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쓴 ‘섬기는 이 없는 자가 되려고 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대형 커뮤니티 더쿠에서 500플 넘는 설왕설래의 대상이 된 것을 봤다.
‘이게 정답이다!’라는 의미에서 쓴 게 아니라 ‘이런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정도의 의미로 쓴 것이라, ‘이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방향으로 쓴 댓글과 ‘이게 아니라 저렇게 봐야지’라고 쓴 댓글 모두 의미 있는 댓글들이라 생각한다.
좀 장황하게 쓰긴 했지만 그 글의 결론은 ‘빅히트의 지금 행보는 IT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행보를 가능케 하기 위함일 것이다’이다.
그 글 덕분에 수명이 약간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사의 소재 역시 빅히트다. 이번에는 ‘위버스’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지난 번 글이 나름 길었음에도 ‘위버스’의 본질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안 했기에.
참 이번 글에서 나올 분석과 예상은 ‘빅히트가 위버스 운영을 잘할 것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것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음을 미리 알려 드린다.
<얼마전 FNC의 신인보이그룹 피원하모니와 솔로아티스트 씨엘을 입점시킨 ‘위버스’. 현재 그리고 있는 그림이 제법 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글에서 핵심적으로 이야기할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1. 현 시대 주요 SNS와 서비스들이 가지고 있는 ‘관리’라는 약점이 위버스와 같은 SNS의 수요를 발생시킨다.
2. 셀럽과 팬덤 멘탈 케어가 ‘어떤 SNS를 사용할 것인가’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3. 빅히트의 SNS ‘위버스’는 ‘때릴 수 있는 실체’가 있다는 점이 팬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글 들어가겠다.
1. ‘위버스류 SNS’ 수요를 발생시키는 시장 상황.
“내 최애와는 더 가깝게, 내돌 안티와는 더 멀게”
빅히트의 ‘위버스’, SM의 ‘리슨’, ‘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 ‘포켓돌스’ 등 스타 중심 SNS들의 핵심을 한 줄로 요약하면 위와 같다.
안티와 상종하지 않을 수 있는데 내 돌과는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서비스. 이 문장에서 언급된 두 요소 중 하나만 만족 못해도 이런 류의 서비스는 존재 가치가 없다.
그리고 위 문장이 ‘그냥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으로 소통하면 될 텐데 굳이 왜 이런 앱을 새롭게 만드는가’, 그리고 ‘팬들이 왜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며 돈도 지불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본질적인 답이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아이돌 덕질 분야에서도 많이 쓰이는 도구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초대형 SNS들이 ‘스타 중심 SNS’라는 새로운 서비스 수요를 발생시킨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내 최애와 더 가까워진다’보다 ‘안티와 멀어진다’가 수요를 일으키는 더 큰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해 위버스보다 이 분야에서 더 좋은 서비스는 따로 있다. 다음 카페, 네이버 카페다. 내 아티스트가 카페 대신 위버스에 간다고 했을 때 부정적으로 여겼던 팬들이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아이돌 카페들은 엄청 폐쇄적인 대신에 엄청 안전하다. 정회원 등업 자체가 엄청 까다롭기 때문에 안티 입장에선 정회원이 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엄격한 정회원 등업을 뚫고 들어간다고 해도 분탕질 몇 번하면 바로 철퇴 맞을 수 있고.
다만 빅히트 정도로 현금을 가지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네이버, 다음 카페는 사업적으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팬들이 커뮤니티를 이용하면서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내가 먹고 싶으니까. 그 트래픽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사업도 하고 싶으니까.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네이버-다음카페와 정확히 반대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이 위버스보다 훨씬 좋고 이용자 숫자도 훨씬 많은 대신에 ‘접근해오는 무리의 수질’이 매우 안 좋다.
<스타와 소통도구로써 인스타, 트위터, 유튜브, 네이버 브이라이브 최고의 약점은 다름 아닌 ‘관리’다>
인스타그램은 DM을 통한 악플 폭격, 성희롱 폭격을 막고 철퇴를 가할 수단이 없다. 이 사실 하나가 많은 불행한 사건을 만들었다.
