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 ‘베르테르’의 롯데는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생동감 넘치고 사랑스럽다.
베르테르는 그런 롯데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롯데에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 롯데에 대한 사랑을 접지 못한 베르테르는 ‘자석산의 전설’ 속 부서지는 배처럼 결국 비극을 맞는다. 김예원은 롯데의 천진난만함부터 내면의 깊은 슬픔을 간직한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오간다.
“클래식한 작품이고 역사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관객분들 앞에 심어진 롯데의 모습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표현하는 롯데는 조금 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나 천진난만함, 생기발랄함이 더 도드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막과 2막의 단차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2막에서 결혼 후의 성숙한 롯데와의 단차가 크게 보일 수 있을 거로 봤어요. 단차가 컸을 때 관객들이 인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죠.”
극 중 베르테르는 계산된 것이 아닌,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랑을 불태운다. 이토록 깊은 외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열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베르테르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자살로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집착으로 보일 수 있을 만큼의 깊은 사랑과 고뇌가 절절해 숨을 죽이고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만든다.
김예원은 “정말 강인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롯데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아픔이 생긴 거겠지만 베르테르의 입장에서는 롯데를 위하는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해요. 초반에는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됐어요. 막연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온몸과 영혼을 지배하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절절함은 있었겠지만 모든 걸 버리는 사랑은 아직 안 해봤어요. 만약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면 그런 사람은 그런 존재일 것 같아요.”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중요한 극이다. 김예원은 베르테르 역의 엄기준, 카이, 유연석, 규현, 나현우와 호흡을 맞춘다. 그는 “다섯 분이 다 다르다”라고 이야기했다.
“엄기준 오빠는 에너지 자체가 다르시더라고요. 기준 선배님이 오랜 시간을 하셔서인지 감정이 너무도 생생해요. 배우가 한 인물을 오래 연기하면 짙어지면 짙어지지 무뎌지는 건 아니구나 했죠. 기준 오빠는 극이 시작되기 전에는 가장 선배님으로 느껴졌는데 극이 시작되고 나서는 가장 어린 베르테르 같을 정도로 베르테르 그 자체이신 것 같아요. 카이 오빠는 정말 집요한 부분을 갖고 있는 게 느껴져요. 인물에 대해 정말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파고드는 부분이 있어 베르테르와 닮았어요. 탄탄한 음성을 가져 목소리의 힘도 크게 느껴지고요.
연석 오빠는 저희가 산타라고 불렀어요. 당 담당이라고, 모두를 잘 챙기고 그렇게 많이 사주셨어요. (웃음) 연습실에서 성실함을 크게 보여주셔서 존경스럽더라고요. 저와 마찬가지로 매체와 병행하시는데 오빠도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우유빛깔이 느껴지는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해맑은 모습이 유난히 도드라지는 베르테르예요.
규현이는 독해 때 ‘베르테르’의 팬이라면 다 아는 돌부리신을 리딩하는데 규현이보다 제가 더 크게 눈물이 터졌어요. 감정적인 충격이 있던 것 같아요. 저 친구는 어떤 역사가 있어서 저런 감정을 분출하는 걸까, 얼마나 마음이 여린 거지, 아픔이 있는 걸까 생각이 들 정도로 슬픔과 아픔이 공감되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줬어요. 초반부터 마음이 약해지는 그런 베르테르였어요. 같이 연기하면서 눈물도 나고 마음이 아프고요. 현우는 처음으로 대극장 무대에 서는데 어떻게 이 에너지를 낼 수 있을까 해요. 모든 게 처음이어서 캐릭터를 만들 때 충분히 힘들 텐데 능숙하게 해냈고 다른 베르테르 선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패기와 지치지 않는 그러면서도 굉장히 선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베르테르라는 인물과 나이대가 가까운 인물로서 베르테르의 모습이 비친 거 같아요.”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띄어앉기로 찾아와주고 커튼콜 때마다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는 모습에 너무 울컥했어요. 롯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운도 작용했고 이런 어려운 시기에 관객 분들의 정성 어린 발걸음을 마주하는 그 순간이 너무 감사하고 감동스러워요. 다른 캐스트들이 왜 이렇게 우냐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마스크를 쓰고 띄어 앉고 함성을 자제 부탁드린다는 상황에서 온전히 마음을 다해 박수를 쳐주는 관객을 보면서 지금도 울컥해요. 그 울컥함이 저에게 큰 에너지를 주는 거 같고 너무 감사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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