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직 정보국 요원과 실험실 속에서 극비 프로젝트로 탄생한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여정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5일 개봉한 '서복'은 진나라 시절 진시황제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떠난 서복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과거의 한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라는 임무를 제안 받는다. 눈앞에서 마주한 복제인간은 '일종의 방주'라고 불리는 배의 실험실 안에서 평생을 자라온 서복(박보검). 10년 전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서복은 인간보다 두 배 빠른 성장 속도를 갖고 있다.
서복을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임무를 받아들인 기헌은 이후 서복을 차지하기 위한 여러 집단의 추적 속에서 서복과 의도치 않은 동행을 하며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서복은 죽음을 극복하려는 인류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서복의 소유권자 신학선(박병은)의 입을 통해, 복제인간을 탄생시킨 장본인인 연구원 임세은(장영남)의 "사람들 참 겁 많죠? 욕심도 많고"라는 말로 영생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얘기하며 초반부터 영화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말한다.
"죽는 기분? 안 좋지. 내가 살고 싶은 건지, 죽는 게 무서운 건지 이제 나도 잘 모르겠다." (민기헌)
"계속 생각해요, 내 운명에 대해서. 죽는다고 생각하면 두려워요. 하지만 영원히 산다는 것도 두려워요. 전 무엇을 믿어야 두렵지 않을까요?" (서복)
'민기헌 씨'에서 '형'으로, 점점 서로에 대한 벽을 허문 두 사람은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자신들의 운명을 고민한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는 SF(Science Fiction)에 닿아있지만, 영화 속 이야기는 드라마 장르에 가깝다.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서복이 돌무덤을 만들어 새 떼를 움직이는 모습은 신비로움과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화려하게 완성된 CG와 카체이싱을 비롯한 다양한 액션이 16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의 스케일을 짐작케 한다.
상업영화 안에서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관객이 보다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애쓴 감독의 고민들도 곳곳에 녹아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서복이 시장 속 인간들의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 평생 씨앗만 먹고 살아왔던 서복이 안전가옥에서 컵라면을 처음 맛보고 빠져드는 얼굴, 수백만 원이 넘는 돈뭉치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든 천진함에 미소를 띄우게 된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열며 소통했던 이용주 감독은 공유의 애드리브도 실제 극 속에 녹여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공유와 박보검이라는 배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은 보다 쉽게 관객의 몰입을 돕는 매력적인 카드다. 상업영화로서 '서복'의 정체성 중 하나를 얘기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유는 시한부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내면 연기부터 액션까지, 극한에 다다른 인물의 날선 예민함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보는 이들과 시선을 맞춘다. 드라마 '너를 기억해'(2015) 등을 통해 일찍이 선악이 공존하는 '배우로서의 좋은 얼굴'을 내비쳐왔던 박보검의 강점 중 하나인 눈빛의 매력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간 안 보여준 낯선 눈빛이 있었다"고 한 공유의 말처럼, '서복' 이후 더 넓어질 연기 스펙트럼을 기대케 한다.
'건축학개론'(2012)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이용주 감독이 "극과 극의 상황에 놓인 두 남자의 여정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 것처럼 관객들은 기헌의 시선을 통해 죽음을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를 곱씹을 수 있다.
영화는 국내 대작으로는 처음으로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동시 공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변화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영화계에 있어 '서복'의 개봉은 작품 자체의 메시지뿐만이 아닌, 외적인 행보로도 여러 의미를 남기게 됐다. 114분.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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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