트위터는 악성 실시간트렌드가 생기는 것, 악성 루머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단이 없다. 트위터는 아이돌 일정 유출, ‘플미’라고 불리는 되팔이 짓이 성행하는 곳이기도 하고, 악성 직찍+직캠러들의 주요 활동 무대(붙덕, 사생, 데이터팔이, 저작권과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 굿즈 생산 등등)이기도 하다. 알렉스 퍼거슨경의 인생 명언인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는 아이돌 판에서도 유효하다. 오히려 너무 유효해서 문제.
유튜브 역시 댓글 막기를 하지 않는 한, 악성 댓글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없고, 그런 댓글에 철퇴를 가할 수 없다. 그리고 유튜브는 이슈 유튜버 등이 내 돌에 빨대 꽂는 걸 원천 차단할 수단이 없다.
네이버의 주요 셀럽 콘텐츠인 ‘네이버 브이라이브’도 위에 언급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네이버 브이라이브의 악플 대책은 ‘그냥 아티스트가 자기 멘탈로 알아서 버틴다’와 다름없다.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은 막혀있지만 악플러들은 여전히 네이버 서비스를 통해 악플을 달 수 있다. 심지어 면전에다가.
<네이버가 SM에 투자한 이후 리슨을 네이버 팬십으로 이관시키로 했는데, 이는 자신들 서비스의 약점에 대한 인지 및 보완이라고 보인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 SM, 네이버에서 1천억원 투자 유치…차세대 영상콘텐츠 강화(2020.08.03.)
2. 셀럽과 팬덤 멘탈 케어가 SNS를 사용하는 주요 이유가 될 수 있다.
아이폰3GS 탄생 이후 멀티터치스크린 기능과 인터넷기능을 동시에 갖춘 ‘리얼’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고, 이를 기반으로 무수한 IT 서비스들이 탄생했다. 아이폰3GS가 나온 게 2007년이니 약 13년 정도 된 셈. 이 시간 동안 셀럽들과 팬들은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그 경험 중에는 물론 부정적인 경험도 존재한다.
많은 연예인, 인스타셀럽, 인터넷방송인 등이 악플 이슈로 사망한 사건들을 우리는 무수히 많이 봤다.
어느 정도 팬덤이 있는 아이돌팬들의 경우엔 네이버 연관검색어 정화하는 게 필수 숙제였던 시기가 있었고, 연예뉴스 댓글 달 수 있던 시절엔 기사에서 안티들과 고지전을 펼쳤다.
각종 커뮤니티, 인기까페에서는 심심치 않게 특정 아티스트, 예능 프로그램 등을 후려치기 위한 빌드업을 깔아놓으려고 했고, 실제로 그 빌드업이 잘 먹힌 사례들도 있었다.
스타크래프트갤러리(통칭 스갤)가 ‘디시수도’였던 시절에도 존재했던 디시인사이드의 병폐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았다. 디시의 ‘인터넷하수도’로서 기능은 많은 셀럽들과 팬들을 지금도 괴롭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를 하고 팬을 모아야 하니 커뮤니티도 하고 SNS도 하는 것인데, 굳이 ‘모객’을 할 필요가 없는 셀럽이라면 자신의 주요무대로 쓸 SNS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으로 한정짓지 않을 수 있다. 본인이 어디서 활동하더라도 네티즌들과 팬들이 알아서 따라가 줄 테니까.
어떤 셀럽이라 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오는 ‘사이버 철퇴’에 맞길 원하지 않고, 누구의 팬이라고 해도 팬활동 할 때 멘탈 깨져가면서 ‘노동’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좀 더 안전한 형태의 SNS에 대한 수요는 아티스트와 팬 모두 충분히 있을 법하다는 것.
문제는 ‘파워 셀럽’들을 충분히 불러 모을 수 있는가, 이용자 수를 충분히 잘 확보할 수 있는가, 그래서 그걸 ‘돈으로 환산 할 수 있는 가’이다. 수요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 시장의 크기가 충분히 큰가, 돈을 뽑아낼 수 있는 BM은 잘 설계되어 있는 가 등등.
이를 증명하는 것이 SNS 서비스를 운영 중인 회사들이 할 일이다.
