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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32년 만 재회 성공…"탁구 같이 시작한 친구, 용기 낼 걸 후회" ('사랑을 싣고') [종합]

기사입력 2020.11.11 21:46 / 기사수정 2020.11.11 21:46

강다윤 기자

[엑스포츠뉴스 강다윤 인턴기자] 'TV는 사랑을 싣고' 현정화가 32년 만에 친구와 재회했다.

11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이하 '사랑을 싣고')에서는 '탁구 여제' 현정화 감독이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이날 김원희는 현정화의 등장에 "오늘 보니까 현 감독님이 두 분이시다. 농구계의 감독님, 탁구계의 감독님. 가문의 영광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현주엽은 "현 씨 스포츠 스타가 별로 없었다"고 맞장구쳤다.

그러자 현정화는 "아마도 제가 대가 위일 것"이라고 말하면 현주엽을 바라봤다. 의미심장한 현정화의 미소에 현주엽은 허리를 꾸벅 숙여 웃음을 자아냈다.

현정화가 찾는 사람은 탁구를 같이 시작한 친구. 현정화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탁구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같이 탁구를 시작해서 6학년 때까지 같이 운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전학으로 연락이 끊겼다는 것.

이어 "사실 청소년 대표 때도, 고등학교 대표가 됐을 때도 찾았다. 올림픽이 끝나고도 찾았다"며 "그 친구는 제게 아픈 손가락이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는 근심 어린 눈으로 생활했다. 항상 수줍어해서 누구나 챙겨주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현정화는 "20살이 됐을 때 이 친구가 저한테 편지와 사진을 보냈다. '잘 있다, 보고 싶다, 잘해서 좋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며 "본인은 탁구를 그만뒀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는데 연락이 안 됐다. 32년을 기다리고 있다가 의뢰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친구를 찾으러 이동하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는 말에 "88 올림픽과 남북 단일팀"이라며 "제 기억에서 사라지지가 않는다"고 답했다.

현정화가 출전했던 88올림픽 복식 경기는 탁구 역사상 최초로 중국을 이긴 유일한 경기로 세계를 놀라게 한 값진 승리였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대회 역시 가슴에 한반도기를 새긴 채 북한의 이분희 선수와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 우승을 차지한 뜻깊은 경기였다.

이어 현정화는 "제일 처음에는 이분희 선수를 찾아달라고 했다"며 "93년도에 보고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그리움과 애틋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정화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자신이 탁구를 시작하고서야 아버지가 탁구를 했던 것을 알았다는 것. 현정화는 결핵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치료비 문제로 악화돼 돌아가셨다며 "제가 꽃피기 전에 가셨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현정화는 "저한테 유언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원수를 갚아달라고 하시더라. 잘됐으면 좋겠다, 한을 풀어 달라는 이야기 같았다"며 탁구 국가 대표 선수가 꿈이었던 아버지를 회상했다.

친구를 찾으러 초등학교를 찾은 현정화는 "그대로 같다"며 추억을 떠올렸다. 학교에는 현정화와 박소현 씨의 추억이 남아있었다. 두 사람의 이름이 함께 적힌 상장이 있었던 것. 현정화는 자신도 가지고 있지 않은 흔적에 친구와의 추억을 곱씹듯 연신 사진을 찍었다.

현정화는 친구와의 추억 여행에 나섰다. 자주 먹던 칼국수를 먹으러 떠난 것. 그러던 중 현정화는 자신이 어릴 적 살던 집을 마주했다. 40여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에 현정화는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집으로 들어선 현정화는 "내 생각에는 부엌이 되게 컸는데 지금 보니 굉장히 조그맣다", "그때는 어려서 그런가, 그때는 조그맣다고 생각 안 했는데 굉장히 조그맣다"고 어릴 적을 회상했다. 현정화는 아프셨던 아버지와 헌신했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컥한 마음을 다스리기도 했다.

칼국수 집을 찾은 현정화는 친구와 함께 칼국수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현정화는 "제가 메달 따는 날, 금메달을 따거나 1등 하는 날은 꿈에 아버지가 나오신다"며 "너무 생생하게 나온다. 아버지가 살아서 다시 돌아와서 같이 노는 꿈이다. 아프지 않은 모습이라 일어나면 기분이 되게 좋다"고 금메달을 딸 때마다 나타나셨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추억 여행을 마친 현정화는 "생각보다 추억의 증표들이 나왔다. 그냥 어렴풋이 기회가 있겠지 하고 왔는데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막상 연락이 닿은 박소현 씨는 남편의 설득에도 현정화와의 만남을 거부했다.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박소현 씨 씨는 "나도 보고 싶고 그립다. 친구도 많을 텐데 내가 생각난다고 하니까 고맙다. 그런데 제가 지금 여건이 안된다"며 "남편 친구와 통화하고 잠을 며칠 못 잤다"고 울먹였다.

현정화는 "못나 오는 상황이면 내가 쫓아 가서라도 만나고 싶다"면서도 "나쁜 상황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친구의 사정을 이해하려 애썼다.

다시 찾은 초등학교 운동장. 현정화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현정화가 구석구석 학교를 다 살폈을 때, 꽃다발을 든 여성이 교문을 가로질러 왔다. 현정화의 친구 박소현 씨.

50대가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의 재회를 했다. 현정화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친구의 말에 "너무 오랫동안 안 찾아서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정화는 "그래도 내가 용기를 내지 그런 생각이 든다"고 자책하고는 친구의 어깨를 토닥였다.

enter@xportsnews.com /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강다윤 기자 k_yo_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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