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이 4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며 올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으로 거듭났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에 대한 호평 속, 이건문 무술감독이 영화 속 액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건문 무술감독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비롯해 지난 해 '선물', '열두 번째 용의자', '가장 보통의 연애', '기묘한 가족', '내안의 그놈' 등 다양한 작품의 무술을 맡아 영화에 힘을 보태왔다.
5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개봉 이후 서면으로 만난 이건문 무술감독은 "제 인생의 첫 액션영화다"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리얼하게 나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액션 콘셉트를 짜려고 했다"는 말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함께 한 여정과 작업 과정을 함께 전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매력 포인트를 '예측할 수 없는 액션'이라고 정의했었다. 본인이 그렸던 액션 콘셉트는 어떤 것이었나.
"홍원찬 감독님이 처음에 말씀하실 때 '액션 활극처럼 보이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었다. 또 이 영화는 인남(황정민 분)이 목적을 향해서 쭉 달려가는 영화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리얼하게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셨고, 그 점을 살려서 액션 콘셉트를 짜려고 했다."
-리얼베이스 액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도 얘기했었다. 더욱 꼼꼼한 준비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어느 팀이나 다 마찬가지지만,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배우들이 신 준비를 하는 사이 저희도 그 신에 대해 액션 합을 짜고 연습을 해야 했는데, 태국에서도 현장 스케줄이 워낙 빡빡한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새벽에 촬영이 끝나면 배우들도 잠을 안자고 바로 저희 무술팀을 만나서 아침 시간에 연습을 하고, 잠시 쉬고 그랬었다. 배우들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연습을 하면서도, 서로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가장 신경을 썼었다.
-영화 공개 후 스톱모션 기법으로 구현한 리얼 액션이 주목받았다. 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이건문 무술감독이고, "철두철미하게 합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전한 바 있다.
"'여느 액션 영화처럼 컷을 나눠서 가짜로 때리고, 이것을 진짜로 때리는 것처럼 타격감을 입히는 그런 방식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스톱모션 아이디어의 출발이었다.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찍으시는 스타일 자체가 굉장히 서정적으로 길게 가시는데, 액션에서 쪼개지면 아무래도 조금 안 맞지 않나 싶어서 액션도 한 컷으로 계속 길게 가고 싶었다. 계속 생각을 하다가 고안해낸 것이 스톱모션 기법이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중간에 두 인물이 얼굴을 때릴 때나 어딘가를 때릴 때 스톱을 시켜서 보시면 실제로 주먹이 때리고 있고 맞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다.
촬영 감독님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의견을 나눴다고 할 수 있다. 홍경표 촬영감독님은 '이 영화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 다음에 이 영화를 이렇게 찍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점이 명확했다. 그래서 동선이나 합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최대한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생각하고 계신 것을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걸 인남이나 레이(이정재)가 해도 될까?' 하는 부분에 대한 기준점을 잡아주셨다고 해야 할까. 초반 작업할 때부터 완성하기까지, 많은 얘기를 나눴었다."
- 옆에서 지켜본 황정민, 이정재 씨의 액션은 어땠나. 이 외에도 일본, 태국 등 각국의 연기자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무술 부분에 있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주문했던 부분이나,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얻었던 아이디어들이 있는지.
"액션은 화면에 여지없이 드러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디테일하게 놓치지 않고 주문을 했다. 팔 동작, 다리 동작 모두 마음에 들지 않으면 OK를 하지 않았고, 다시 진행했다. 이 과정이 힘들지만 배우들의 욕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또 사실 배우들보다 그들의 캐릭터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지 않나. 아이디어를 주시면, 그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의 활용했다.
이정재 선배님은 차고지 액션에서 얼굴로 날아오는 칼을 막아내는 장면에서 고속 촬영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게 출발이 돼서 액션에 고속 촬영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게 동선이 구성됐다. 황정민 선배님은 카체이싱 장면에서 앞뒤로 막히는 상황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셨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동선을 만들어냈는데, 결과적으로 고립되는 인남이 더 간절해 보일 수 있게 연출된 것 같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을 마친 후 마음 속에 가장 크게 남았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제 인생의 첫 액션영화라는 의미가 있다. 항상 참여하는 작품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제 열정을 쏟아 부은 작품이지 않나.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저희 같은 프리랜서들은 촬영이 끝나면 약간의 위기감이 들기도 한다. '다음 작품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영화계의 떠오르는 무술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건문 무술감독이 생각하는 무술감독에 대한 정의를 내려본다면.
"시나리오에 간략하게 쓰여진 액션 동선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풍부함이 지나쳐서도 안된다. 요즘 관객들이 워낙 정확하지 않나. 액션이 드라마와 동떨어져있거나 어색하면 관객들도 영화에서 금방 빠져나온다. 누구보다 시나리오와 인물에 대한 이해가 정확해야 한다. 제가 보는 것과, 감독과 배우의 이해도가 같은 지점을 보고 있어야 좋은 액션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촬영과 편집 부분까지 잘 알아야 된다. 저 같은 경우는 촬영한 후 편집까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액션의 완성은 편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술감독의 입장에서 볼 때, 액션 연기를 잘하기 위한 바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무조건 연기다. 주먹질이나 발길질이 예쁘냐 안 예쁘냐보다 그 주먹질이나 발길질이 이유가 있는 동작이냐, 감정이 실려 있는 동작이냐에 따라 카메라에 담기는 느낌이 다르다. 당연히 후자가 관객들이 감정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액션에 몰입을 할 수 있다. 제가 항상 '카메라 앞에서 운동하지 마라, 연기를 해라'고 말하곤 한다."
-이건문 무술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액션, 공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많이 참여했었다. 장르마다 액션 부분에 특색을 다르게 주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시나리오다. 극을 망치고 드라마를 깨는 이질감이 드는 액션은 안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시나리오의 흐름이나 이 영화의 성격을 파악하려고 가장 노력한다. 각 영화의 감독님과 사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술감독이라는 일이 몸을 쓰는 것이 크다 보니, 정말 다른 직업보다 자기관리가 어렵고, 잘 돼야 할 것 같다.
"당연히 운동을 좋아하고, 또 많이 하려고 한다. 직업이지 않나. 하지만 바쁘다 보면 운동할 시간이 없다. 그래도 하루 10분이라도 하려고 한다. 이것은 직업을 떠나서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부분 아닐까. 하루 10분이라도 운동을 할 수 있다면, 그게 곧 건강도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영화 촬영 현장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다행히 코로나19 확산 전 해외 촬영까지 잘 마무리했던 작품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영화 현장에서 체감했던 코로나 여파가 있었는지, 현재의 영화계 모습들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늘 제게 들어온 작품들을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지금 것을 열심히 하지 않는데 다음 작품이 더 좋은 것이 들어올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잘 하자'가 늘 생각하는 모토이고, 영화계를 포함해서 정말 모두가 다 힘든 상황이지 않나. 모두 다 힘내서 극복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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