 자신의 투수 데뷔전을 마쳤다. 20구로 ⅔이닝 1피안타(1홈런) 1볼넷 1탈삼진 1실점. 투수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기록에 모두 숫자를 올리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김강민을 향해, 모든 이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들어 점수가 크게 벌어진 경기 후반에 야수가 투수로 나서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벤치의 결단과 선수의 희생이 필요해 결코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팬들에게는 귀한 광경일 수밖에 없었다. 몸을 사려도 모자랄 베테랑은 흔쾌히 팔을 걷어붙였고, 그 순간 랜더스 필드의 공기가 달라졌다. 패색의 침울함을 지우는 그 모습 그 자체로도 멋졌다. 구속의 놀라움은 그 다음이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SSG 랜더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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