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이 독특한 캐릭터 설정에 대한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12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유아인, 유재명과 홍의정 감독이 참석했다.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한국 단편 경쟁 섹션 월드 프리미어에서 선보인 SF단편 '서식지'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홍의정 감독의 데뷔작이다.
지난 8일 언론배급사회에서는 유아인과 유재명의 파격 변신,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낸 홍 감독의 연출력 등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말없이 일하는 태인(유아인 분)과 신앙심 깊은 창복(유재명)이 범죄 조직 밑에서 일하지만 악의는 없는 근면 성실한 생활인이라는 아이러니한 캐릭터 설정은 모호한 기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떠올리게 하며 흥미를 더했다.
이날 홍의정 감독은 "사람들이 자기 환경을 결정하고 태어나는 게 아니지 않나. 그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각자 자신의 행동을 하고 사는데 그게 비틀어진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선택하지 못한 자신의 신체와 행동하기 위해 말을 하지 않는 캐릭터를 선택했다. 태인 캐릭터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의 목소리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태인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생존하는 캐릭터라면 어딘가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사람 창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아는 많은 종교들이 '너는 모두가 같은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곳이 많다. 제가 설정한 종교는 다른 데서 인정받지 못한 가치를 단지 표현한 것만으로 인정해 주는 곳이다. 그래서 종교를 가진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말을 하지 않는 태인을 연기한 유아인은 "대사가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과장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되려 그런 부분을 지양하고 경계하면서 대사 없다는 부담이 반영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홍의정 감독님과 유재명 선배님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이분들을 계속 파헤치고 들여다보며 깊은 신뢰를 쌓는 과정들을 거쳤다"고 털어놨다.
신앙심 깊은 창복을 연기한 유재명은 "상대성에 관한 영화인 것 같다"며 "정상적인 말을 하는데 상대적으로 말이 많아 보이고 적당한 신앙심인데 상대적으로 많아 보인다. 창복에게 신앙은 진짜 신앙심이라기보다는 삶이다. 그 일을 하고 죄책감을 씻는 유일한 탈출구라서 더 깊이 빠진 것 같다. 모든 인물들은 기준이 없이 모호하다. 신앙심이 깊다고 착한 사람, 이 일을 한다고 나쁜 사람이라고 구분 지을 수 없게 하는 인물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울리지 않는 외형을 지녔지만 어딘가 잘 어울리는 태인과 창복의 관계도 독특하다. 홍의정 감독은 "좁게 보면 아버지와 아들, 크게 보면 선배와 후배다. 이들을 통해 세대와 세대의 차이 갭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러니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캐릭터 관계의 아이러니를 찾아야 했다. 선배가 몇 년을 더 살면서 깨달은 정보들을 마치 인생의 진리인 것처럼 후배를 아끼는 마음으로 전달해 주는데 정보의 내용을 보면 옳은 말이지만 쓸데없는 말이다. 창복의 소중한 말들이 태인의 처한 상황과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라 기대를 해봤다"고 설명했다.
'소리도 없이'는 강렬한 이야기를 하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더러 등장한다. 홍의정 감독은 "화목한 상황이 종종 나오는 것은 공포스러운 순간에도 인간이기 때문에 잠이 오는 것처럼, 아이 캐릭터이기 때문에 아이라서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놓는 상황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했다. 또 태인과 창복은 초희(문승아)가 생존을 위해 잘 보여야 하는 대상이면서 유일하게 초희의 생존을 돕거나 방향을 틀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한편 홍의정 감독은 태인과 창복이 계란 장수로 등장하는 등 달걀과 닭이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예전에 달걀 속에서 병아리의 모습이 인간이 태아가 되기 전과 비슷해서 구분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쓰려고 했던 이야기가 '자기가 결정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태아가 되기 전 달걀속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모습이면 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닭이라는 소재에 집착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소리도 없이'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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