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9.16 15:55 / 기사수정 2010.09.16 15:55
19세기 영국에서 활성화된 축구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전 세계 사람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다. 이러한 축구사에서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막대하다. 그들은 지금까지 열린 19번의 월드컵에서 5번이나 우승했고, 넓은 선수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축구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이번 2010/11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서 브라질 출신 선수들은 숱한 루머를 뿌리며 새로운 소속팀에 정착하기도 했다. 혹은 원소속팀에서 변화될 모습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이번 삼바 토크 36편에서는 지난 35편에 이어 이번 2010/11시즌 주목할 브라질 출신 선수들에 대해 조명한다.
1. 하미레스(첼시)
‘파란 애들이 막 뛰어다니다가 이겨’라는 유명 웹툰 작가의 작품에 나온 이 말은 이번 시즌 파죽지세를 달리는 ‘EPL의 강호’ 첼시를 가리킨다. 첼시는 5경기가 진행된 현재, 21득점 2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과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자타공인 유럽 최고의 클럽 대열에 오른 상황이다.
실상 첼시의 지난여름 이적 시장 성과는 명성에 비해 초라했다. 히카르두 카르발류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수비진의 누수가 생긴 것 이외에도, 미하엘 발라크와 데쿠라는 거물급 미드필더가 각각 바이에른 레버쿠젠과 플루미넨세에 입단하며 팀을 떠났다.
그럼에도, 첼시는 벤피카에서 ‘브라질 대표팀 신성’ 하미레스를 데려오며 발라크 데쿠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웠다.
첼시의 7번으로 EPL 무대에 데뷔한 하미레스는 1987년생이며,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주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그는 다른 브라질 출신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주목을 받은 것과 달리 (비교적 늦은 나이라 할 수 있는) 2007년 브라질 명문 크루제이루에 입단하며(임대 후 완전 영입) 자신의 가치를 서서히 입증했다. 이 때문에 카를루스 둥가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브라질 대표팀에 그를 전격 발탁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한 하미레스는 복귀 후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게다가 소속팀 크루제이루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크게 이바지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이에 그의 가치를 눈여겨본 포르투갈의 명문 SL 벤피카는 750만 유로의 이적료로 그를 영입한다.
포르투갈 리그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잉글랜드, 독일에 비하면 변방에 속한다. 이곳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해도, 빅 리그 이적 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며 자신의 이름값을 알리기에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하미레스가 자신의 이름값을 널리 알린 계기는 지난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이다. 그는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누비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줬으며 주전급 선수가 아님에도, 브라질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간단한 예로 하미레스가 경고 누적으로 8강에서 결장하자 브라질은 네덜란드에 1-2로 패했다. 만일 그가 경기에 나왔다면 무기력한 플레이로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며 패배의 원흉이 된 다니 알베스는 이날 경기에 출전 자체도 못 했을 것이다. 알베스가 아니었다면, 안 좋은 의미로 경기를 지배한 펠리피 멜루가 그랬을 것이다.
월드컵 직후, 하미레스를 원하는 여러 빅클럽의 구애가 계속됐지만, 그의 선택은 첼시였다. 첼시 역시 중원 강화와 세대교체를 위해 그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궁합은 아주 좋을 것이다.
2. 디에구, 카카
위기에 처한 두 선수가 있다. 여러분이라면 둘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한 선수는 자신이 뛰던 무대로 돌아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반면 다른 선수는 새로운 무대에 적응을 못 한 상황이며 자신의 소속팀에서 살아나야 한다. 나아가 한 선수는 물 만난 고기처럼 이미 자신의 진가를 발휘 중이고, 다른 선수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경쟁자들이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름값을 제외하고 본다면 당연히 전자가 후자보다 정황상 갱생 가능성이 유리하다. 그러나 한 선수를 디에구로, 다른 선수로 카카로 고친다면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지난 2009년 디에구와 카카는 오랜 기간 뛰었던 무대를 등지고 새로운 리그로 떠났다. 디에구는 베르더 브레멘을 떠나 유벤투스에 입단하며 이탈리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카카는 AC 밀란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두 선수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디에구는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의 후계자인 동시에 유벤투스의 새로운 지단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변화의 중심이었다. 카카 역시 지난 2006년 은퇴한 지단의 후계자인 동시에 레알의 지휘자, 갈락티코 2기의 중심이라는 타이틀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선수는 실패했다. 디에구는 팀의 부진을 막지 못하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분데스리가로 복귀했고, 카카는 잇따른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때아닌 먹튀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메수트 외칠이 카카의 공백을 지워버리는 맹활약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기에 더욱 위기의식이 들 것이다.
이런 점에서 두 선수의 이번 시즌은 아주 중요하다.
우선, 디에구는 1년 만에 컴백한 분데스리가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시즌 디에구 개인은 (입단 첫 시즌임을 고려할 때) 준수했지만, 그의 소속팀 유벤투스는 최악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즉,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해내지 못했기에 그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카카는 지난 시즌 초반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입증하듯이 팀에 녹아들었지만, 잔 부상으로 고생하며 이번 시즌 절반을 날리게 됐다. 그의 평소 행실이 성실하다는 점에서 복귀 후가 기대되지만, 82년생이라는 나이와 레알의 막강한 스쿼드를 고려하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사진= 하미레스, 디에구, 카카 프로필 (C) 첼시, 볼프스부르크, FIF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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