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18:21
스포츠

[결산] '무관의 제왕' 리버풀의 끝나지 않은 드라마

기사입력 2007.05.25 05:13 / 기사수정 2007.05.25 05:13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후반 44분, 카이트의 헤딩골이 터지면서 양 팀의 팬들은 일순간 침묵에 빠졌다. 아마 모두가 2년 전의 '드라마'를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0-3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7분 사이에 나온 세 골이 리버풀을 웃게 했고, 밀란을 울게 했다. 다른 팀이 아닌 리버풀이었기에, 남은 4분 동안 어떠한 드라마가 나올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골은 더 터지지 않았고, 리버풀은 밀란 주연 복수극의 초라한 조연 역할에 만족해야만 했다.

대형 영입이 없는 '조용한 변화'

리버풀은 잉글랜드 1부리그를 18번이나 우승한 최고의 명문이지만, 92년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후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80년대 무려 7번이나 리그 챔피언을 차지한 팀답지 않게 리버풀은 리그 우승과 인연이 없었고, 지난 시즌 역시 아쉽게 3위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FA컵을 들어올리며 무관의 제왕은 면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베니테즈 감독은 대형 선수의 영입을 추진하지 않았다. 마땅한 스트라이커 자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거물급 스트라이커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지배적이었지만, 베니테즈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적자금을 쪼개어 여러 포지션에 다양한 선수를 영입했다. 벨라미, 팔레타, 아우렐리오, 페넌트들이 바로 그 주인공. 900만 파운드를 들여 영입한 카이트가 그나마 대형 영입이라면 대형 영입이었다. 첼시가 같은 해 영입한 셰브첸코의 이적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로테이션 시스템, 그리고 부진한 출발

베니테즈 감독은 주전 선수를 정하지 않고 고르게 선수를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5명의 선수 영입은 베니테즈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위한 영입이었다. 이들 누구도 완벽하게 주전 자리를 꿰차거나 후보로 밀릴 만한 선수는 없었다. 레이나, 피넌, 캐러거, 제라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수가 번갈아가며 상황에 맞게 선발 기회를 잡았다.

리버풀은 첼시를 2-1로 격파하고 커뮤니티 쉴드를 차지하며 좋은 출발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리버풀은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며 이변의 제물이 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리그 첫 경기였던 셰필드와의 경기에서 1-1로 비긴 리버풀은 '머지사이드' 라이벌 에버튼에 0-3으로 완패하고, 볼튼과 첼시에 패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특히 첼시, 맨유, 아스날과의 원정경기에서 모두 패배한 것은 시즌 초반 리버풀에 큰 타격이 되었다.

베니테즈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은 컵 대회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지만, 장기 레이스인 리그에서는 오히려 조직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잦은 수비라인의 교체는 대량실점의 빌미가 되었고, 공격수들은 꾸준히 선발기회를 잡지 못하며 득점감각을 유지하지 못했다.

'복수혈전' 후반기,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리버풀은 12월을 넘어서면서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예전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다. 위건과 풀럼을 상대로 2경기 연속 4-0 승리를 거둔 리버풀은 찰튼과 왓포드까지 꺾으며 4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리버풀은 시즌 초반 충격의 패배를 안겨준 팀을 상대로 '복수'에 들어갔다.

리버풀은 시즌 초반 0-2 패배를 안겨준 볼튼을 홈으로 불러 3-0 완승을 하였고, 리그 개막전 무승부를 안겨준 셰필드에게는 4-0 홈경기 승리로 복수했다. 리그컵과 FA컵에서 리버풀에 잔혹한 패배를 안겨준 아스날에게도 리그 홈경기에서 4-1 승리로 복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리버풀이 진정 상승세를 탄 것은 챔피언스리그였다. 리버풀은 시즌 초반의 부진으로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졌고, 자연스럽게 챔피언스리그에 전력투구할 수 있었다. 최고의 전력으로 대비한 챔피언스리그에서 리버풀은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 아스날을 꺾은 이변의 주인공 PSV를 차례로 꺾고 우승을 향해 다가갔다.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순항은 쿼드러플을 노리던 첼시마저 누르고 결승전까지 이어졌다.

리버풀, 다음 시즌 드라마가 더 기대되는 이유

'잘 나가던' 리버풀의 순항도 밀란을 넘지는 못했다. 최고의 경험으로 무장한 밀란은 2년 전 좌절을 안겨준 리버풀을 너무나 잘 알았고, 안첼로티의 절묘한 전술은 리버풀의 또 다른 '역전 드라마'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리버풀의 다음 시즌은 이번 시즌과 크게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미국인 사업과 조지 질렛과 톰 힉스가 구단을 인수하며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이미 아게르와 마셰라노 등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겨울에도 보카 주니어스의 인수아를 임대영입했다. 세바스챤 레토와 루카스 레이바 등 젊은 남미의 유망주들 역시 이번 여름 리버풀행을 예약한 상태다.

베니테즈 감독의 '스페인 커넥션'으로 큰 재미를 본 리버풀은 앞으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유망주를 입도선매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팀 리빌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 재정적인 제약으로 영입할 수 없었던 거물급 스트라이커 역시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게 될 전망이다. 에투와 토레스가 우선영입대상으로 대두하는 가운데 베니테즈 감독은 프리미어십의 정상급 스트라이커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버풀은 효과적인 투자로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정상에 오르며 잉글랜드 최고 명문이라는 자존심을 챙겼다. 베니테즈의 연속 트로피 행진은 이번 시즌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그 누구도 리버풀의 이번 시즌을 실패라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막강한 재정지원까지 등에 업은 리버풀, 그들은 이미 다음 시즌 '드라마'를 위한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박형진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