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③에 이어) 뮤지컬 ‘제이미’는 드랙퀸을 소재로 했지만 주된 내용은 17세 소년 제이미의 성장이다. 난 그냥 나니까 내 모습이 어떻든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조권은 “이 작품을 통해 나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라며 고개를 끄떡였다.
“‘제이미’에서는 성 소수자고 꿈이 드랙퀸이고 실화이기 때문에 그런 설정에 맞출 수밖에 없지만 저는 활동하면서 늘 SNS에서도 그렇고 많은 메시지를 보내려고 노력해요. 그게 게이든 아니든 연령대, 생김새가 어떻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어요.
내가 싫으면 싫은 거고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속으로 생각하거나 친한 친구들과 뒷담화할 수 있죠. 하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가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인터넷에 굳이 로그인해서 구구절절 쓰며 남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는 걸 보면 저렇게 사는 게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이미’도 첫 대사에서 ‘맞아. 나 게이’라고 치고 들어가잖아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 작품을 해요. 하이힐을 신고 세상에 맞서 하이킥을 날리는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아시아 초연으로 공연 중인 '제이미'는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제이미: 16살의 드랙퀸'(2011)에서 소개된 제이미 캠벨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드랙퀸이 꿈인 17세 고등학생 제이미의 꿈과 도전, 가족의 사랑 등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담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랙퀸이 생소하고 잘 모르는 분들도 많잖아요. 2막에서 ‘어떻게 로코 샤넬을 모를 수 있어? 무지한 자들’이라고 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오락을 위한 여장 남자로 표현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드랙퀸 친구들이 좀 있어서 영감을 많이 받았거든요. 드랙퀸 쇼를 보러 간 적도 많아요. 드랙퀸은 여장 남자로 국한될 수 없대요. 거울을 보면서 내가 그날의 감정을 얼굴에 그릴 뿐인 거죠. 드랙퀸이나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은 나름의 페르소나가 있다고 생각해요. 머리를 쇼트컷이든 긴생머리를 하든, 여자라고 힐 신으리라는 법이 없듯, 제이미도 화장하지 말란 법이 없잖아요. 다양한 메시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제이미는 다이렉트로 내리꽂기 때문에 속이 시원해요.”
온라인에서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틀에 갇혀 조권에 대한 악플을 달기도 한다. 조권은 SNS를 통해 그런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등 솔직한 면모를 보여줬다.
“저라는 사람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업보라고 생각해요. 직업이고 저 같은 캐릭터가 드물기도 하고요. 30대가 오기 전에는 저도 헷갈렸어요. 깝권, 조권, 2AM 등 수많은 조권을 보고 이럴 거다 저럴 거다 말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30대가 되고 군대에 다녀와서는 중성적인 이미지가 무기가 된 것 같아요. 예쁘게 생겼다고 듣는 것도 기분이 좋아요. 슈트 입고 힐을 신고 시상식에 나타나면 ‘저게 모야’가 아니라 ‘조권이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장르가 되고 싶어요. 굳이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30대에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고 싶어요.”
조권은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최연소 헤롯으로 뮤지컬에 진출했다. ‘프리실라’, ‘체스’, ‘이블데드’, ‘신흥무관학교’, ‘귀환’, 그리고 ‘제이미’까지 경력을 쌓았다.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에 대한 편견을 깨고 차근차근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감사하게도 1년에 한 작품씩 했어요. 군대에서도 너무 감사하게 ‘신흥무관학교’와 ‘귀환’도 했고요. 어느덧 ‘제이미’가 여덟 번째 작품인데 되돌아보면 다 피와 살이 됐어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할 때 아이돌이 정말 많은 뮤지컬에 도전할 때였어요. 뮤지컬하기 전에도 뮤지컬을 보는 걸 좋아했고 사랑하는 관객의 입장으로서 무대를 볼 때 나도 도전하고 싶다 생각했지만 못하는 아이돌이 많았거든요 상업적으로 도전하거나 회사에서 시켜서 하고요. 관객들이 아이돌의 도전에 실망하고 색안경을 끼게 됐어요. 뮤지컬에 열정을 가진 다른 아이돌이 진심을 다해 하려고 해도 같이 돌을 맞는 거죠.
저도 두려웠는데 헤롯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됐어요. 이지나 연출님이 3분 20초의 킬링 파트를 네가 잡아먹는다면 그다음 뮤지컬에서도 탄탄대로로 갈 거라고 해주셨거든요. 전구에 불이 켜지듯 도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역할이었는데 캐스팅될 때 욕을 엄청 많이 먹었어요. 어떻게 조권이 헤롯왕을 하냐고요. 그런데 뚜껑이 열리는 순간 관객의 반응이 바뀌었어요. 무사히 잘하고 ‘프리실라’라는 맞춤옷 입은 작품을 만나 행복했어요. ‘체스’도 큰 도전이었어요. 박은태 형, 정선아, 옥주현 누나가 너무 도움 될 테니 해보라고 했어요. 정극도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요. 차근차근 하다가 결국에는 8, 9년 만에 인생작을 선물 받은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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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