3. ‘때릴 수 있는 실체’가 있는 SNS기업
아이돌 팬에게 있어 위버스, 그리고 위버스를 서비스하는 빅히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기자의 관점으로는 ‘팬들이 때릴 수 있는 실체가 있는 한국기업’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브이라이브 등은 아이돌 팬 입장에선 때릴 수 있는 실체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원피스’로 비유하면 ‘무장색 패기 설정 나오기 전’ 자연계 열매 능력자 수준이다. 불만이 생겼을 때도 ‘타격을 입을 정도’로 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자가 법무법인 로펌고우와 함께 악플과 관련한 인터뷰를 했을 때 내용 일부>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본질적으로 회사가 외국기업이라는 점이 아이돌 팬질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다. 악플러 색출에 있어 이들이 재빠르게, 책임감 있게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아이돌 팬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서비스하는 곳들이 해외 거대기업이라 국정감사 정도는 해야 각 기업 한국지사들이 눈치를 볼까 말까이다.
네이버는 한국기업이긴 하지만 팬들이 실체에 타격을 가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국정감사급 정도 이벤트는 생겨야 긴장할 기업이라는 점은 외국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비해 빅히트의 위버스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램, 유튜브, 네이버 등과 비교해 이용자수가 훨씬 적다. 시도 중인 서비스들이 완전히 정착했다고 볼 수 없으며, 앞서 언급한 기업들과 비교하면 빅히트라는 기업의 힘은 훨씬 작다. 무엇보다 팬덤 기반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팬덤 눈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사업이 그냥 거꾸러질 수 있다.
하지만 ‘SNS 기업으로서’ 빅히트의 약점은 팬들에겐 외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바로 ‘눈치 볼 대상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굳이 증권가 분석 이런 거 아니라도 빅히트와 위버스의 약점은 판에 관심이 있는 K-POP아이돌 팬이라면 누구다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파악하는데 크게 대단한 인사이트가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 점이 외려 ‘신뢰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아군으로서 신뢰할 이유는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적으로서 신뢰할 이유’ 정도는 된다.
<블랙핑크 컴백 및 정규앨범 출시 문제에 팬들이 불만을 갖고 적극적으로 때리자 반응한 YG, NCT2020 투표가 엄청난 반발을 사자 바로 취소한 SM. 현대 아이돌기획사가 ‘누굴 제일 무서워하는지’ 알 수 있는 사건들이다>
그리고 ‘위버스'에서 악플러가 잠입해서 심한 분탕질을 했을 경우, 신고 및 고소조치 진행하는 것이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네이버 브이라이브의 경우보다 훨씬 쉽다. ‘엔터기업인 동시에 IT기업인 회사가 한국기업’이라는 점이 이를 가능케 하며, 이게 현재 '위버스'의 주요 차별점 중 하나다.
<여타 SNS 속 신고기능과 위버스 속 신고기능은 갖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내돌 악플러 고소에 협조적인 SNS 중심 IT기업’이라는 게 얼마나 희소한 포지션인지 덕질 좀 해본 아이돌팬들은 잘 알 것이다. 기자가 봤을 때, 현재 빅히트는 양팔 벌려 “팬분들 제발 저를 트래픽과 돈으로 때려주세요! 저에겐 실체가 있습니다!”라고 하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이 글의 결론
1번. 현재 대세 커뮤니티 및 SNS 서비스들이라고 해도 약점이 없는 것이 아니고 문제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를 운영해오면서 충분히 부정적인 경험과 사건들을 축적해 왔으며, 이러한 경험 축적은 새로운 수요를 발생시켰다. 이 경험들과 수요가 서비스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아무도 모른다.
2번. 위버스의 성패는 ‘악플러에게 철퇴를 잘 가하는 SNS’, ‘아티스트와 팬들의 멘탈을 잘 보호할 수 있는 SNS’라는 이미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고 보인다. 이것에 성공한다면 스노우볼은 의외로 꽤 크게 굴러갈 수 있다. 반대로 이걸 잘 못한다면 죽도 밥도 안 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빅히트-위버스-SM-YG-리슨-트위터-인스타그램-네이버 브이라이브-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포켓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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