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기별 인상적인 노래’ 시리즈를 여러 본 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이 선정은 철저히 기자 개인의 주관에 의한 선정이며 독자들의 감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 팀 당 한 곡만 선정한다는 원칙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며, 글 들어가겠다.
(여자)아이들 ‘사랑해’(I trust / 2020.04.06)
세상 도도한 척 하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사랑에 빠진 인물의 사랑 노래.
개인적으로는 입덕부정기와 입덕인정기 사이 과도기를 다룬 노래라는 느낌이 들었다.
‘너 자꾸 그렇게 내 심장 때리지마. 이러다가 입덕 당하겠... 당했다!’ 이런 느낌?
에이핑크 ‘덤더럼’(LOOK / 2020.04.13)
우등상을 탄 모범생. 개근상 탄 학생이 성적까지 잘나왔을 때.
‘1도 없어’ 발표 이후 시작된 에이핑크의 ‘청순 카리스마’ 시대. 이 ‘청카’ 시대 커리어하이를 좀 더 높여줄 수도 있는 노래. 9주년-10년차가 된 2020년에도 음방 8관왕 등의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에이프릴 ‘LALALILALA’(Da Capo / 2020.04.22)
‘봄의 나라 이야기’ 이후 에이프릴 최고의 아웃풋. 데뷔 초에 어린 컨셉을 많이 한 팀인데, 이번 컨셉 정도가 딱 자기 옷이 아닌가 싶다. 슈퍼에이스(이나은)로 인지도 넓히고 완전체 활동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고전적인 전략을 나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
오마이걸 ‘돌핀’(NONSTOP / 2020.04.27)
‘살짝 설렜어’와 ‘돌핀’ 중 뭘 고를까 고민했으나 일단 이쪽으로 배팅. 다른 부분에선 다 비등했으나 가사 전개에서 ‘돌핀’의 손을 들어줬다. ‘물보라를 일으켜’라는 이 7음절로 노래가 담고 있는 스토리를 아주 깔끔하게 표현.
근데 사실 이 두 곡은 어느 쪽을 선택한다는 게 크게 의미 없을 정도로 한 몸 같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타이틀곡과 서브타이틀곡이 선순환을 일으키며 차트에서 롱런하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는 상태. 올해 봄 걸그룹 음원계의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
공원소녀 ‘공중곡예사’(the Keys / 2020.04.28)
1분기 앨리스 ‘노 빅 딜’을 잇는 귀한 보석. 꿈을 좇는 존재로서 자신을 ‘공중곡예사’에 비유한 것이 참신했고, 그 참신함을 잘 뒷받침하는 작곡력+작사력이 만족스러웠다.
나띠 ‘나인틴’(NINETEEN / 2020.05.07)
나띠를 아이돌로 봐야할지, 아니면 그냥 여성솔로로 봐야할지 고민을 좀 했는데, 글쓴이 개인에게 나띠는 ‘아이돌을 꿈꿨던 소녀’라는 인상이 강해서 일단 이쪽으로 분류했다.
당연히 그룹 활동할 것 같았던 소녀의 솔로 데뷔곡이라, 잘 준비된 앨범이 나왔을까 싶었는데 웬걸. 의외로 메시지도 좋고 멜로디도 세련된 곡이 나와서 놀랐다.
‘Why 꿈은 꿀수록 더 커다란 미로, Eye 두 눈을 맞추며 전하는 위로’
위 가사는 ‘올해의 펀치라인’ 후보에 충분히 올려볼만 할 듯.
러블리즈 류수정 ‘42=’(Tiger Eyes / 2020.05.20)
올해 상반기에 나온 걸그룹, 여자아이돌 노래 제목 중 특이하기로는 이 노래가 제일인 듯. ‘사이는’이라고 읽으면 된다.
꽤 감미로운 노래인데 가사 때문에 ‘부부의 세계 SONG’이라는 평이 생기기도 했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화자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
다비치 ‘두사랑’의 솔로가수 버전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
트와이스 ‘MAKE ME GO’(MORE & MORE / 2020.06.01)
성장한 트와이스를 느낄 수 있게 해준 곡. 비트, 멜로디, 가사 전개, 멤버들의 음색 활용 등 모든 면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노래였다.
