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05 20:52 / 기사수정 2007.11.05 20:52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15년 만의 만원사례, 안전 대책은 여전히 15년 전?'
2007 K리그의 챔피언을 결정짓는 그 첫 대결. 오랜만에 포항의 안방이 들썩였다. 경기 2시간 전부터 밀려드는 행렬부터가 범상치 않았던 이날, 경기만큼이나 화려했던 관중들의 응원 열기에 선수들은 3골의 골 폭죽으로 화답했다.
이날 경기에서 최고의 압권은 역시 빼곡히 들어찬 관중석.
복도까지 꽉 들어차고도 계속해서 밀려든 관중들은 계단, 통로 할 것 없이 경기가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리를 잡고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오른 홈팀을 응원했다. 이번 시즌만이 아니라 15년 만에 처음으로 기록하는 만원 관중 사례에 포항 구단이 기쁨의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전반에 이미 2만 2천 명에 육박한 가운데 끊임없이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최종적으로는 약 3만여 명의 관중이 이날 기쁨을 함께했다.
사방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선수입장 순간 양 사방에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휴지 폭탄을 던지며 경기장을 일시에 하얗게 물들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홈팬, 원정팬 가릴 것 없이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빽빽이 내걸린 응원 걸개 역시 선수들의 대결만큼이나 치열한 응원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응원은 단연 해병대였다. 구단측에서 원정 서포터들을 위해 자리 이동을 부탁할 만큼 빽빽하게 S석을 장악한 그들은 경기 시작 휘슬과 동시에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특유의 붉은 셔츠 차림을 선보여 경기장을 찾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노란색과 국방색으로 물들어있던 S석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면서 붉은 색으로 출렁이고 있던 포항 스틸야드를 더욱더 뜨겁게 달구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홈 관중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치열한 응원전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어지간해서는 휘슬을 아끼는 독일 심판의 판정에 대해 선수 대신 격렬한 항의를 표하는가 하면 애교 섞인 사투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상대의 공세에는 한목소리로 안타까운 비명을, 포항의 플레이에는 아낌없는 환호로 힘을 더했다.
먼길을 찾은 성남의 서포터들 역시 홈관중 못지 않은 응원전을 펼치기는 마찬가지.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해병대의 붉은 물결 한가운데 S석의 한구획을 모두 노란색으로 물들인 성남의 응원단은 팀이 선제골을 내어줬음에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의 함성에 맞서 싸웠다. 후반 44분 터진 장학영의 만회골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골 더를 외치며 2차전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만원 관중에 만점응원이었지만 15년 만이어서였을까, 여러 가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남겼다.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정원 이상의 관중이 몰리면서 2층 난간 이곳저곳에서는 위험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특히 조금이라도 더 좋은 시야를 위해 층간 출입구 주변에 관중들이 밀집되면서 포항 득점 상황에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뒤엉켜 안전요원들과의 실랑이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또 리그에서도 가파르기로 손꼽히는 스틸야드는 원래도 그리 넓지 않은 통로가 더욱 협소해진 덕분에 하프타임과 경기 종료 직후 위태로운 상황이 속출하며 몸살을 치렀다. 구획마다 안전 요원이 있었지만 3만 명에 육박하는 관중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찾은 취재진 역시 도착한 시간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30분을 남겨놓고 이미 대부분의 기자석이 가득 차 몇몇 기자들은 관중들과 함께 서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구단 측에서 다른 경기장에 비해 협소한 취재석을 감안해 미리 대비를 했음에도 경기를 위해 몰려든 취재진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부족했다. 경기 종료 직후에는 너무 일찍 통로가 막히면서 몇몇 기자들은 무거운 장비를 들고 빠져나가는 관중들과 뒤섞여 좁고 가파른 관중석을 오르내려야만 했다.
15년 만의 만원 관중에 반색을 하는 것은 좋지만 정작 이 만원 관중을 위한 안전대책에 있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포항 구단으로서는 아직 FA 결승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맞이한 문제점인 만큼 서둘러 개선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만원 관중에 만점 응원을 펼치고도 관중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에 있어 문제점을 보인 2007 K리그 챔피언 결정 1차전. 포항은 곧 닥칠 FA컵 결승전을, 성남은 당장 11일로 닥친 챔피언 결정 2차전을 과연 어떻게 준비할까 만원관중에 즐거우면서도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던 경기였다.
[사진=스틸야드를 꽉메운 포항의 축구팬들 (C)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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