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안성기가 5.18을 소재로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에 출연한 이유와 저예산 영화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또한 윤여정의 '미나리' 오스카 수상을 축하하며 한국 영화계의 발전에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6일 온라인을 통해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 주연 배우 안성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 분)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최초의 장편 극 영화 '부활의 노래'(1990) 이정국 감독이 5.18 민주화 운동 41주기를 맞아 선보이는 작품이다.
안성기는 반성 없이 살아가는 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 오채근 역을 맡았다. 광주의 아픔을 다시금 일깨우는 진희 역의 윤유선, 오채근의 복수의 대상인 박기준 역의 박근형, 오채근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 세미 역의 이세은과 호흡을 맞췄다.
안성기는 지난해 10월 '종이꽃'(감독 고훈) 당시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 홍보 일정에 불참해 팬들의 걱정을 샀다. 현재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안성기는 "지금 컨디션은 아주 좋다. 목소리가 가라앉아서 이상하게 들릴 텐데 (건강은)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1년 늦춰서 이번에 개봉을 하게 됐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지만) 스크린으로나마 대면할 수 있어 반갑고 기쁘게 생각한다. (관객도) 얼마나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안성기는 '화려한 휴가'(2007) 이후 약 14년 만에 5.18 소재의 영화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선택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큰 광주의 이야기가 굉장히 비극적이고 우리에게 굉장히 힘든 이야기인데 그래서 했다기보다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와 내용이 제 마음을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0년 당시) 저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지냈고, 한참 후에야 진상을 알게 됐다. 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그런 부분에서 '화려한 휴가'나 '아들의 이름으로'가 조금 더 제 마음을 움직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 '아들의 이름으로'와 같은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아직까지도 응어리가 남아 있고, 아픔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앞으로도 문제가 계속 거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로도 계속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안성기는 '아들의 이름으로'에 노개런티로 출연하고, 투자자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영화 제작 전반에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안성기는 "애초에 제작비가 많지 않았다. 출연료 문제도 예전에 노개런티로 한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라는 생각은 없었다. 투자라고 하면 이상한데 같이 힘을 합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어 "현장 상황이 열악했다. 분장팀도 없어서 진희 아버지의 머리에서 피가 나는데 아무도 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피 칠을 해줬다. 또 많은 출연자들이 일반 시민이었다. 촬영할 때는 조금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람들도 다 떠오르고 장면들도 오래 남은 것 같은 느낌이다"고 떠올렸다.
안성기는 "영화가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현장이 활기차게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서 만든 영화라 조금 더 기억에 남고 추억에 남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예산 규모나 소재 등과 상관없이 작은 영화 출연을 망설이지 않는 이유도 이야기했다. 안성기는 "사명감보다는 그냥 작품의 완성도로 많이 가게 된다"면서 "저예산 영화가 많이 있지 않나. 좋은 작품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게 자기가 대우를 못 받는다고 해서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그렇게 쭉 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영화계는 연이은 겹경사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포함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의 쾌거를 거둔데 이어 지난 달 26일 윤여정이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
안성기는 "영화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랑스럽고 아주 고마워할 일이다. 이번에 윤여정 선배의 '미나리' 수상은 뭐라고 축해줘도 모자랄 만큼 축하해드리고 싶다"며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다. 우리 영화인들이 분명히 역량은 있는 것 같다"고 흐뭇한 마음을 드러냈다.
할리우드 진출 욕심은 없냐는 질문에는 "(나이 핑계를 대기에는) 윤여정 선배가 나가서 하지 않았나. 나이라고 말하면 그렇긴 하지만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답하며 "우리나라에서나 열심히 잘하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끝으로 안성기는 '아들의 이름으로'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어떤 반성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또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반성 없는 5.18의 가해자들에게는 "이 영화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오는 5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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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