우주소녀 ‘판토마임’(Neverland / 2020.06.09)
우주소녀라는 팀이 지금까지 낸 노래들을 감안하면 정말 이질적인 색깔을 가진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게 또 의외로 괜찮았다. 에프엑스가 완전체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다면 선보였을 것 같은 노래를 우주소녀가 소화한 느낌.
첫키스의 짜릿함을 아주 판타지하게 묘사했는데, 묘사가 매우 밀도(수위 말고) 높다. 작사 공부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곡.
아이즈원 ‘회전목마’(Oneiric Diary / 2020.06.15)
아이즈원 스타일의 시티팝. 2018년 유빈 ‘숙녀’, 2019년 유키카 ‘네온’을 잇는 곡.
멤버 히토미가 작사에 참여한 노래인데, 일본인 아이돌이 작사한 곡에서 ‘시간을 조각한 것처럼 춤추는’이라는 가사를 볼 줄은 몰랐다.
네이처 ‘어린애’(NATURE WORLD: CODE M / 2020.06.17)
대형 걸그룹들이 대거 컴백한 2분기. 그럼에도 ‘뮤비의 충격력’은 이 팀이 제일이었던 것 같다. 걸그룹 뮤직비디오 무삭제 버전 보고 ‘삭제 될 만하네’라는 감상이 들 줄이야.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라는 팀의 인사법과는 180도 다른 아주 센 곡과 뮤비. 여러모로 진지하게 논의를 해 볼 수 있는 노래인 듯하다. 네이처의 노래와 뮤비를 감상한 뒤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
위키미키 ‘OOPSY’(HIDE and SEEK / 2020.06.18)
여러모로 작년 활동인 ‘피키피키’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는 곡인데, 작년에 ‘피키피키’ 활동에 매우 만족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곡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참, 큰 틀에서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거지 소위 ‘2절’을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 아이돌그룹의 활동을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보다 보면 소위 ‘고점’을 찍는 타이밍을 관찰할 때가 있는데, 위키미키는 지난해부터 바로 그 고점 타이밍이 시작된 듯하다. 음악적으로 고점을 찍었을 때 한 두 단계 이상 쭉쭉 성장하길 바랄 따름.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How You Like That / 2020.06.26)
유튜브 여제의 귀환. ‘무호흡 유튜브 신기록 머신’다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여러모로 ‘국가대표 걸그룹은 우리다’라는 소리 없는 웅변이 느껴지는 뮤비. 과장 없이 말 그대로 ‘미친 때깔’을 보여준다.
그간 블랙핑크는 ‘테디가 캐리하는 그룹’이라는 평이 있었고, 기자 역시 일정 부분 그 평에 동감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인 것 같다.
마마무 화사 ‘마리아’(María / 2020.06.29)
뮤직비디오를 보니 말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세태를 표현한 곡인 듯하다.
꽤나 살벌한 상징들이 많이 나오는 뮤비인데, 이미지 뒤에 숨겨진 메시지를 생각해보니 제법 자전적인 성격을 가진 노래라는 결론이 나왔다. 말로 죽고 사는 직업하면 또 연예인을 빼놓을 수 없으니까. 이러한 생각을 하게 만든 주요 상징은 날아다니는 펜, 구속구, 못으로 만든 왕관이다.
니쥬 ‘Make you happy’(Make you happy / 2020.06.30)
JYP의 새 걸그룹 NiziU(니쥬)가 발표한 프리 데뷔곡.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를 통해 탄생한 9인조 걸그룹이다.
어깨에 힘 빼고 편안하게 만든 자기소개서. 원더걸스, 트와이스 등 정상급 걸그룹을 제작한 회사 JYP에서 만든 그룹이라는 점을 매우 티내고 있다. 적당히 코믹한 스타일로 뮤비를 만든 것도 원더걸스 데뷔 초 뮤직비디오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텔미’, ‘소핫’, ‘노바디’ 등)
사실 1차 감상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진영이형은 원더걸스 ‘노바디’ 때도 직접 출연하더니 10년이 지나도 출연욕심은 변함이 없구나”였다.
여러모로 스트레이트보다는 잽에 가까운 곡. 후일 각 잡고 뻗게 될 스트레이트 펀치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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