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오래도록 꿈꿔왔던 태극마크,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래도 한화 이글스 강재민은 리그 제일의 불펜답게, 굳이 뒤돌아보지 않는다.
강재민은 지난 18일 대전 SSG전에서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 발표 후 첫 등판을 했다. 강재민은 "내가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는데, 등판할 때 평소보다 박수 소리가 조금 더 크고, 팬분들이 더 응원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부분들이 공을 던지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달라지는 것 없이 내 공 던지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것만 생각하고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1⅓이닝 무실점. 우리가 알던 강재민의 모습 그대로 공을 던졌다. 2사 2루 상황에 등판해 첫 타자 최주환에게 볼 두 개를 던진 후 고의4구로 최주환을 출루 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화가 난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고의4구 때문이라기보다 2구까지 내가 원하는 공을 못 던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나 스스로한테 화가 났던 것"이라는 게 강재민의 설명. 의욕도 그대로였다.
국가대표는 타이밍과 실력이 맞아떨어져야 다다를 수 있는 자리다. 많은 사람이 강재민을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클 법했다. 강재민은 "국가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고, 욕심도 많았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원래 내 기사를 많이 찾아보는데, 안 보려고 노력하다 최근에서야 확인했다. 경기력에 영향이 없을 만큼 빨리 회복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털어놨다.
생각지 못한 결과에 축하가 아닌 위로가 쏟아졌다. 강재민은 감사하게 그 위로를 받되, 그 위로에 기대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는 "팬분들도 그렇고, 정말 많은 분이 위로를 해주셨다. 그렇지만 위로를 받기 위해서 야구를 하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 공을 던지려고 한다"며 "지금 안 됐다고 해서 내가 국가대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의 꿈은 여전하다"고 씩씩하게 얘기했다.
마음에 걸리는 건 자신이 아니라 한화에서 유일하게 대표팀에 승선한 절친한 동료 김민우였다. 강재민은 "민우 형한테 축하를 많이 해줬는데, 솔직히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 형도 분명히 국가대표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비시즌 때 같이 운동하면서 함께 목표로 삼기도 했다. 그런데 내 앞에서는 티를 안 내는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형이 가서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18일 무실점을 한 이후 20일에도 등판한 강재민은 다시 1⅓이닝 무실점으로 15경기, 21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갔다. 평균자책점은 0.50. 강재민은 "멀티 이닝을 던져도 좋은 결과가 나고 있고, 연투도 문제없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 체력적인 부분도 먼저 준비를 잘하고 있다"며 "시즌 전부터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목표였고, 지금도 변함없다. 어떤 기록보다 내가 팀에 도움이 되고, 팀 승리를 지킬 수 있는 쪽으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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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