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정은이 '내가 죽던 날'을 통해 스스로에게도 좋은 실험이 됐던, 대사 없는 연기에 도전했다.
이정은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인터뷰에서 영화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 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 이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고 홀로 조용히 지내는 섬마을 주민 순천댁 역을 연기했다.
이날 이정은은 "찍고 있는 동안에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떠올리며 "저는 이 역할을 선택했을 때 시나리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대사가 없는 역할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동안에는 언어를 통해 캐릭터를 보이게 하는 역할들을 많이 해왔었는데, 어느 날은 대사가 굉장히 지겹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얘기했다.
이어 "'말로 자꾸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으면 배우로서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이 시나리오가 왔고, 저 나름대로 여러 실험 해봤는데 대중에게 어떻게 보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지난 달 개봉한 '소리도 없이'를 통해 대사 없는 연기를 선보인 유아인을 언급한 이정은은 "아직 '소리도 없이'를 보지는 못했지만, 유아인 씨가 잘 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동안 획기적인 작품들을 많이 해오지 않았나"라고도 덧붙였다.
지금까지 '옥자'의 돼지 소리, '미스터 주'의 고릴라 소리 등 목소리 연기에서 다양한 음색들을 많이 들려준 이정은에게도 실제 말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 소화는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이정은은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영화는 후시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라는 말이 있다. 현장에서 채취된 소리도 있고, 후시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녹음의 힘을 많이 빌렸었다. 어떻게 하면 더 절실한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고민했고, 기존 영화에서 소리를 입혀봤던 기억들이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공들일수록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 전했다.
작품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에는 동료 김혜수의 존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정은은 김혜수를 '꿈 속의 요정'같은 사람 이라고 비유하며 "김혜수 씨야말로 정말 지나가기만 해도 고개가 돌아갈만큼, 광이 나는 분 아니냐. 제게는 그런 스타였다. 동년배라고는 하지만, 시상식같은 곳에서 보면 마치 꿈 속의 요정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이번 '내가 죽던 날' 현장에서 만났던 김혜수의 얼굴이 더더욱 인상 깊었다고 전하며 "2000년대 초반 연극하던 시절에 공연을 도와주고, 보러 왔던 (김)혜수 씨를 만났었고 간혹 친숙한 자리에서도 지켜볼 수 있었는데 볼 때마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같은 또래이지만, 기사 같은 것을 보면 저 사람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틀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나. 혜수 씨가 '내가 죽던 날'을 선택할 당시 힘든 지점을 통과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그 얼굴을 현장에서 보게 됐을 때 정말 좋았다. 현장에서도 혜수 씨에게 '얼굴이 좋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혜수 씨가 제게 이번 영화에서 '좋은 얼굴을 많이 봤다'고 얘기해주시는데, 저 역시 그랬다"고 말을 이은 이정은은 "정말 극찬해도 좋을 만큼, 팬 분들도 좋아할 만한 얼굴이지 않을까 싶다. 제게는 정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라고 마음을 표했다.
'내가 죽던 날'은 12일 개봉한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