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이정현이 '악역 전문'이라는 타이틀에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정현은 신중섭(허준석)이 이끄는 범죄자 무리 중 한 명인 성범죄자 경모 역에 분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신중섭 무리는 현수와 상욱(이진욱), 이경(이시영), 은혁(이도현) 등이 머무는 '그린홈' 장악을 위해 주민들을 핍박하는 인물들. 특히 경모는 호시탐탐 아픈 지수(박규영)를 성적으로 유린하려 하고, 이를 막는 유리(고윤정)와 대립하며 '스위트홈' 악역 끝판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위트홈'은 지난해 12월 18일 전 세계 공개 이후 4일 만에 해외 13개국에서 1위, 70개국 이상에서 TOP 10 순위 안에 들며 해외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미국, 인도, 아랍에미레이트,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호주 등 상대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생소했던 지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이정현은 "1년 전에 찍은 작품이 이렇게 좋은 평을 듣게 되고, 그로 인해 제가 인터뷰까지 하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며 "이런 큰 관심들이 실감 나지 않는다. '미스터 션샤인' 때도 제가 받아야될 관심 이상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그런 것 같아 민망하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이어 "친구들도 잘 봤다고 연락이 왔다. 단 팬분들은 (성범죄자 역할이라) 욕을 많이 하시더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스위트홈'은 괴생명체에 물리면 괴물화가 되는 일반 좀비물과 달리, 각자 욕망이 반영돼 다른 모습으로 괴물이 되는 신선한 소재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박진감 넘치는 괴물 격투신을 비롯한 매 회 쫄깃한 엔딩으로 앉은 자리에서 엔딩까지 보는 '스위트홈 폐인'들을 대거 양산했다.
이정현은 "저는 공개된 날 차마 못 보겠어서 2,3주 있다가 봤다. 1년 만에 보니까 새로웠다. 특히 동료 형들의 연기를 보면서 '이렇게 죽었구나' 신기하더라. 내가 촬영하지 않은 장면들을 보는 게 무척 재밌었다"고 말했다.
1년을 기다린 '스위트홈'을 일부러 뒤늦게 본 이유로는 "메인 배역이 아닌 역할들은 분량이 적기 때문에 편집이 어느 정도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정현은 "혹시나 실망스러울까 봐 최대한 기대치를 낮춰보고 싶었고, 객관성 있게 보고 싶은 마음에 늦게 보게 됐다. 사실 (편집 과정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편집이 돼도 괜찮다'고 마음먹었는데 제가 촬영한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있는 그대로를 잘 살려주셔서 좋았다. 구체적으로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손을 넣는 장면까지 풀샷에 담겨 있더라. 성범죄자 역할이라 더럽다면 더럽고 밉다면 미울 수 있는 장면이지만 제가 의도한 바가 잘 살아서 좋았던 것 같다"며 "이응복 감독님은 역시 명감독님이다"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스위트홈'은 '임진왜란1592'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어린 시절, '미스터 션샤인' 일본인 츠다를 비롯해 '계약우정', '앨리스' 등 여러 작품에서 악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정현의 진가가 다시한번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 일부 팬들은 악역에만 집중된 캐릭터 배역에 아쉬움을 표하지만 이정현은 "이번 작품 역시 너무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미스터 션샤인' 이후 2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면서 '내가 잘못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의 연기들의 극이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껏 해온 연기관을 바꿔야 깊게 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이응복 감독님이 '스위트홈'으로 연락을 주셨다. 작품에 연달아 캐스팅한 것도 감사했고, 매력 있는 캐릭터에 저를 떠올려주신 것도 너무 감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악역으로 고정된 자신의 역할에)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는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연기적으로 변화를 주고 싶다고 내 마음대로 (새로운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지금은 주어진 역할들에 최선을 다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엑's 인터뷰③]에서 계속)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영상 = 윤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