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카를로스 테베스가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한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을 4–1로 대파했다. 리오넬 메시를 중원에 배치하고 하비에르 사네티와 에스테반 캄비아소를 복귀시킨 세르히오 바티스타 감독의 전술변화는 이날 승리로 대성공을 입증했다.
8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 모누멘탈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스페인과의 친선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메시, 곤살로 이과인, 테베스,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골에 힘입어 스페인에 4–1로 승리했다. 스페인은 후반 교체투입된 페르난도 요렌테의 득점으로 겨우 영패를 모면했다.
바티스타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스페인 축구를 아르헨티나에 이식하겠다고 공언했고 아르헨티나는 이날 스페인식의 4-1-4-1로 경기에 임했다. 최전방 공격수에는 이과인이 나섰고 에베르 바네가, 메시, 캄비아소, 테베스가 이선에 배치됐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사네티, 마르틴 데미첼리스, 가브리엘 밀리토, 가브리엘 에인세가 플랫 4를 형성했다. 수문장으로는 세르히오 로메로가 나섰다.
그러나 이날 아르헨티나의 승인은 저돌적인 움직임와 짧고 세밀한 패스플레이라는 아르헨티나 특유의 축구 스타일에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초부터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스페인이 자랑하는 무적 중원의 조직력을 흐트러뜨렸고 짧고 빠른 패스플레이로 스페인의 수비를 궤멸시켰다.
메시의 위치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평소와 다르게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메시는 아르헨티나 공격을 조율하며 과감한 전방 침투로 이날 선제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보다 후방에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상대 수비진의 집중 마크를 덜 받았고 캄비아소와 마스체라노의 도움으로 수비에 대한 부담도 크게 덜 수 있었다.
그리고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이선 공격수들도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 할 만하다. 바네가-메시-캄비아소-테베스의 아르헨티나 이선 공격수들은 어느 한 위치에 고정되지 않고 수시로 자리변화를 가져가며 스페인 골문을 향해 융단폭격을 가했다. 특히, 카를로스 테베스는 날카로운 패스로 메시와 이과인의 골을 도왔을 분만 아니라 맹수 같은 침투로 아르헨티나의 세 번째 골을 직접 득점하기도 했다.
반면 스페인은 전반 이른 시간에 메시에게 선제 득점을 허용하며 특유의 ‘점유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고 골키퍼 페페 레이나의 결정적인 실수가 겹치며 ‘월드컵 챔피언’이란 자존심에 먹칠하고 말았다.
후반 들어 교체 투입된 페드로, 헤수스 나바스 등 젊은 공격 자원들이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위협했지만, 전반전의 ‘대실패’를 만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전반: 테베스 맹활약•••아르헨티나, 전반에만 세 골 작렬
테베스의 원맨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전반전이었다.
전반 3분, 날카로운 침투에 의한 왼발 슈팅으로 아르헨티나의 포문을 연 테베스는 6분 후, 메시에게 그림 같은 패스를 넣어주며 자신의 득점 실패를 만회했다.
미드필드 라인 후방에서 유려한 페인팅으로 자신의 마크맨을 빼돌리고 골문으로 쇄도하던 메시에게 정확한 패스를 넣어줬고 패스를 받은 메시가 달려나오는 레이나 골키퍼 머리 위를 지나는 칩 슛으로 아르헨티나의 선제골을 기록한 것이다.
테베스의 ‘특급 도우미’ 역할은 5분도 안돼서 다시 발휘된다. 전반 13분, 이번에는 이과인을 향해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넣어줬고 이과인이 레이나 골키퍼를 제치고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전반 34분,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득점을 성공하며 테베스는 이날 경기의 영웅으로 등극한다. 스페인 골키퍼 레이나가 알바로 아르벨로아의 백패스를 받다 미끄러졌고 테베스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맹렬히 돌진, 레이나에 한발 앞서 스페인 골문을 향해 공을 차 넣었다.
스페인은 아르헨티나와의 중원 싸움에서 완패하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레이나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실수가 겹치며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다.
후반: 선수교체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스페인, 그러나 아구에로에게 쐐기골 허용
전반전을 최악의 부진으로 마친 스페인은 대대적인 선수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수문장 레이나는 빅토르 발데스로 교체됐고 다비드 실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 등도 헤수스 나바스, 산티 카소를라, 페르난도 요렌테로 교체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후반전에 임했다.
그리고 후반전, 아르헨티나를 향해 의욕적인 공격을 보이며 선수교체를 통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다. 오른쪽 측면의 나바스는 빠른 측면 돌파로 스페인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었고 요렌테는 힘있는 플레이로 아르헨티나 수비진에 부담을 안겨줬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수문장 로메오의 선방과 수비진의 육탄방어에 막혀 스페인의 만회골은 쉽사리 터지지 않았다.
결국, 후반 26분, 사비 알론소를 페드로로 교체하는 공격적인 전술 변화로 호르헤 델 보스케 감독은 만회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고 페드로는 후반 38분, 왼쪽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요렌테의 만회골을 도왔다.
그러나 스페인은 후반 45분, 아구에로에게 헤딩 골을 허용하며 기어코 3점차 대패라는 치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왼쪽 측면에서 에인세가 오버래핑 후, 문전의 아구에로에게 정확한 왼발 크로스를 넣어줬고 아구에로가 침착히 머리로 받아 넣었다.
한편, 인쩨르나씨오날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2010 우승의 주역, 안드레스 달레산드로는 후반 44분, 메시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며 5년만의 A-매치 복귀전을 가졌다. 비록 출전 시간은 짧았지만, 창조적인 패스로 아구에로가 기록한 네 번째 득점의 시발점 역할을 해냈다.
<경기 요약>
아르헨티나 4–전9. 메시, 전13. 이과인, 전34. 테베스, 후45. 아구에로
스페인 1-후38. 요렌테
<출전 선수>
아르헨티나(4-1-4-1): 로메로; 사네티-데미첼리스-G.밀리토-에인세; 마스체라노;바네가-메시(후44. 달레산드로)-캄비아소-테베스(후 14. 디 마리아); 이과인(후22. 아구에로) 감독: 바티스타
스페인(4-2-3-1): 레이나(H. 발데스); 아르벨로아-마르체나-피케-몬레알; 부스케츠-사비 알론소(후26. 페드로); 다비드 실바(H. 나바스)-파브레가스(후11. 사비)-이니에스타(H. 카소를라); 비야(H. 요렌테) 감독: 델 보스케
[사진(C)아르헨티나 축구협회 홈페이지]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