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터차트는 블랙핑크의 정규 1집 '더 앨범'이 초동 68만 9천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거의 70만장 가량 판 것으로, 총판매량으로는 70만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이 기록은 역대 걸그룹 초동 판매량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초동이란 앨범 발매 이후 일주일 간 집계된 앨범 판매량을 말한다. 대체로는 특정 가수 및 그룹의 팬덤이 어느 정도로 충성스러운지, 구매력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지표다.
앨범 판매 집계를 한터차트와 가온차트에서 하는 시스템이 정착된 이후 기준, 단일 앨범으로 60만장 넘게 판 걸그룹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초동은 물론이고 연간 총 판매량 기준으로도 없다.
범위를 걸그룹과 초동에 한정시키지 않아도 이번 앨범 판매량 기록은 엄청 높은 수치다.
2019년 가온차트 연간 앨범차트 기준으로 연간 5위급 기록이고,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도 5위급 기록이다.
기준을 연간 50만장대로 낮춰도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아이돌그룹이 10팀이 안 되는데, 초동으로 거의 70만장을 찍었으니. 말 그대로 걸그룹의 새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블랙핑크의 ‘더 앨범’을 통해 낸 성과는 몇 가지 시사 하는 바가 있다.
첫 번째는 ‘블랙핑크가 1타 강사’인 기획사 YG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것이다.
YG는 ‘남돌은 돈이 된다’라는 명제를 증명한 기획사 중 하나이지만 사실상 지금은 블랙핑크가 이 회사 대표 아티스트다.
이번 앨범 전에도 블랙핑크는 음원과 유튜브 조회수라는 분야에서 특별한 성과를 낸 팀이긴 했지만, 앨범 판매량 분야에선 ‘남녀아이돌 통합 탑급’은 아니었다. 걸그룹 중에서야 물론 탑급이었지만, 남돌까지 함께 계산하면 순위가 좀 내려갔다. 작년 ‘KILL THIS LOVE’가 연간 판매량 32만장에 순위로는 연간 17위였다.
사실 ‘킬 디스 러브’ 정도만 해도 어지간한 중소기획사 남돌을 뛰어넘는 엄청난 판매량이긴 하다. 비교대상이 되는 남자아이돌들의 앨범 판매량 인플레이션이 워낙 강해서 확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
이번 ‘더 앨범’을 통해 블랙핑크는 ‘여돌치고 앨범 잘 파는 팀’에서 ‘그냥 엄청 잘 파는 팀’으로 거듭났다.
YG 역사상 가장 앨범 잘 파는 아이돌그룹이 블랙핑크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 이 점이 YG입장에선 엄청 든든한 소식이다. 사실상 ‘군대 안 가는 남돌’을 보유한 것과 마찬가지. 앨범 판매량 70만장대면 ‘이제 누가 남돌이지?’라고 누군가한테 되물어도 된다.
높은 앨범 판매량은 그 자체로도 돈이 되지만, 투어수익으로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이 더 큰 희소식이다.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BM이 봉인 되서 그렇지, 원래 대형기획사들은 투어랑 투어굿즈로 돈 벌었으니까.
“지금 정도 판매량이라면 어지간한 남돌을 뛰어넘는 투어 수익과 굿즈 수익을 낼 수 있겠구나”
이제는 이런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셋리스트 문제를 해소하면서 성과도 잘 나왔다는 것이다.
사실 ‘더 앨범’은 ‘정규 앨범 치고 곡이 많은가?’라고 하면 그렇진 않다. 정규 앨범임에도 곡수가 두 자릿수가 안 되어 볼륨에서 오는 포만감은 잘 느껴지지 않는 편.
하지만 이정도만 해도 블랙핑크의 콘서트 세트리스트가 상당히 보충됐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블랙핑크는 1년에 곡을 딱 하나만 낸 적도 있었던 팀인지라(2017년 ‘마지막처럼’) 8곡 보충이면 ‘선녀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세트리스트를 보충하면서 앨범 자체도 역대급 성과를 낸 것이어서, 1번에서 언급한 콘서트(투어)에 더 힘이 붙을 전망이다.
더불어, 안 그래도 좋았던 유튜브 조회수 부문에선 10억뷰가 넘는 뮤비가 계속 생겨나고 있고, 구독자수도 5천만명이 넘은 상태. 높은 앨범 판매량과 높은 유튜브 영향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만 하다.
블랙핑크가 ‘더 앨범’을 통해 보여준 행보 중 기자가 제일 높게 평가하는 것은 ‘걸그룹의 투자 가치 증명’, ‘걸그룹의 성공 상한선 확대’이다. 앞선 글에서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핫100 1위를 통해 ‘케이팝이 꿀 수 있는 꿈의 크기’를 늘렸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남돌은 돈이 된다, 돈은 남돌로 번다는 말은 케이팝 시장을 꽤 오래 지배하고 있는 명제다. 실제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사례도 제법 된다. 한 회사의 대표아이돌은 걸그룹A지만 실제 매출은 상대적으로 덜유명한 보이그룹B가 더 내는 일도 종종 있었고.
물론 블핑 이전에도 여러 훌륭한 선배 걸그룹들이 ‘걸그룹이 꿀 수 있는 꿈의 크기’를 지속적으로 늘려온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유산이 있었으니까 걸그룹은 꿈도 못 꾼다던 초동 10만장도 그냥 달성하는 팀들이 속속 나온 것이고.
다만 상대평가라는 건 언제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부분. 현 시대 걸그룹은 역사상 유례없는 ‘남돌 앨범 판매량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고, 이에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다.
남돌과 여돌 앨범 판매량 지수를 아는 사람 중에는 ‘남돌은 돈이 된다’라는 명제 이상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돌은 돈이 안 된다’, ‘여돌은 투자가치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여돌 런칭할 바에 그 돈으로 남돌 데뷔시키면 되지 않냐.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나온다.
이런 시대에서 낸 성과. 블랙핑크가 마치 “응 아니야~”라고 가볍게 비웃으며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현재의 매출을 상징하는 앨범 판매량, 미래의 매출 기대값을 상징하는 유튜브.
나아가 ‘세계적 아티스트’의 상징인 빌보드까지 잡은 블래핑크.
앞으로 그들이 또 어떻게 ‘꿈의 상한선’을 늘려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블랙핑크는 ‘THE ALBUM’으로 각종 글로벌 차트를 휩쓸고 있다. ‘THE ALBUM’은 지난 2일 음원 발매 직후 세계 57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또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빌보드 '아티스트100' 차트 1위에 등극했고,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K팝 걸그룹 최초로 2곡을 동시에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음반 판매량으로도 K팝 걸그룹 역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블랙핑크의 ‘THE ALBUM’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2위에 랭크됐고,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된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도 2위에 올라 세계 양대 팝 차트를 오가는 독보적 행보를 보였다.
앨범 타이틀곡 ‘Lovesick Girls’는 글로벌 유튜브 송 톱100 차트(10월 2일~10월 8일 집계)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가온차트-YG-블랙핑크 유튜브 채널-유튜브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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