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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날 다시 뛰게 해"…하준, '잔칫날'로 돌아온 '범죄도시' 막내 형사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0.11.30 18:10 / 기사수정 2020.11.30 15:38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지금은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시국이죠. 개봉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많이 설레요"

30일 온라인을 통해 영화 '잔칫날'(감독 김록경)의 주연 배우 하준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잔칫날'은 무명 MC 경만이 아버지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슬픈 날 아이러니하게도 잔칫집을 찾아 웃어야 하는 3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웰메이드 드라마. 하준은 장례식 중 동생 경미(소주연 분)에게 사실을 숨긴 채 팔순 잔치가 진행되는 삼천포로 향하고, 억울한 상황까지 내몰리는 경만 역을 맡았다. 

이날 하준은 "출연은 재작년에 오디션을 보고 함께하게 됐다"며 "배우에게 이 정도로 깊은 감정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경만이라는 캐릭터에) 설렘과 두려움을 느꼈지만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며 참여 과정과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기할 때 캐릭터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하준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아버지 병간호를 굉장히 오래 했고 떠나보낸 경험이 있으셨더라. 현장에서 시간적 제약이 있었던 터라 함께 최대한 감독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말투나 톤을 흡수하려고 했다. 감독님이 배우 출신인 점도 깊이 호흡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경만에 스며들었던 과정을 떠올렸다. 

경만은 정당하게 일을 하고도 돈을 달라고 말하는데 눈치를 보는, 어딘가 위축된 캐릭터다. 하준은 서울예대를 다녔던 대학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경만의 진심에 대해 느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하준은 "경만은 기본적으로 억눌려진 친구다. 옛날에는 MC일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가장이고, 돈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어서 할 수 없이 하는 일이 됐다. 저도 과거에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을 때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다. 일을 하고도 페이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았고, 죄송하지 않은데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서울예대를 나왔는데 한 해에 동기만 120명이다. 졸업하고 다시 알바 인생이 시작인 셈이라 저 역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 메가박스 강남점, 경품 증정하는 행사 아르바이트, 백화점 향수, 대학로 무대 셋업,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 스태프 등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아이폰 필름을 잘 붙였고, 영화관에서 일할 때는 나중에 무대 인사할 때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후에 '범죄도시' 무대 때 인사를 가게 돼 떨렸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내게 기회가 언제 올까', '기회가 왔는데 놓친 건 아닐까' 생각하며 혼자 밤거리를 걸었던 것 같다. 힘들었지만 2,30대 청춘들이 당연하게 겪는 부분들이지 않았나 싶다. 그분들이 '잔칫날'을 보면 답답하지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수많은 감정신에는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다. 사실 중학교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기억이 있어서 (경만에게) 더 공감됐던 부분이 있었다. 물론 감정적으로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그런데 80% 이상 촬영했던 장소인 삼천포가 참 고즈넉했다. 숙소 앞에 바다가 보였는데 촬영이 끝나면 풍경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맛있는 음식점도 많았다. 힘들었지만 그것들을 상쇄시켜주는 포근함이 있었다"고 답했다.

동생 역으로 호흡을 맞춘 소주연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하준은 "아직 영화를 한 번 봤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상대적으로 '(소)주연이는 잘하네'라고 생각했다. 주연이는 부딪히는 신이 많이 않았지만 매 신이 너무 좋았다. 프리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 지금도 힘들다고 하면 치킨 사주고 수다 떨수 있는 친남매 같은 사이가 됐다. 제게 쓰레기를 건네는 첫 장면의 애드리브도 너무 좋았다.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데 참 좋은 배우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고등학교 1학년의 어린 여동생이 있다는 하준은 "저한테는 아직 애기라서, 어떤 선택을 하든 든든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넘어지는 걸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고 옆에서 응원하고 싶은 든든한 오빠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준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최근에 조깅을 많이 하는데 뛰다 보면 지쳐서 안 뛰고 싶을 때가 있다. (가족은) 다시 뛰게 만드는 존재인 것 같다"며 "항상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제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동에 제약이 생기고, 노심초사하게 해드리는 것 같아 죄인 같은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워해주셔서 감사하다. 가족은 제게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하게 해주는 감사한 존재다"고 애정을 표했다.

하준은 지난 7월 개최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잔칫날'의 작품상, 관객상, 배급지원상에 배우상까지 4관왕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상이 데뷔 첫 연기상이라는 그는 "상을 받아본 기억이 배우 생활뿐만 아니라 살면서 거의 없다. 신병훈련소에서 전체 대표 훈련병을 해서 받아본 기억뿐이다. 그래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상패를 집에 잘 모셔두긴 했는데 볼 때마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감사하고 좋으면서 부담스럽고 멋쩍다. 사실 상패가 아닌, 배우 생활하면서 상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제가 연기했던 작품에 대해 관객분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실 때, 비로소 작품이 살아있을 때다. 이번에 '잔칫날' 리뷰도 다 읽어봤는데 굉장히 행복했다. 그게 진짜 제 상인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잔칫날'은 지난 24일 드라마 촬영장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언론시사회 후 예정된 기자간담회가 당일 취소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인터뷰 역시 날짜가 조정되고 온라인 인터뷰로 급히 변경됐다. 

하준은 "현 시국에는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 누구의 탓을 할 수 없으니 해프닝도 누구의 탓도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이 와중에 개봉을 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좋지만 송구스러운 마음도 있다. 한편으로는 예산이 많지 않은 다양성 영화라 개봉만으로 감사하다. 그런 점에는 많이 감사하고 설레고 떨린다"고 전했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 속 막내 형사 강홍석 역으로 얼굴을 알렸던 하준이다. 3년 전과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하준은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다. 사람을 대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3년 전보다 더 깊이 있어졌다. 그때보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여유도 생겼다. 지난 과정들이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람은 고통스러워야 그만큼 성장하니까. 당시 괴로웠던 부분들이 지나가 잔잔해졌다. 또 제게 어떤 태풍이 올지 모르겠지만 3년 전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바다에 빠지지 않게 잘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범죄도시2' 촬영에는 "제가 맡은 부분은 촬영을 다 마쳤다. 단 해외 촬영 분량에는 (코로나19로)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1편을 재밌게 보셨다면 각 캐릭터가 성장한 모습들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잔칫날'은 오는 12월 2일 개봉한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트리플픽쳐스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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