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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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한국여자배구가 일본의 벽을 넘으려면. - 1.

기사입력 2007.11.05 13:40 / 기사수정 2007.11.05 13:4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3일, 일본 도쿄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벌어진 2007 FIVB 월드컵 대회에서 맞붙은 한일전은 또다시 일본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번의 패배로 이제 일본전 10연패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90년대 여자배구에서 일방적인 우세를 보인 한국팀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치욕적인 결과입니다. 언제나 숙명의 라이벌로 묘사된 투 팀의 간격은 어느 순간, 크게 벌려졌고 그 전력 차는 쉽게 좁혀들고 있지 않습니다.

도대체 비슷하거나 한국팀이 우세를 보였던 종족에서 이리도 전세가 역전된 것일까요? 표면적으로 나타난 양국의 행보를 보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미래를 준비한 팀과 현재에만 급급했던 팀.

  바로 2004 아테네올림픽 이후에 보였던 양국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물론 한국이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을 3:0으로 완파할 수 있었던 것은 대표팀에 다시 가세한 노장 트리오인 구민정, 장소연, 강혜미(전 현대건설, 국가대표)란 걸출한 한국여자배구의 대들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선수들과 한 시대를 풍미한 최광희(전 KT&G 아리엘스)등이 은퇴하면서 세대교체의 시점에 한국여자배구는 직면했습니다. 새로운 멤버로 대표팀이 짜여지려면 적지 않은 기간이 걸립니다.

  새롭게 대표팀 마크를 단 선수들은 국제대회를 통해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고 이것을 다른 대표팀 선수들과 조합해서 조직력으로 완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제대회에 참가해서 경험을 쌓아야하는 것이죠.

  실제로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보면 국내대회보다 국제대회를 통해 더욱 성장하게 됩니다. 우선적으로 한국여자배구에 국한된 기량에만 익숙해지면 여러모로 발전이 더디게 되죠. 일례로 같은 세트플레이를 만든다고 해도 국제대회에서 통하려면 더욱 빠르고 세밀해야 합니다. 그냥 적장한 스피드로 성공하는 한국무대의 플레이만 고수한다면 보다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표팀도 지속적으로 국제대회를 치르며 팀 자체의 조직력을 완성해 가야하는데 한국은 이러한 체계적인 조직력 완성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비해 노장과 신진이 조화를 이룬 일본은 장기간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야나기모토 감독 아래서 오랜 기간동안 손발을 맞춰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조직력이 완성된 것이고 국제무대에서 최상수준인 수비력이 가능한 것입니다. 반면, 한국은 아테네올림픽 이후, 아직까지 뚜렷한 조직력의 윤곽도 접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러모로 시도는 해봤지만 계속되는 부상선수 속출에 워낙 얇은 선수 층이 화근이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대표팀 감독도 매해마다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기틀이 확립되지 못한 대표팀의 환경에선 우리만의 조직력을 완성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국내대회 일정과 차질이 있기 때문에 대표팀의 훈련기간도 상당히 짧은 편입니다.

  이루어야할 것은 이제 코앞에 와있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할 것은 많지만 무엇부터 시작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선 기대이상의 결과를 바라기엔 무리가 많습니다. 어쩌면 대 일본전 10연패란 기록은 치욕의 수치이기도 하지만 냉엄한 현실이 안겨준 결과이기도 합니다.

  지난 3일에 일본에게 1-3으로 패한 경기를 분석해보면 여러모로 지금부터 1년 전인 2006년도에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의 대 일본전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바로 한국이 끝내 일본을 넘지 못하고 있는 벽을 1년이 지난 후에도 극복하고 있지 못한 셈이지요.

  이제 운명의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전은 내년 5월에 역시나 일본에서 벌어질 예정입니다. 이 기간동안 한국은 그동안 넘어서지 못한 일본의 벽을 극복해야 베이징올림픽 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일본 여자배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최종 3위권에 들어 최종예선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올림픽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팀이 물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강팀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네들의 숙원이 이루어지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홈어드밴티지가 따르는 일전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국제배구계의 강호들은 언제나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일본이 이기려고 벼르던 상대인 세르비아는 4세트에서 극적인 역전을 이루며 일본을 3-1로 격침시켰습니다. 게다가 한수 위의 전력이라고 평가받는 브라질, 미국, 이탈리아 등이 3위권에 들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최종예선전에서 다시 붙어야만 하는 상대가 바로 일본입니다. 그리고 일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작년 아시안게임부터 한국에게 2연승을 달리고 있는 태국도 버티고 있습니다. 정말 산 넘어 산이지요. 2008년 올림픽에 열리는 베이징은 서울에서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2004년엔 세계의 강호인 러시아와 이탈리아를 기적 같은 역전승을 펼치며 지구 반 바퀴에 잇는 그리스 아테네로 향했는데 그 거리와는 비교도 안 되는 베이징으로 가는 길은 이처럼 너무나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결코 희망을 버려선 안 되고 내년 5월엔 그동안 넘지 못한 일본의 벽을 반드시 넘어야합니다. 이번 3일에 있었던 경기에서는 지난 1년 동안 넘지 못한 벽 앞에서 또다시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내년 5월에도 이러한 결과가 반복된다면 베이징에 갈수 있는 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짧은 기간동안 무엇을 다져야 한국이 일본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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