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물론 아이를 정말 좋아하고 예뻐하지만, 결혼해도 아이보다는 와이프가 첫 번째이고 싶거든요. 아직까지 결혼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웃음) 제 생각은 그래요. 개인적으로는, 그러고 싶어요." (2018.03.08.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터뷰 중)
소지섭은 전 세대에 걸쳐 고른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는 한국 대표 배우 중 한 명입니다.
또래 배우인 강동원·공유·현빈과 함께 '미혼으로 남아줬으면 하는 배우'를 칭하는 일명 '공공재'로 꼽혀오기도 했죠. 그랬던 소지섭이 지난 4월 7일, 1년간 공개 열애를 이어왔던 방송인 조은정과 부부가 됐다는 사실을 전했을 때 많은 팬들은 '공공재 한 명이 떠났다'며 아쉬워했던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당시 소지섭은 조은정과의 혼인신고 소식과 함께 직계 가족만 모여 조촐하게 예식을 치렀다고 알렸죠.
"인생의 반려자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고 설레는 맘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법적인 부부의 연을 맺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더 책임감 있는 배우 소지섭으로 인사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 위로와 도움이 되기 위해 5천만 원을 기부하며 훈훈한 행보도 함께 보여줬었죠.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SBS '본격연예 한밤' 인터뷰에 나섰던 2018년 2월 22일, 소지섭은 평생의 짝이 될 조은정을 처음 마주하게 됩니다. 이후 보름 정도가 지난 3월 8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후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들과 마주앉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동료 배우 손예진과 호흡을 맞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당시 오랜만에 극장가에 찾아온 멜로 장르로,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보여준 소지섭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맞춤형 리메이크의 좋은 예를 보여줬습니다.
영화의 분위기처럼 자연스레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한 얘기가 오갔습니다. '한밤'에서 조은정과의 첫 만남이 이뤄진 후였으니, 이미 그 때부터 그의 마음속에는 조은정이 들어와 있었을까요. 두 사람은 '한밤'에서의 만남 이후 지인들의 모임에서 재회,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며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알려졌죠. 당시 그의 진짜 속마음은 알 수 없었지만, 소지섭의 이상형과 결혼 계획에 대한 질문이 그렇게 다시 한 번 이어졌습니다.
소지섭은 "아직까지도 제 마음 속에 이상형은 분명히 있지만, 제가 사랑했던 사람 중에 그 이상형에 딱 맞는 친구들은 한 명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만나는 사람이 이상형인 것 같고요"라며 쑥스럽게 웃었죠. 결혼에 대해서도 "요새는 타이밍이 되면 하고 싶어요"라고 담담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는 우진 역으로 보여준 현실 속 리얼한 아빠의 모습은 공감대를 높이며 보는 이들의 이입을 도왔죠. 소지섭은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고요. 아이들은 진짜 에너지가 쉼 없이 나오잖아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고민을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웃으며 영화 촬영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결혼 생활에 대한 느낌도 전했습니다.
'부부와 아이 두 명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소지섭의 머릿속에 늘 남아있던 '꿈꾸는 결혼 생활'의 이미지였습니다. "앞모습은 상상이 안돼요. 웃고 있을지 무표정일지, 아니면 힘없이 걸어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네 식구의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을 더했죠.
'배우자는 이상형과는 또 다른 문제다'라며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더했습니다. '소통이 잘되는 친구'를 '친구들'이라고 잘못 표현해 깜짝 놀라며 머리를 긁적인 채 이야기를 수정했죠.
"대화가 잘 되는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갭이 크지 않고, 소통이 가능하고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친구들? 아, 친구들이 아니고 친구요! 큰일 날 뻔 했네요.(웃음)"
결혼을 해도, 아이보다는 아내가 우선이고 싶다는 마음도 이 때 전했습니다. "물론 아이를 정말 좋아하고 예뻐하지만, 결혼해도 아이보다는 와이프가 첫 번째이고 싶거든요. 제 생각은 그래요. 개인적으로는, 그러고 싶어요"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습니다.
조용히 이야기를 풀어가던 소지섭은 너스레까지도 특유의 차분한 어투로 전하며 그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죠.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속 수아(손예진 분)가 오로지 우진만을 바라봐주는 순정을 말하며 "저만 바라봐주는 것은 좋지 않을까요. 그런 것이 약간 남자들의 판타지 같기도 하고요. 나만 좋아해주고, 세상을 먼저 떠나도 기다리고 있는 그런 것 있잖아요. 안 그래도 주위에서 결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조금 전 인터뷰에서도 들었는데, '빨리 결혼해라, 나만 힘든 것 같다'고 하시던데요?"라면서 웃었습니다.
2년 전 미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막연히 그려왔던 소지섭은 그렇게 작품을 통해 평생의 인연을 만났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며 인생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배우 소지섭으로의 활약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자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외계인(가제)'을 촬영하며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죠. 다양성 영화의 투자자로 나서 세계 곳곳의 숨겨진 좋은 작품들을 소개하는데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결혼 후에도 소지섭의 활발한 행보는 그렇게 계속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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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