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부모로서 느낄 수 있는 책임감, 아이들이 잘 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결혼을 안 해 본 사람은 모르는 것이거든요. 물론 쉽지 않은 책임감과 다른 여러 가지가 따르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보는 게 훨씬 더 값진 인생인 것 같아요.(웃음)" (2019.10.10. '두번할까요' 인터뷰 중)
연예계 대표 사랑꾼을 언급할 때 배우 권상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8년 동료 배우 손태영과 결혼해 이듬해 아들 룩희 군, 2015년 딸 리호 양을 얻으며 다복한 가정을 꾸렸죠.
공식석상에서도 '가족' 질문에 아내를 언급하며 아낌없는 애정을 보이고, "결혼생활이 정말 행복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결혼 10주년이던 2018년에는 가족 화보를 통해 네 식구의 단란한 모습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가수 겸 배우 비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결혼한 지 12년이 됐는데, 아직도 연애하는 것 같다", "(운동만 즐겨 하는)우리 같은 남편들 없다"면서 어깨를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9월 '탐정' 인터뷰 당시, 그의 손에 둘리 캐릭터가 그려진 노란색 어린이용 밴드가 붙은 것을 봤습니다. 권상우는 "까졌는데 어디서 다쳤는지 모르겠어요. 밴드는 아들 것이에요. 집에 이제 이런 것밖에 없어요"라며 껄껄 웃었었죠.
그 해 1월에는 딸 리호 양이 태어났었습니다. 딸 이야기에 "지금은 너무나 행복해서, '지금처럼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아이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주는 행복감과 또 아이들이 연결시켜주는 부부 사이까지요"라며 늘 남다른 가족 사랑을 보여준 그였죠.
'탐정'과 2018년 '탐정:리턴즈'에 이어 지난 해 '두번할까요'를 통해 권상우를 만났습니다. '두번할까요'는 이혼식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부부였던 선영(이정현 분)과 현우(권상우) 앞에 옛 친구 상철(이종혁)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세 남녀의 싱글라이프를 그린 영화입니다. 권상우의 결혼 생활 노하우가 연기에도 조금씩 녹아났던 작품이었죠.
집안 청소를 하거나,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장면에서도 실제 경험했던 디테일을 더했다며 뿌듯해했던 권상우는 "결혼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차이죠. 쓰레기봉투를 가져다 버리고 옆에 보이는 풀에 손을 닦는 모습처럼요"라면서 10년이 넘는 결혼 생활이 있었기에 연기로도 이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며 웃기도 했습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누구보다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며 "꼭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이혼이라는 것도 보다 나은 자기 삶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으니 제게는 해당이 없는 것 같고요"라며 또 다시 자연스럽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어필하기도 했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묻자 권상우는 2015년과 똑같은 답을 내놓았습니다. "자녀"라는 말이었죠. 솔직하지만 절대 선은 넘지 않는, 권상우만의 거침없는 답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연애를 8년 한 사람도 있고 결혼을 2년 하고 헤어지는 사람도 있는데, 만약 자식이 없으면 동거를 하나 결혼을 하나, 사실 서류에 도장 찍는 것뿐이지 똑같은 것이잖아요. 그런데 부부의 이런 신뢰감 안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고, 같이 살면서 그들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와 부모로서 느낄 수 있는 책임감, 아이들이 잘 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결혼을 안 해 본 사람은 모르는 것이거든요. 물론 쉽지 않은 책임감과 다른 여러 가지가 따르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보는 게 훨씬 더 값진 인생인 것 같아요.(웃음)"
'밖에서 어떤 스트레스가 있어도 아이들을 볼 때면 한 방에 풀린다'고 말하던 권상우는 아내 이야기에도 사랑을 듬뿍 담았습니다. 아내 손태영의 인스타그램에는 권상우 가족의 다양한 일상이 공개돼 많은 누리꾼의 관심을 받고 있죠.
인터뷰 당일 손태영은 SNS에 '머리카락을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가 염색만 하고 왔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었습니다. 이 내용을 언급하자 권상우가 "자른다 만다 열 번 얘기하더니 안 잘랐더라고요? 남자들이 보기엔 요만큼 자른 것은 큰 문제 아닌 것 같은데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라고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아내가 일상에서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 활발한 SNS 활동은 무조건 찬성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저는 SNS를 안하지만, 어쨌든 아내도 배우였는데…. 육아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이잖아요. 어떤 소통의 창구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내가 사진을 올리고 그런 것이 어떻게 보면 기분전환일수도 있으니까요. 자연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에 저는 뭐, 좋게 봐요"라고 적극 지지했죠.
