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또 한 명의 새로운 발견이다. 배우 임성미가 영화 '파이터'(감독 윤재호)를 통해 그간 연기를 통해 꾸준하게 쌓아온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18일 개봉하는 '파이터'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여성, 진아의 성장의 시간을 담은 작품. 임성미는 돈을 벌기 위해 권투를 시작했지만 타고난 재능을 가진 탈북 출신 복서 진아 역을 통해 장편영화 첫 타이틀롤을 맡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으로, 2009년 봉준호 감독의 '마더'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이후 영화와 연극,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온 임성미는 '파이터'를 통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며 더욱 주목받았다. 영화는 올해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파이터' 개봉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임성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현장을 찾지 못해 아쉬울 것 같다'는 말에 "영화가 개봉을 하면 또 지금보다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긴 해요. 부산국제영화제도, 베를린국제영화제도 제게는 다 처음인 경험이다 보니까 비교 기준이 없잖아요. 직접 체감은 못 하고 있죠. 영화 포스터를 볼 때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구나' 신기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봐 주실까' 기대도 되고 떨려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14년 여간 뚜벅뚜벅 걸어온 연기의 길이지만, 장편영화 첫 주연으로 나선 것은 임성미에게 또 다른 큰 의미였다. 캐릭터를 위해 외적으로는 체육관을 찾아 복싱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기본적인 모습을 다듬었고, 북한말을 연습하며 끊임없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진아에게 다가갔다.
"제 이름이 영화 안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도, 부담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입장으로 조금씩 다가왔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시선을 품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죠"라고 말을 더했다.
'뷰티풀 데이즈', '마담B' 등을 연출한 윤재호 감독은 임성미를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리며 "짧은 첫 만남에서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캐스팅 배경을 전하면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파이터'는 지난 2019년 10월 총 13회차로 촬영됐고, 한정된 시간과 여건 속에서 배우는 상황에 맞춰 감정을 표현해내야 했다.
이런 윤재호 감독의 신뢰에 연기로 보답한 임성미는 '운이 좋았던 현장'이라고 '파이터'의 촬영을 떠올리며 "현장에서 환경이나 조건의 운이 많이 따라줬던 작품이어서, 생각보다 흐름이 끊긴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설령 그럴 수 있던 상황에도 스태프 분들이 B플랜, C플랜까지 잘 정리해주셔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죠. 좀 더 집중해서, 리허설도 충분히 하며 정해진 컷 안에 끝내려 노력했어요. 현장의 모두가 일상의 집중력보다 조금 더 큰 힘을 썼고, 그렇게 같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죠"라고 설명했다.
매 작품 다른 인물의 삶을 살아가며 무언가 하나씩은 체득해간다는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도 다시 한 번 경험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한 두 달 정도는 복싱을 계속 했거든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못하게 됐는데, 그래도 속에는 체득된 것이 남아있겠죠"라고 미소 지은 임성미는 "단기적이라고 해도, 정말 이렇게 매 작품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배우가 가진 특권이 아닐까 해요"라고 말을 이었다.
'파이터' 안에서는 유독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이 두드러진다. 임성미 역시 고된 삶을 마주하고, 복싱을 통해 희망을 찾아가기까지 애쓰는 진아의 얼굴을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했다. 리얼리티가 눈에 띄는 몇몇 장면들은 임성미가 느낀 찰나의 감에 의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출근길에 늦은 진아가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으며 옷걸이에 걸린 옷 속으로 쏙 들어가는 장면 등이 그랬다.
임성미는 과거 이옥섭·구교환 감독과 함께 작업한 '연애다큐'라는 작품을 떠올리며 "이전까지는 그런 찰나를 캐치하며 시도해보는, 조금 도전적인 그런 연기들을 하기 조금 어려워했거든요. 그런데 그 작품은 즉흥성이 많이 필요했었어요. 두 분 성향 자체가 그랬죠. 순간순간 포착되는 것을 날렵하게 캐치하시는데, 그렇게 작업을 해 보며 인식의 전환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 생각도 많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파이터'에서는 다른 염려 없이 쭉쭉 시도해봤던 장면들이 꽤 있었어요. 윤재호 감독님이 그것을 또 잘 장면화 시켜주셨고요"라고 말했다.
자유롭게 연기하되,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기는 자신의 모습과 주위 상황들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임성미는 "어느 정도 배우의 감정적인 깊이가 들어가 있어야 감독님도 그 모습을 보고 조금씩 더 완성도 있는 장면을 만들어가게끔 어떤 디렉션을 줄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런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했죠. 연기는 계산이 안 되는 것이니까, 여전히 어렵지만 또 계산해보는 것이 재미있기도 해요. 가끔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의 초나 숫자를 계산해보기도 하거든요"라며 맑게 웃었다.
임성미를 비롯해 진아를 돕는 복싱코치 태수 역의 백서빈, 진아의 재능을 알아보고 복싱을 제안하는 관장 역의 오광록 등 배우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현장의 따뜻했던 분위기를 말하기도 했다.
임성미는 "정말 좋았어요. 연습하고 맞춰보고,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쌓이는 어떤 유대감이 있었죠. 그래서 조금 더 빨리 친해지고, 더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라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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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