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진한 메이크업 없이도 미모가 돋보인다. 내추럴한 매력이 아름다운 배우 이영진은 쑥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사진 촬영에 임했다. 차도녀일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꾸밈없고 진솔하고 털털하다.
과거 차갑고 무서운 인상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MBC ‘복면가왕’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그런 편견이 있다며 웃어 보였다.
“평소에 실없이 웃는 인상도 아니고 일상에서 표정의 변화가 없어요. 억지로 웃지 않고, 제가 웃는 건 정말 웃겨서 웃는 거거든요. 키도 좀 있고 편하고 다정다감한 이미지가 아니기도 하고 역할도 셌던 터라 남자분들 중에 무서워하는 분들이 있어요.”
MBC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에서도 어둡고 삶에 희망이 없는 유미 역할을 맡았다. 알코올에 의존하며 홀로 키우고 있는 딸 소현(김환희 분)에게 무심한 엄마였다.
“밝은 역할을 할까봐요. (웃음) 현장에서 웃을 수 있는 정도였으면 해요. 어두운 역할이면 감정선이 깨질까봐 현장에서 장난 치기도 쉽지 않고 혼자 왕따 아닌 왕따처럼 지내거든요. ‘목표가 생겼다’는 4부작 특성인지 똘똘 뭉치고 현장도 사람도 좋았는데 마음 편하게 웃고 지낼 순 없었어요. 유미 집에서 이틀에 걸쳐 몰아찍었는데 소현을 만나 울었다가 재영(류수영)을 만나서 울고 계속 오열했어요. 감정이 한번 깨지면 뒤에 신이 망쳐지니 현정에서 마음껏 웃을 수 없었죠.
앞으로 블랙 코미디 정도라도 해보고 싶어요. ‘닥터 탐정’만 해도 내용이 마냥 즐겁진 않았는데 그래도 현장에서 웃을 수 있었어요. 확실히 ‘위대한 유혹자’ 때가 현장에서 편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밝게 얘기하면서 텐션을 올려서 연기를 했거든요. 저는 역할을 따라 가는 것 같아요.”
이영진은 벌써 23년 차 배우다. 1998년 하상백 쇼를 통해 모델로 데뷔했고 1999년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연기에 발을 들였다. 백상예술대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영진은 "상복은 이미 끝난 것 같다. 신인상을 '백상', '영평상'에서 두 번 받고 시상식에 가본 적이 없는 듯하다"라고 겸손해하면서 "신인상 수상이 20년 넘게 일한 원동력이 됐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후 영화 ‘아프리카’, ‘기다리다 미쳐’ , ‘요가학원’, ‘4교시 추리영역’, ‘환상속의 그대’, ‘배심원들’,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 ‘코마’, ‘마스터 국수의 신’, ‘위대한 유혹자’, ‘닥터 탐정’, ‘메모리스트’, ‘목표가 생겼다’ 등 배우의 길을 우직하게, 탄탄하게 걸어왔다.
“되게 생경해요. (데뷔 23년차라는 것에 대한) 현실감각이 없는 거 같아요. 세상은 빨리 가는데 저만 느리게 한계단씩 올라가는 느낌도 있어요. 매년 연초마다 성장 없이 나이만 먹는 게 아닐까, 배움이 멈춰진 거 아닐까 이런 고민이 있었어요. 앞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너무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는 현재에 볼 법한 배우요. ‘목표가 생겼다’의 유미도 그 속에 속해 있는 캐릭터였고요.”
최근에는 반려견 크림이와 함께 SBS 관찰예능 ‘뷰티 앤 더 비스트’에 출연했다. 기회가 되면 예능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단다.
“절대 안한다 주의는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냥 웃기는 재주는 없거든요. 뭘 해서 웃겨야 하면 못 웃길 확률이 크니 자신이 없어요. ‘뷰티 앤 더 비스트’에서는 크림이 매니저로서 출연한거예요.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분들이 무언가를 되게 많이 하잖아요. 저는 집에서 넷플릭스만 8시간 보거든요. 계속 정지화면일 것 같아요. (웃음) 뭘해야 하는 게 힘든 거 같아요.”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온 이영진은 올해 41세가 됐다. 40대 이후 이영진이 보여줄 모습과 행보가 기대된다.
“마흔이 됐다고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요. 대중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배우로 남길 바라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