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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지 않는 것도 결단, 한화는 정우람을 지켰다

기사입력 2020.08.16 13:30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최근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한화 이글스 김진욱은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정우람 선배처럼 선수들이 모두 따르는,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투수조 막내의 이 답변에는 그라운드 안팎의 정우람이 선수로서, 선배로서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가 드러났다.

트레이드 시장의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정우람이었다. 세이브 상황이 많지 않은 최하위 한화에서 리그 최고의 베테랑 마무리를 보유하느니, 다른 자원과 교환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는 자연스러웠다. 마침 선두 NC 불펜이 흔들리며 '정우람 트레이드론'은 더욱 거세졌고, 트레이드 언급에 실명은 거론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우람의 이름은 어떤 조심스러움도 없이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팀에 필요한 선수를 받을 수 있다면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현재 최하위에 처진 한화가 이런 기회를 가만히 두고 본다는 것은 팀을 운영하는 구단의, 단장의 직무유기였다. 이미 두 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정민철 단장은 선수 순환에 대해 열려있는 인물이었고, 정우람이라는 최고의 카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구단의 제안에 귀 기울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결국 트레이드는 카드가 맞아야 성사가 되는 법이다. 이는 팀이 최하위라도, 1위라도 마찬가지인 사실이다. 반대급부가 누구라 해도 정우람이라는 베테랑 투수가 있다가 없어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손해다. 한화가 이 손해를 감수한다면, 상대도 그만큼의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대권에 도전하는 NC와의 논의가 깊어질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화는 만약 트레이드가 꼭 필요하다면 코어 유망주 여럿을 받는 것이 방향성에 맞는다고 여겼고, 아니라면 주전급의 선수를 원했다. 과감한 제의였으나 NC 역시 밑돌을 빼서 윗돌을 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끝이 났다.

한화가 미래를 저버렸다거나, 전력보강에 실패했다는 식의 문장에는 어폐가 있다. '미래를 도모한다'는 말은 추상적이나 트레이드는 당장의 현실이다. 한화가 트레이드 카드로 제안받은 정도의 선수들은 이미 한화에도 있다는 결론이었다. 이번 기회가 한화에 찾아온 최고의 기회였던 것은 맞지만, 한화는 기회를 날리지 않기 위해 섣불리 움직이는 쪽보단 차라리 움직이지 않는 쪽을 택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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