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1982년 개장한 서울 잠실야구장은 올해로 40년이 된 낡은 구장이다. 낙후된 시설도 시설이지만 두 팀이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곳은 특히나 원정경기를 위해 찾은 팀에게는 불친절하고 불편한 공간이다. 쾌적한 식당이나 샤워실, 치료실은 커녕 제대로 된 라커룸도 없어 선수들은 개인용품들을 복도에 내놔야 하고, 휴식이 필요할 땐 하는 수 없이 구단 버스로 향한다. 이제는 당연해진 풍경이다.
메이저리그에서 20년을 뛰다 한국으로 와 잠실구장을 처음 만난 추신수에게는 더욱 암담해 보였을지 모르겠다. 한국 야구에서 잠실이 가지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잠실구장에 대한 질문을 받은 추신수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한국의 1군 구장인데, 선수들이 많이 열악한 상황에서 하는 건 맞는 것 같다. 국제대회 성적을 내는 게 대단할 정도다.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런 환경들이 잘 안 되어있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추신수는 무엇보다 원정팀의 경우 경기 전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다는 데에 아쉬움을 표했다. 추신수는 "경기를 하기 전 최소한으로만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원정팀은 실내 배팅케이지 없이 훈련해야만 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몸 풀고, 공 30개 정도 쳐보고 경기에 임하는 거다. 야구가 그렇게 쉽나. 모든 준비를 하고 들어가도 안 될 수 있는 경기를 최소한으로 준비하니까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 부분이 전혀 준비가 안 되니까 그냥 유니폼 입고 와서 조금 치고 경기를 하는 거다. 이 한 경기를 위해서 모든 걸 쏟아부어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과연 몇 명의 선수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다쳐도 내가 준비를 다 하고 다치는 것과 준비가 안 돼서 다치는 건 큰 차이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신수는 "내가 이겨내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한국 야구도 그런 부분에서 개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소신껏 얘기했다.
인프라 개선은 비단 잠실구장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추신수는 경기가 열린 날 저녁에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다치지 않고 자기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특히 원정팀이 열악한 상황에서 운동하고 있다고 많이 느꼈다. 선수들의 기본적인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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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