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홍원찬 감독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오피스'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장르적인 재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홍원찬 감독이 고심한 흔적들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묻어나며 영화를 향한 기대도 함께 높이고 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작품. 박정민이 인남의 조력자 유이 역으로 등장하며 최희서, 박명훈, 오대환 등이 힘을 보태 탄탄한 하드보일드 추격액션을 완성했다.
한국과 일본, 태국 등 글로벌 로케이션으로도 주목받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가 확산되기 전 다행히 모든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준비부터 지금의 개봉까지 누구보다 오랜 시간동안 마음을 썼을 홍원찬 감독도 "엊그저께 시사회에서 일반 관객 분들을 보면서 무대 인사를 하는데 '관객들을 극장에서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구나,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고 느껴지더라고요"라고 돌아봤다.
"저희 촬영이 설 연휴 전에 크랭크업(1월 23일)하고 연휴 때 한국에 들어왔는데 그날 뉴스에 국내 확진자 소식이 전해진 것을 봤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 확산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다행히 저희 작품은 촬영 기간에 피해를 본 것이 없었지만 다른 작품들 경우에는 해외 촬영 일정이 변경되기도 하고, 힘들어진 모습들을 봤거든요. 저희 영화가 개봉하게 된 지금까지도 이런 상태고, 극장 상황도 어려우니 많이 안타깝죠."
홍원찬 감독의 상반기도 바쁘게 흘러갔다. 귀국한 후 일주일 뒤부터 곧바로 후반작업을 시작했고, 개봉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빠듯하게 작업을 마친 시간들이었다. 홍원찬 감독은 "장르적인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려고 했어요. 저 스스로도 이렇게 서스펜스 있는 스릴러 같은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평소에 많이 찾아보기도 하고요. 지금 이 시기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로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라고 전했다.
'어둠의 세계에 존재하는 인물, 원죄를 가진 인물이 다른 사람을 구하게 되면서 본인도 구원받는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한 바 있는 홍원찬 감독은 황정민과 이정재 두 배우의 강렬한 액션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긴장감 넘치는 시간을 선사한다.
캐릭터의 이름만으로도 각 인물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호기심을 더한다.
홍원찬 감독은 "인남의 '인'에는 '참을 인'자의 의도를 주고 싶었어요. 거창하게 얘기해본다면, 인남에게는 어떤 숙명에 맞서는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또 레이는, 이 이름이 주는 느낌이 남자인 지 여자인 지 알 수 없는 그런 불투명한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유이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떻게 보면 국적이 불분명하죠. 영어 이름이 될 수도 하고 한국 이름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를 주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보고 난 이들이 가장 많이 곱씹어보게 될 부분 중 하나일, 레이가 앞만 보며 달려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
"이 인물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끝까지 고민이었거든요. 형에 대한 복수라든지, 인남과의 전사 부분의 설명에 대해서요. 그렇지만, 레이라는 인물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를 몰라야 더 무시무시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예측하고 분석이 될 때보다 이 사람의 내면을 정확하게 알 수 없을 때 더 공포스럽잖아요. 일종의 사냥꾼처럼, 그래야 캐릭터 적으로도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었고요.
그리고 이 부분이, 저 나름대로는 모험 같은 시도였거든요. 그렇게 하다보면 너무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이번에는 일방향으로 달려가는 법을 택했어요. 보시기에 따라 불친절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텐데,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 지 궁금하고, 그 반응들을 보며 저 역시 또 배우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영화의 등급은 처음부터 15세 관람가를 염두에 뒀다고도 밝히며 관람 연령대를 낮추기 위해 일부러 수위를 낮춘 것이 아니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애초에 촬영할 때부터,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 않기로 했었어요. 칼로 찌르더라도, 찌르는 순간의 장면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고 실제로도 찍지 않았고요. 어쨌든 장르적으로 칼을 쓰는 액션들도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보여질 수밖에 없는데,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사운드나 그 상황의 분위기 등 다른 식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애초에 15세 관람가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싶었고, 프리 프로덕션 때부터 이 영화가 액션 영화이니 영화의 템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신경썼어요.
그리고 저 차제도 하드코어적으로 신체를 훼손하거나 하는 묘사를 좋아하지는 않아요.(웃음) 전반적으로 배경 자체가 해외고, 리얼한 톤이 영화 전반적으로 구축이 돼있어서 실제적으로 많이 받아들이셨던 것 같거든요. 심의를 넣었는데 청소년 관람불가가 나와서 저도 당황했죠.(웃음) 제작사 대표님 등 경험 많은 분들이 계시니까, 의견을 물어서 영화의 톤이나 편집의 리듬, 사운드나 피의 양처럼 다시 손 볼 수 있는 부분들을 같이 고민했었어요. 표현 수위에 대한 고민은 최종 편집 때까지 쭉 이어졌던 것이죠."
홍원찬 감독은 '최대한 돌려서 그 분위기로 표현하는 것이 영화적인 표현'인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꼭 어떤 사람을 해치고 죽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무서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이후에 분위기로 보여주고 인물과 이 신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거든요. 저 나름대로는 그렇게 보여주려고 한 것인데, 그럼에도 이 장르의 영화를 봐주시는 관객 분들의 시선에서는 각자 다르게 느끼실 수 있다고 보고요."
'추격자'(2008)와 '작전'(2009), '황해'(2010), '내가 살인범이다'(2012)의 각색을 거쳐 상업영화 데뷔작인 '오피스'로 2015년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등 데뷔부터 자신의 색깔을 누구보다 뚜렷하게 보여줬던 홍원찬 감독이다.
코로나19로 영화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 침체된 극장가를 살릴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또 하나의 도전을 완성하게 됐다. 차분히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홍원찬 감독은 "그냥 저는, 모두가 이렇게 각자 맡은 역할들에 대해 빈틈없이 잘 해주셨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요"라고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캐스팅을 하고, 또 준비를 하는 것이지만 캐릭터는 배우들이 구현을 해주는 부분이잖아요.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서 보면 가장 감사하게 되죠. 이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분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조연도 구멍이 없다, 캐스팅이 정말 좋았다'는 말들이었거든요. 다 같이 가는 것이잖아요. 인남이나 레이, 유이만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라 최희서 씨, 박명훈 씨, 오대환 씨와 일본·태국 배우 분들까지 다들 너무나 잘 해주셨어요. 스태프들도 물론이고요."
함께 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리는 그에게, ''그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내가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은 것이 있지 않나'라고 농담 어린 물음을 던지자 조심스러우면서도 유쾌한 답이 돌아왔다.
"이 분들을 한데 모은 것?(웃음) 배우들도 물론이고, 스태프들까지, 어떻게 보면 각 포지션을 대표하시는 분들이 모두 모여 주셨잖아요. 이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각자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 가장 잘 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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