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5.24 16:38 / 기사수정 2007.05.24 16:38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시즌 초반, 'K리그 챔피언' 성남의 AFC 8강행을 의심하는 사람은 몇되지 않았다. 성남은 지난 시즌 안정된 전력으로 어렵지 않게 리그 챔피언에 올랐고, 이미 'K리그 수준을 넘어섰다'는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은 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팀 중 조 1위만이 8강에 오르는 험난한 경쟁은 성남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극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AFC 챔스 8강에 오른 성남, 과연 성남에겐 어떤 험난한 여정이 있었을까?
눈 위에서도, 무더워 속에서도.. 안 따라준 '날씨운'
성남의 AFC 챔스 첫 경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열대 기후인 베트남에서 온 동탐 롱안을 상대로 한 홈 첫 경기에 때 아닌 폭설이 내린 것.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장 위에는 하얀 눈이 소복하게 덮혔고, 경기진행요원이 눈을 쓸어냈지만 계속 오는 눈은 막을 도리가 없었다. 동탐 롱안의 감독은 경기 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AFC 측은 경기 강행을 지시했다. 성남은 압도적인 전력차로 4-0 대승을 거두었지만, 더 많은 골을 '눈' 때문에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조별예선 세 번째 경기였던 애들레이드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때 아닌 무더위에 시달렸다. 2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온 호주는 30도가 넘는 찜통더위였던 것. 산둥 루넝과의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배한 성남은 이 날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8강행에 비상이 걸렸다.
산둥이 준 마지막 기회, 전력투구 나선 성남
두 번의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성남은 자력 8강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성남이 애들레이드와 산둥에 고전한 사이 산둥 루넝은 애들레이드와 동탐 롱안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조 1위에 오른 것. 성남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 뒤 산둥 루넝의 실수를 바래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던 기회가 찾아왔다. 동탐 롱안과의 원정에서 3-2 신승을 거둔 산둥 루넝은 홈에서 맞이한 애들레이드와 2-2 무승부를 거둔 것. 성남에게 0-1로 패하며 조예선 탈락이 확정된 애들레이드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두 골을 만들며 성남에게 멋진 기회를 선물했다. 성남 역시 동탐 롱안을 상대로 한 어려운 원정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애들레이드가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성남이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 팀은 산둥 루넝. 성남은 산둥에게 승점 3점차로 뒤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이긴 후 산둥과의 경기전적을 따져야하는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두 골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면 자력으로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규칙은 복잡했지만, 방법은 간단했다. 두 골을 넣고 실점하지 않는 것이었다.
피로 잊은 주전들.. 드라마를 만들다
성남은 산둥과의 일전을 앞둔 주말 인천 원정 경기에 주전 멤버를 그대로 기용했다. 주전 선수 대부분은 이 날 90분 경기를 소화하며 적지 않은 체력을 소비했다. 그리고 3일 뒤, 이들은 AFC 챔스 8강을 결정짓는 산둥과의 결전에 그대로 투입되었다. 컵대회와 리그대회에 선수를 돌아가며 투입하는 다른 K리그 팀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날 산둥전을 뛴 성남 선수들은 3일 전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성국은 화려한 드리블로 좌우 측면을 오가며 산둥 수비를 농락하였고, 모따는 기발한 볼트래핑으로 산둥 선수들을 제치며 슈팅을 날렸다. 김동현은 체격이 좋은 산둥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으며 제공권을 장악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성남의 에이스는 김두현이었다. 김두현은 역습 찬스에서 발빠르게 산동 수비수를 따돌리며 김동현의 골로 이어지는 패스를 날렸고, 손대호의 두 번재 골을 프리킥으로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김두현이 종횡무진하며 산동은 중원싸움에서 밀렸고, 결국 이것이 산동의 0-3 패배로 이어졌다.
성남, 중동 넘고 아시아의 제왕으로
8강에 오른 성남은 결승에 오를 경우 최대 3팀을 만나 6경기를 치르게 된다. 성남은 이 중 최소 한 차례는 중동팀을 만나 원정경기를 펼쳐야한다. 8강에 오른 팀 중 2팀은 일본팀이며 나머지 5팀은 이란, 시리아 등 중동권팀인 것.
중국, 베트남, 호주를 만나 좋은 성적을 거둔 성남은 이제 더 넓은 아시아로 나가 숨막히는 열전을 펼쳐야한다. 어렵게 8강에 오른 만큼, 성남이 남은 일정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K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을 세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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