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들은 사랑노래만 한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잘 살펴보면 자신의 꿈을 노래하는 곡도 많다.
그렇다보니 각기 다른 프로듀서가 만들었고, 각기 다른 아티스트가 부른 ‘꿈에 대한 노래’임에도 가사가 비슷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피에스타’는 ‘내 맘에 태양을 꾹 삼킨 채’라는 가사 하나로 ‘꿈을 이야기하는 곡으로써’ 차별성을 획득했다. 이 가사 하나로 ‘영원토록+뜨겁게+지지 않겠다’라는 포부를 한 번에 표현한 것.
걸그룹 활동하면서 이런 가사를 담은 노래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자체가 크나큰 행운이다.
드림캐쳐 ‘스크림’(‘Dystopia : The Tree of Language’ / 2020.02.18.)
작사 : LEEZ, Ollounder, 김보은(Jam factory)
작곡 : LEEZ, Ollounder
편곡 : LEEZ, Ollounder
“타오른 갈증 삼켜도 위선은 다 내 탓이라 해”
드림캐쳐 멤버들은 딱히 악플러를 저격한 노래는 아니라고 했지만, 더할 나위 없는 악플러 저격송이다.
넓게 보면 말로 사람에게 상처주는 사람들을 향한 외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드림캐쳐의 색깔에 맞게 잘 표현했다. 아무리 판타지한 컨셉을 해도 메시지는 현실과 닿아있어야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드림캐쳐 정규 1집 ‘Dystopia : The Tree of Language’와 타이틀곡 ‘스크림’은 그것을 해냈다.
위에 언급한 “타오른 갈증 삼켜도 위선은 다 내 탓이라 해”라는 가사가 이번 선정의 핵심 이유.
방어적인 액션조차도 위선이라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을 정확히 타겟팅한 가사라 높은 점수를 줬다.
앨리스 ‘노 빅 딜’(JACKPOT / 2020.02.26.)
작사 : 벨라, 황현(MonoTree)
작곡 : 황현(MonoTree), NOPARI(MonoTree)
편곡 : NOPARI(MonoTree)
“너는 내게 끝나가는 감기처럼 마른기침만 남아”
상반기에 나온 걸그룹 노래 가사 중 현실감이 가장 대단했던 곡. 단순히 이별노래라고 현실적이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화자의 감정선엔 과장이 없는데 ‘감정의 밀도’가 높아서 현실감이 좋다고 한 것.
‘A는 B처럼’이라는 가사가 많이 나오는 노래. 근데 하나 같이 시니컬하고 적절한 비유들뿐이다.
도대체 이런 노래를 누가 만들었나 궁금해서 봤더니 ‘모노트리’ 황현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곡이었다. 괜히 아이돌 팬들이 ‘황버지’(황현+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곡.
에이프릴 ‘LALALILALA’(Da Capo / 2020.04.22.)
작사 : moonc, 강명신
작곡 : moonc, 강명신
편곡 : moonc, 강명신
“별들의 숫자만큼만 나를 떠올려줄래 더 많이 사랑해줄게”
처음 들었을 때는 가사의 의미를 많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보니 이 노래는 ‘연예인(아이돌)로서 대중과 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인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라기 보단 나름대로 자신들의 포부와 소망을 담은 노래라는 것.
‘큰 사랑에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할 테니 우리에게 마구마구 입덕해달라’로 요약되는 가사.
이러한 소망은 에이프릴이라는 팀의 스토리와도 어느 정도 닿아 있는 면이 있다.
사실 에이프릴은 이번 활동 전까지 완전체 활동을 제법 오래 쉰 팀이었다. ‘라라리라라’ 이전 활동곡이 ‘예쁜게 죄’(‘이나은 자수 직캠’으로 유명한 그 곡)인데 이 노래가 나온 게 2018년 10월. 개인 활동을 하긴 했지만 완전체만 놓고 보면 작년인 2019년에 통으로 쉰 것. 이 와중에 이나은이 ‘에이틴’ 등을 통해 인지도를 많이 쌓은 것은 희소식이었으나, 이와 같은 희소식을 팀 활동을 통해서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발매한 곡이 ‘라라리라라’였기에, 노래 가사의 의미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 활동을 통해 제법 괜찮은 성과를 낸 에이프릴. 어찌 보면 노래 속에 담은 소망을 약간이나마 이룬 것이 아닐는지.
오마이걸 ‘꽃차’(NONSTOP / 2020.04.27.)
작사 : 서지음
작곡 : 이주형(MonoTree), Mayu Wakisaka
편곡 : 이주형(MonoTree)
“큰 위로나 아주 멋진 말 전할 순 없지만 꽃차 한 잔을 내어 줄게요”
오마이걸의 새 앨범 ‘논스탑’을 대표하는 곡은 ‘살짝 설렜어’와 ‘돌핀’이기는 하지만, 화자가 갖고 있는 이해심의 깊이만 놓고 보면 이 노래가 제일이지 않을까 싶다.
자기성찰에 기반한 배려심 있는 위로. 언어보다 깊이 있는 행동을 표현한 언어.
위로와 충고라는 것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참 쉽지 않다. 별말 안하면 무관심하게 보이기 쉽고, 뭔가 말을 꺼낸다 치면 영혼 없는 말을 하게 되거나 ‘명언중독자’가 되기 십상이다. 위로와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도 많고, 남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잘난 사람’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위로와 조언이라는 형식을 빌리는 사람도 있다.
이 노래의 화자는 입은 무겁고, 마음은 진한 사람이다. 그 진한 마음을 담은 차가 바로 ‘꽃차’.
우주소녀 ‘판토마임’(Neverland / 2020.06.09.)
“찰나의 무언극이 된 사랑의 Climax 춤추는 속눈썹 우리의 첫 Ensemble”
작사 : 김진환, 엑시(Exy)
작곡 : 김진환
편곡 : 김진환
앨리스 ‘노 빅 딜’이 현실의 극한이라고 한다면 우주소녀 ‘판토마임’은 비현실의 극한. 과장된 감정, 비현실적인 수사가 난무하는데 이게 곡이랑 찰떡처럼 어울린다.
듣다보면 첫키스의 감정을 이 노래보다 더 거창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 극도로 거창한 표현들로 이루어진 가사인데, 이 거창함들이 자연스럽게 배열되어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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