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인 5월 16일 생일을 맞이한 가수 아이유는 데뷔 초부터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아티스트다.
각종 방송에서 그가 이따금 내뱉는 진심과 의문은 “이 어린 친구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라는 놀라움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어릴 때 나이에 비해 성숙한 사고를 하고 있다고 해도 나이를 먹음에 따라 실제 나이와 정신적 나이가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2021년 현재까지 아이유는 매해 각 나이대에 기대되는 모습보다 몇 발짝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이들이 가장 공감하는 아이유의 나이송일 ‘스물셋’(앨범 : 챗셔)만 해도 곰곰이 생각하면 사실 그 나이대에 아이돌적 인기를 구가하던 사람이 할 만한 선택은 아니다.
남들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만 하고, 남들이 칭찬할 만한 이야기만 해도 충분했을 시기에 혼란스럽디 혼란스럽고 꼬이디 꼬이 내면을 있는 그대로 내뱉는다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자신의 25살을 상징하는 앨범 ‘팔레트’ 때 아이유가 보여준 정신적 성장은 거의 도인의 경지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앨범과 동명인 타이틀곡 ‘팔레트’ 가사 속 “날 싫어하는 거 알아”라는 가사가 보여주는 해탈의 경지는 범인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내적 경지가 어느 정도 쌓인 이후 아이유의 시선은 타인의 내면을 향하기 시작하고, 그 시선은 ‘이름에게’, ‘러브포엠’ 같은 명곡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올해 발표한 정규 5집 ‘라일락’도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아이유의 정신적 성장과 냉철한 자기 객관화를 감상할 수 있는 앨범.
그 누구보다 화려한 성공을 맛 본 20대 아이유의 20대 마지막 앨범. 사실 “나 잘났다!”라는 이야기만 양껏 해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유는 내세움 대신에 ‘치열한 고민’을 선택했다.
앨범과 동명인 타이틀곡인 ‘라일락’은 타이틀곡인 동시에 앨범의 인트로를 담당한다.(곡 자체가 1번 트랙이다)
‘라일락’에서 20대를 떠나보내는 자신의 감정을 크고 섬세한 그림으로 그려낸 아이유.
‘라일락’ 앨범이 발표된 이후 계속 앨범의 전체적인 그림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해석의 결론은 2번 트랙 ‘플루’와 3번 트랙 ‘코인’이 20대 아이유의 빛과 그림자를 상징하는 곡이라는 것이었다.
‘코인’에서 아이유는 일 잘하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중 “최악의 패를 들고 싹 쓸어”라는 가사는 10대~20대 아이유의 가수 인생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가사라 볼 수 있다.
반면 ‘플루’는 화려함 뒤에 감춰진 ‘건강하지 않은 아이유’를 상징한다. 자체 콘텐츠에서 아이유는 ‘플루’의 주인공이 ‘셀러브리티’ 아이유를 사랑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아이유가 이따금씩 언급하는 ‘일에 대한 집착’, ‘성과에 대한 집착’ 등과 연결되는 면이 있다.
아이유는 이번 활동 중 출연한 예능에서 “그동안의 열심이 건강한 열심이었나”라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플루’ 아이유의 초췌한 모습과 ‘셀러브리티’ 아이유를 사랑한다는 설정은 바로 그 ‘건강하지 않은 열심’을 떠올리게 만든다.
‘플루’의 작곡가 라이언 전은 “아이유 씨가 이번 앨범에서 이 곡이 되게 중요한 위치라고 말해줘 고맙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발언의 이유가 이 곡이 20대 아이유를 정의하는 노래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후 이어지는 트랙들 역시 29살까지 살아오면서 아이유가 느껴왔던 감정, 생각들이 세밀하게 들어가 있는 곡. 그리고 그 여러 이야기들이 지나가면 나오는 종착점이 10번 트랙인 ‘에필로그’. 이 곡을 통해 아이유는 20대 가수 아이유의 이야기를 완결 짓고 ‘이 다음’을 준비한다.
사실 20대라는 단어와 ‘완결’이라는 단어는 같이 붙어있기가 매우 어려운 단어다. 세상 어느 20대가 “내 20대를 완독해 준 분들에게 선물을 드린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앨범을 준비해서 세상에 선보이고 자기 20대에 완결성이 생기도록 만든단 말인가. 작품으로 자기 인생의 한 부분에 ‘의미 있는 완결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20대는 물론이거니와 30, 40, 50대도 힘든 일이다.
각 나이대를 의미하는 한자어들은 실제 그 나이대 인간과는 거의 반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30대는 마음이 확고히 서 있기 어렵고(이립), 40대는 현혹되기 쉬우며(불혹), 50대는 하늘의 명을 알기 어렵고(지천명), 60대는 귀가 순하기 어렵다(이순).
그 이유는 단순한데, 이 단어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공자의 일생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유는 그 '보통'의 예외 사항에 위치해 있는 사람이며, 30대가 되는 바로 그날 ‘이립’이라는 단어에 온전히 부합하는 30대가 될 것이다.
정량적 성장과 정성적 성장 양쪽 모두에서 만 점짜리 성적표를 낸 20대 아이유.
그의 삶에선 배울 것이 정말 많지만, 딱 한 가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의 성장을 자기 자신에게 그대로 대입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유는 한 명이며, 둘이 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아이유와 같은 셀럽이 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아이유처럼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을 수 없다. 인생을 길게 봤을 때는 아이유에 버금가는 포텐이 있다 하더라도 그 포텐이 터지는 시기가 20대는 아닐 수 있다. 내 삶의 속도가 아이유가 보여주는 삶의 속도에 비해 너무 느리다고 느껴진다 해도 거기에 과몰입 해서는 안 된다는 뜻.
사실, 아이유는 내가 빛나는 존재가 아니라 느껴지는 사람, 내 삶의 속도가 느리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이미 올해 들려줬다.
이 노래의 가사를 마지막으로 아이유의 어른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다.
그 노래는 바로 정규 5집 ‘라일락’의 선공개 곡, ‘셀러브리티’다.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The one and only You are my celebrity”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아이유 인스타그램-tvN ‘유퀴즈 온더 블록’-이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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