연예계 대표 부부인만큼, 이들 부부의 결혼 생활과 일상들이 많은 호기심을 모으는 것이 사실입니다. 짓궂지만 집요하게, '그래도 결혼 생활에서 조금 힘든 점도 있지 않냐'고 끝까지 물음을 던졌죠.
권상우는 여기에도 망설임 없이 "좀 타이트해요"라며 "아내가 술을 안마시거든요. 그래서인지 제가 한 잔이라도 마시고 오면 싫어해요. 저도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은 아닌데, 가끔 일 때문에 스태프들과 먹고 그러는 정도거든요. 몸에 안 좋은 것이니까요"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민낯으로 온 것이라는 인터뷰 현장에 유독 잡티 없는 건강한 피부를 자랑한 그에게 '피부가 좋다'고 여담을 건네자 "운동을 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저는 담배도 안 배웠어요. 또 결혼하고 나서는 일찍 자요. 아내가 일찍 자니까 저도 일찍 자죠"라며 기승전'가족' 이야기로 말을 맺는 그였습니다.
현재 영화 '해적2:도깨비 깃발'과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권상우가 최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촬영 현장에도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죠.
권상우가 자신의 발목 부상을 직접 언급했던 때도 이 때였습니다. '영화에서의 이혼식이라는 설정만큼, 본인 인생에서도 비슷한 '미친 짓'이 있었을까'라는 말에 오른쪽 발목을 항상 조심해야만 하는 사연을 털어놓았죠.
"작품적으로 보면, '야수'(2006) DVD에서 제가 버스에서 직접 뛰어내리겠다고 무술감독님이랑 싸우는 모습이 나와요. 그 때 매트리스 깔아놓고 직접 뛰어내렸거든요. 그 땐 정말 열정 하나로 몸 사리지 않고 다한 것 같아요. 미친 짓이라면 그 때 뛰어내린 것?(웃음) 그리고 성룡과 '차이니즈 조디악'(2013)을 찍을 때, 발목을 수술해야 되는 시점인데 제가 3년을 참고 있었거든요. 촬영 때 발이 너무 아파서, 현장에서 발을 묶을 게 없어 테이프로 다 감고 액션을 했어요. 그 영화 찍고 한국에 와서 수술을 했는데, 발목을 당기면 빠질 정도였죠. 그 때가 두 번째 미친 짓 같아요.(웃음) 완벽하게는 회복이 안됐죠. 비 오는 날엔 아파요."
권상우의 부상 소식 후 손태영은 SNS로 회복 중인 권상우의 근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오래 전 다친 발목. 그 후 영화, 드라마 촬영에 어느 때든 최대한 스턴트 배우 분들의 도움을 뒤로 한 당신의 열정을 못 말렸지만, 조금씩 쌓이다 보니 한 번에 신호가 오네요. 이제는 도움을 받을 때가 된 것 같아, 여보. 건강을 지켜야 더 오래오래 하고 싶은 배역을 할 수 있겠죠? 파이팅입니다. 드라마·영화 지장 없게 촬영 잘 하고 재활도 잘 합시다. '날아라 개천용' 대사 잘 외우고'라는 애정 어린 멘트와 함께, 목발을 짚고 점프하는 권상우 특유의 유쾌한 점프샷까지 더하며 시선을 모았죠.
가족을 향한 사랑,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 사람들과 소통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실제 권상우는 작품 알리기에 누구보다 의지 있게, 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우입니다. 그와 영화 홍보 일정을 함께 했던 한 관계자도 "권상우와는 다른 작품으로 또 만나고 싶다"고 인정했을 정도니까요.
''권상우'하면 살갑고 대중친화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말에 "계속 대중 친화적이었는데, 갑자기 신비주의로 하면 얼마나 재수 없을까요?"라며 권상우는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실 제가 작품을 하지 않는 이상 뜬금없이 예능에 나가기도 그렇고, 기자 분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뭐 이 자리에서 기사가 어떻게 나갈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이 소중한 자리고, 질문해주시는 것에 성심성의껏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게 좋고 또 반가운 것 같아요. 잘 써주세요"라며 그 날 기자들과의 만남을 비유해 센스 있게 말을 마쳤죠.
작품과 작품 홍보 모두에서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권상우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열심히 본인 작품을 알릴까'하는 궁금증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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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