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지금이 몇 번째 전성기인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완벽한 타인'도 그렇고, 'SKY 캐슬' 까지 갑자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니까 그 에너지를 받는 것 같죠.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요? 앞으로도 성실히 잘 살아라!(웃음)" (2019.04.03 '미성년' 인터뷰 중)
배우 염정아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지는 연륜과 함께 연기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습니다. 1991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후 올해 3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죠.
3년 전인 2018년은 염정아에게 '제2의 전성기'라는 수식어가 더해졌던 때였습니다.
그 해 10월 31일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에 이어 한 달 뒤 방송된 JTBC 드라마 'SKY 캐슬'로는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신드롬 급 인기를 얻었죠. 자신의 뚜렷한 목표를 향해 한 치의 빈틈없이 행동하는 아내 한서진 역으로, 좋은 의미의 '미친' 연기를 선보였다는 호평을 얻으며 전 세대에 걸쳐 염정아의 이름을 각인시키기도 했습니다.
쉴 틈 없는 작품 활동은 계속 이어졌죠. 2019년 1월 '뺑반'에 이어 2월 '어쩌다 결혼'까지 촬영을 마쳤던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했습니다. 4월에는 배우 김윤석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미성년'으로 관객들을 만났죠. '미성년'에서 염정아는 남편 대원(김윤석 분)의 비밀을 알게 된 후 혼란스러워하는 아내 영주의 심경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미성년'에서의 호연 역시 안팎의 찬사를 얻었습니다. 데뷔 30년을 향해가는 한국 대표 여배우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던 때였죠.
'완벽한 타인'에 이어 6개월 만에 '미성년'으로 다시 염정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깎아놓은 듯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매 작품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자칫 겉모습만 보면 차가워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조금이나마 가까이에서 마주해 본 염정아는 소녀 같은 수줍음과, 일에 있어서는 강한 소신을 가진 외유내강의 사람이었죠.
자신을 둘러싼 많은 취재진에 깜짝 놀라며 큰 눈을 깜박깜박 거리면서도, 작품 이야기에는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답을 전하기 위해 골똘히 생각에 잠기던 얼굴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완벽한 타인' 개봉을 앞두고 '일하는 순간이 가장 나답고 행복하다. 배우로서 연기하는 즐거움이 컸기에 너무나 행복했다'며 '일하는 즐거움'을 몸소 얘기했던 그에게 '미성년'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김윤석 감독님이 있어서, 어렵지만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한 염정아는 "그렇게 한 작품을 해낼 때마다 너무나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염정아의 이야기를 듣던 취재진은 '올해는 염정아의 해 아닌가. 모든 일이 잘 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라고 애정 어린 물음을 던졌죠. 염정아는 특유의 소탈한 말투로 "부담은 없어요. 좋은데요?"라고 솔직하게 답해 웃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 몇 번째 전성기인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완벽한 타인'도 그렇고, 'SKY 캐슬' 까지 갑자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니까 그 에너지를 받는 것 같죠."
당시 염정아는 '극장에 가면 보통 인기 많은 아이돌 가수나 남배우들을 향하던 플래카드 응원을 받기도 한다'며 쑥스럽게 웃었습니다. 시원시원한 큰 키에서 나오는 패션 센스로 당시만 해도 자유롭게 오갔던 공항 패션으로 주목받는 단골손님으로도 꼽혔죠.
염정아는 "영화 시사회나 무대 인사를 가면 항상 옆에 있는 남자배우들에게 따라다니던 플래카드들이 제 이름으로도 막 써 있더라고요. 아직도 좀 적응이 안돼요"라며 미소를 보였습니다.
배우로 지내 온 염정아의 30년의 시간은 자신을 향한 편견과 부딪히며 스스로를 증명해 온 시간이기도 하죠. 1991년도 미스코리아 선 출신으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를 향한 일부의 편견들을 작품을 통해 깨뜨렸습니다. 배우 일 뿐만이 아닌, 결혼 후 아내와 엄마의 역할까지 균형을 맞추며 워킹맘의 좋은 예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인간 염정아'의 매력은 그 해 8월부터 10월까지 방송된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 속 '통 큰 염정아'의 모습으로 한층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기도 했습니다.
쉽지 않은 고비들을 잘 넘겨오며 계속된 도전의 기회를 얻기까지, 스스로를 향해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염정아는 익살스럽게 "앞으로도 성실히 잘 살아라!"고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지나온 시간에는 후회를 갖지 않고, 현재의 자신이 충실할 수 있는 역할들로 계속해서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도 밝혔죠.
"지나온 시간 동안 꽤 많은 캐릭터들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후회는 없고요. 맡고 싶은 캐릭터요? 너무나 많죠! 나이 어린 역할은 이제 못하겠지만….(웃음) 같은 엄마여도 다양한 엄마일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제 나이, 또 앞으로 더해질 나이들에서 더 다양한 직업들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기다리는 것이죠."
'미성년'에 이어 '시동', 지난 해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속 영부인 역으로 관객을 만난 염정아는 '인생은 아름다워'와 '외계+인'의 개봉을 기다리는 데 이어 최근 신작 '밀수'에서 김혜수와 투톱 주연으로 나선다는 소식을 전했죠. 나이에 상관없이, 당당히 작품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는 염정아의 전성기는 이렇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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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