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연극 ‘렁스’는 배우들의 에너지를 온전히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남자와 여자 단 두 명의 배우가 좌우로 긴 텅 빈 무대에서 쉴 틈 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퇴장 한번 없이 방대한 대사와 휘몰아치는 감정을 쏟아낸다.
이동하는 곽선영, 이진희를 두고 “멋있고 훌륭하고 존경하는 배우들”이라고 추켜세웠다.
“두 배우 모두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 작품을 보는 눈, 꿰뚫어 보는 통찰력, 상대에게 감정을 전해주는 능력, 순간 집중하는 몰입력 등 좋은 건 다 가졌어요. 훌륭한 배우들이고 저도 많이 배워야 한다고 느꼈죠. 극에서 선영이는 날카로워요. 냉정할 때는 냉정하고 훅훅 들어오는 느낌이에요. 캐릭터로서 저를 확확 찌르는데 그 모습조차도 귀엽고 사랑이 느껴져요. 굉장히 매력 있고 멋있죠.
진희는 굉장히 다이내믹해요. 선영이와 반대죠. 돌직구 스타일인데 다양한 감정을 높낮이를 다양하게 줘서 그 안에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느낌이 있어요. 따뜻하고 날 사랑하는 게 느껴지고 너무 안아주고 싶은 여린 모습도 있고요. 선영이가 귀엽다라면 진희는 내가 안길 수도 있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요. 선영이는 너무 열정적이고 멋지고 진희는 너무 따뜻하고 포용력 있고 배려 있죠.”
트리플 캐스팅된 김동완, 성두섭에 대한 애정도 내비쳤다.
“동완이 형은 털털하고 사랑스럽고 섬세하고 사람이 되게 좋아요. 형님에게 이런 말을 하면 실례지만 평소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형은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많이 가져요. 뉴스를 매일 한자리에서 3시간씩 본대요. 코로나 19, 북한, 정치, 사회 등 걱정을 많이 하고 오늘은 이런 일이 있다고 말해주기도 해요. 너무 순수하고 귀엽잖아요. 극 중 남자의 모습이 딱 있어요. 두섭이는 굉장히 여자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느낌이에요. 옆에만 서있어도 든든해 보이고 말투도 따뜻해 두섭이를 보면 화가 나지 않을 것 같아요. 평소에도 그렇고요. 살아온 걸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실제 모습이 역할에 잘 투영된 것 같아요.”
이동하는 2008년 뮤지컬 ‘그리스’ 앙상블로 데뷔했다. 2009년 ‘그리스’의 로저 역할로 배역을 맡은 데 이어 ‘옥탑방 고양이’, ‘폴링 포 이브’, ‘라카지’, ‘싱글즈’, ‘쓰릴 미’, ‘마마 돈 크라이’, ‘곤 투모로우’, ‘어나더 컨트리’, ‘오만과 편견’ 등 다양한 작품으로 무대에 섰다.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었지만 기획 분야를 생각한 터라 처음부터 배우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전역한 지 일주일 만에 선배의 권유로 ‘그리스’ 오디션을 봤는데 당연히 떨어졌어요. 4개월 동안 레슨을 받아 다시 도전했고 앙상블로 데뷔했죠.
운 좋게 ‘라카지’ 같은 대형 뮤지컬에 주조연급으로 캐스팅됐어요. 천호진, 전수경, 남경주, 정성화, 김다현 선배님처럼 하늘 같은 배우들이 있고 2AM 창민, 아역 출신 이민호(이태리) 배우도 있었어요. 그 사이에서 관객들에게 욕을 많이 먹어 너무 힘들었죠. 이걸 해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오기가 생겨 공연 5시간 전부터 런을 해보며 노력했더니 평가가 좋아지더라고요. 바로 연극 ‘나쁜 자석’을 만났는데 연기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면서 배우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배우를 평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에는 ‘괜찮아 사랑이야’, ‘이브의 사랑’, ‘시그널’, ‘미워도 사랑해’, ‘프리스트’, ‘부부의 세계’, ‘분노의 윤리학’, ‘인랑’ 등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에도 발을 들였다.
“원래는 매체에 전혀 생각이 없었어요. 공연으로 시작했고 평생 공연할 거로 생각했는데 회사가 생긴 뒤 영화와 드라마를 1년에 한 번씩은 경험했어요. 공연과는 또 다른 새롭고 재밌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공연은 라이브라서 같이 가는 느낌이어서 재밌어요. 너무 좋은 놀이터 느낌이고 평생 하고 싶어요. 반면 매체는 촬영 후 관객처럼 내 모습을 보는 게 신기하고 재밌어요. 저의 여러 단점도 파악하면서 섬세해질 수 있더라고요.”
최근에는 ‘미워도 사랑해’ 주연에 이어 ‘부부의 세계’에 출연했다. 여회장(이경영)의 심복으로 이태오(박해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이실장 역을 맡아 인상을 남겼다.
“중립적인 역할은 처음이어서 정말 재밌었어요. 여병규 집 사람들에게는 충실하고 좋은 사람인데 감시당하는 지선우, 이태오에게는 아닌 거잖아요. 어머니와 친구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어요. 너무 잘 보고 있다고 네가 (박인규, 이학주 분)를 죽였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의문스러운 사람으론 나오다 보니 지선우(김희애) 집 창문에 돌 던진 사람이 저냐고 하기도 했어요. 연출님들도 많이 보셨더라고요. 스포 하지 않는 선에서 다 설명해줬죠.” (웃음)
데뷔 13년 차 이동하는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다. 그런 그의 바람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배역으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공연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결핍과 아픔이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너무 따뜻하고 착한 사람도 해보고 싶고요. 어떤 역할을 하든 그 배역으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길 바라요. 관객이나 시청자를 온전히 몰입하게 해 이동하가 아닌 ‘그 사람, 저 배역’으로 기억되는 게 목표예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